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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Feb 26. 2017

'차세대 충무로 주역' 하이틴 스타 3인 열전 ①김향기

시네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차세대 충무로 주역' 하이틴 스타 김향기 윤찬영 김새론이 2017년 박스오피스 질주를 예고했다. 풋기가 서려있는 외모와 똘망똘망한 목소리가 나이를 가늠케 하지만, 배우라는 자부심이 마음에 꼭 들어차 있는 이들을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더 많은 분들이 아픈 역사를 좀 더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고통을 작은 체구의 소녀가 온몸으로 끌어안으며 관객들 가슴에 하얗고도 진한 발자국을 쿵 새겨놓는다. 영화 ‘눈길’(감독 이나정‧3월1일 개봉) 속에서 70여 년 전의 아린 고통을 정성껏 연기해 낸 배우 김향기(17)의 얘기다.  


동글동글한 얼굴 안에 피어오르는 선한 미소, 똘똘한 말솜씨까지 아이 같은 천진함을 간직하고 있지만 12년 차 배우의 눈빛에서는 강단이 느껴진다. ‘눈길’에서 일본군에게 강제로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 종분 역을 연기, 가장 큰 고통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보통의 소녀를 표현해냈다. 



◆ 아픈 역사를 연기한 소녀...“보다 많은 분들의 관심이 필요해요”

우리의 아픈 역사, 위안부 피해자들의 사연을 다루는 ‘눈길’을 더 아련하고, 반짝이게 만드는 데 소녀 종분 역을 연기한 김향기의 힘이 컸다. 10대 소녀가 연기하기엔 지극히 무겁고, 힘겨운 소재이기에 많은 이들의 걱정을 모았지만, 그는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역할”이라는 대견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더불어 김향기는 연기를 통해 많은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도 위안부 문제를 알고는 있었지만, 일부러 찾아서 보거나 깊게 생각해보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촬영을 하면서는 꼭 알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준비할 때 많은 자료를 찾아보기도 하고, 많이 배우기도 했지요. 현재까지 피해자 할머니들께서 생존해 계시고요, 증언 영상도 인터넷에 많이 올라와 있어요. 보다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았으면 해요.”             


‘눈길’은 기존 위안부 피해자 소재의 영화가 ‘사건’에 집중한 데 비해 ‘관계’적 측면을 깊게 조명한다. 덕분에 소녀들의 심경과 그리움, 아픔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김향기도 영화를 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두 장면을 꼽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소녀들이 수용소로 끌려가는 기차 안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장면이에요. 그때 ‘엄마가 기다릴 텐데...’라고 말하는 데, 종분이 뿐 아니라 수많은 소녀들이 겪었을 두려움과 혼란이 잘 표현 된 것 같아요. 또 하나는 엔딩 가까워서 할머니 종분(김영옥)이 눈 내리는 걸 보면서 좋아하는 신이에요. 슬픈 장면이 아닌데도 이상하게 그 뒷모습이 굉장히 아련하게 느껴졌어요. 할머니를 꼭 끌어 안아주고 싶은 장면인 것 같아요.”  



◆ '눈길' 인간으로서도, 배우로서도 성숙하게 된 계기  

2014년 촬영 당시 중학생이었던 김향기에겐 ‘눈길’이 감정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쉽지 않았던 촬영이었다. 그 당시 “사실 아직은 친구들의 재밌는 얘기에 관심이 가는 나이”라고 말했지만 “이젠 위안부 할머니 분들의 기사가 뜨면 저절로 눈길이 간다”며 배우로서도, 사람으로서도 성숙하게 된 계기가 됐다는 말을 전했다.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이야기잖아요. 허구가 아니라 역사적인 사실이라서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너무 많았어요. 주위에서도 어렵고 무서운 소재이지 않았냐고 물어보시는데, 사실 시나리오 자체가 상황보단 소녀들이 ‘어떻게’ 살아왔느냐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져서 오히려 담담하게 표현됐어요. 덕분에 기억에 많이 남는 것 같아요.”             


영화 제목이 ‘눈길’인 만큼 극 중 배경은 내내 겨울을 벗어나질 않는다. 차가운 눈길을 끊임없이 걸어가고, 차가운 얼음 강을 위태하게 걸어간다.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을 건넸지만, 돌아온 대답은 흐뭇함을 퍼뜨렸다.

“하얀 눈밭이나, 얼음 강 같은 건 감성적으로 표현돼야해서 많이 찾아다닌 것 같아요.(웃음) 하지만 제대로 표현하려면 해야 하는 거니까요. 추운 건 그 때만 참으면 되는 거지만, 과거 위안부 피해 소녀들이 겪었던 고통에 비하면 그리 큰 어려움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 배우-학생 병행,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2006년 영화 ‘마음이’로 데뷔한 김향기 벌써 12년차 베테랑 배우이지만, 말하는 본새는 여느 고등학생 소녀와 다르지 않다. “어느 작품이든 가장 어리다”며 나름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열일곱 소녀의 몸으로 꾸준한 작품 활동과 학교생활을 병행하는 것이 고될 법 했지만 “선택은 내 몫”이라는 성숙한 태도를 드러냈다.


“학생과 배우를 함께 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런 걸 다 감안하고서 선택을 한 것이라서 ‘둘 다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해요.(웃음) 연기는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요. 그렇다고 쭉 촬영하는 게 아니라 쉬는 기간도 꽤 길어요. 그 동안에 열심히 학교 다니고 있습니다.”               


학생이지만 배우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그는 매 작품 개봉할 때마다 학교에서도 홍보에 열을 올린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길 ‘눈길’에 대한 홍보도 빼먹지 않고 있다.


“‘눈길’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들이 먼저 ‘드라마로 먼저 나온 거지?’라고 물어봐주더라고요. 이미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에 고마웠어요. 매 작품 개봉할 때 친구들이 먼저 언제 개봉하는지, 어떤 작품인지 물어봐줘요.(웃음) 친구들 덕에 흥행 기록이 조금씩 올라가는 것 같아요.(웃음)”  



◆ “2년 남은 10대...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으면”

그 동안 국가대표 아역배우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김향기. 아주 어린 시절부터 성인 문턱에 와있는 지금까지 대중의 사랑으로 성장해왔다. 그녀에게 2년 가까이 남은 ‘10대’는 어떤 의미일까.


“2년 정도 남았네요.(웃음) 학생으로서 학교생활을 열심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교복도 지금 시기에만 입을 수 있는 거니까. 조금 더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어요. 학생 배우가 할 수 있는 걸 충분히 해보고 성인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성인이 돼서도 앞으로 초심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배우가 되려고 해요. 빠르지 않더라도, 한 단계씩 천천히 성장해서 더 좋은 배우로 거듭나겠습니다.(웃음) 잘 지켜봐 주세요.”  




사진 지선미(라운드 테이블)  


                        

에디터 신동혁  ziziyazizi@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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