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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Jun 09. 2017

 [리뷰] '하루', 식상한 타임루프 소재

극복한 독특한 플롯

                                                                                                                                                                                                                                                                                                  


매일 사랑하는 사람이 눈 앞에서 죽는다. 나락으로 떨어질 내일을 구하기 위한 두 남자의 사투가 눈물겹다. 미스터리 스릴러 '하루'(감독 조선호)는 '반복되는 하루'를 소재로 한다.





'더 웹툰: 예고살인' '원스 어폰 어 타임' 조감독 출신 조선호의 장편 데뷔작 '하루'는 매일 눈을 뜨면 딸이 교통사고를 당하기 2시간 전의 상항을 반복하는 남자가 자신처럼 시간에 갇힌 또 다른 남자를 만나 타임루프에 얽힌 비밀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사랑의 블랙홀' '엣지 오브 투모로우'와 같은 타임루프 장르 영화들은 관객에게 즐거움을 줬지만, 쏟아지는 비슷한 스토리라인의 작품들로 인해 신선함을 잃어버린지 오래다. 이젠 시간을 소재로 한 영화라면 흥미부터 반감될 정도다. 


하지만 '하루'는 타임루프를 소재화했으나 다소 독특한 플롯을 자랑한다. 뫼비우스의 띠 같은 시간 속을 돌고 도는 인물이 한 명이 아니라 여럿이라는 점이 그동안 드라마나 영화에서 뻔히 보아온 타입슬립과 다름을 보여준다. 





지옥 같은 하루가 반복되고, 그 속에서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을 달리는 두 사람을 머릿속에 그려본 조선호 감독의 상상에서부터 출발한 스토리는 실타래처럼 얽힌 비밀을 풀어가는 재미를 선사한다.


딸의 죽음을 눈앞에서 확인한 아빠 준영(김명민)과 아내의 죽음을 매일 지켜봐야 하는 민철(변요한)에게 과연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던 건지를 차근차근 밟아가며 90분 내내 관객의 시선을 붙든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앞에서 매번 처참하게 무너지지만, 어떻게든 살려내기 위해 똑같은 시간을 쳇바퀴 돌듯 돌며 고군분투하는 두 남자의 '분노의 질주' 또한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반복되는 하루를 끝내기 위해 끝없이 변수를 고안하던 두 사람은 찜통 아스팔트 위의 도로를 질주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막도록 스스로 교통사고를 내는 등 몸을 내던지는 것도 불사한다.





화창한 한낮에 발생하는 사고는 더욱 비극적이게 마련이다. 배우들은 쉼없이 내달리고 구르는 등 고군분투하며 긴박한 장면을 만들어낸다. 좁은 골목부터 고속도로를 넘나드는 카체이싱 장면은 손에 땀이 나게 할 만큼 긴박한 스릴을 선사한다.


'연기본좌' 김명민과 '청춘 연기파' 변요한의 표현력은 더욱 물이 올랐다. 수십차례 반복되는 하루에도 불구하고 지치기는 커녕 오히려 오기가 생긴 듯 '끝까지' 가는 굳건함이 가슴을 친다. 특히 김명민은 초반 딸의 죽음을 목격한 후의 통제 불능 상태와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침착해지는 준영을 연기하며 감정의 완급을 빼어나게 조절한다. 딸을 구하지 못한 뒤 자신의 뺨을 때리며 자책하는 모습은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





변요한은 준영과 상반된 철민을 맡아 감정 연기를 폭발시킨다. 감정이 앞선 에너지 넘치는 액션까지 펼치며 생생함을 더한다. 피를 뒤집어 쓴 채 살인자를 죽이기 위해 몸부림 치는 장면은 충무로 기대주로 자리매김한 변요한의 진가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해준다.


반복되는 하루 속 비밀의 근원으로 활약한 강식 역의 유재명은 신 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비밀은 없다' '4등'을 통해 만만치 않은 존재감을 보여준 그는 짧은 등장에도 살기와 연민이 공존하는 캐릭터를 완성시킨다. 러닝타임 1시간30분. 15세 이상 관람가, 6월 15일 개봉.

                                                                                                                                                                                                                                                                                                  

에디터 이유나  misskendrick@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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