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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Aug 01. 2017

[리뷰] ‘혹성탈출: 종의 전쟁’

느리고 장엄한 묵시록





1968년 프랭클린 J 샤프너 감독의 고전 SF 명작 ‘혹성탈출’에 기반한 탄탄한 스토리, 배우들의 뛰어난 모션캡처 연기와 이를 뒷받침하는 최첨단 기술력이 어우러져 신선한 리부트 시리즈의 출발을 알린 ‘혹성탈출’ 시리즈는 2011년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 2014년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으로 전 세계에 ‘혹탈’ 열풍을 지폈다. 3부작의 마지막을 장식할 ‘혹성탈출: 종의 전쟁’은 인간과 유인원 사이에서 벌어진 종의 운명을 결정할 전쟁의 최후를 그린다.

15년 전 과학실험 실패로 유인원들이 지능을 갖기 시작하고, 언어능력과 사고력이 사라져가는 시미안 플루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인류는 멸종 위기에 처한다. 진화한 유인원들의 리더 시저(앤디 서키스)는 인간과의 공존을 모색했지만, 이에 반대하는 유인원 코바 무리의 반란으로 인간과 충돌하면서 피할 수 없는 전쟁의 서막이 오른다. 2년간 모습을 감춰온 시저가 숲속 비밀 사령부에서 전투를 지휘 중이라는 소문이 떠돌자 군 병력은 유인원 몰살을 위해 무자비한 특공대 맥켄리 대령(우디 해럴슨)과 정예 부대원들을 파견한다.


 



인간과의 공존을 믿었으나 아내와 아들을 무참히 살해당한 뒤 시저는 복수의 여정에 나선다. 그는 개인적 복수심과 리더로서의 책임감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한다. 대척점에 선 대령은 바이러스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절망과 유인원이 인간을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무자비한 살육을 감행한다.

위기 상황에 처한 인간 내부의 반목, 인간과 유인원의 대립에 초점을 맞춘 ‘종의 전쟁’은 탐욕과 이기심에 사로잡힌 인류가 아닌, 희생과 단결의 유인원에게 바투 다가선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특공대의 캐치프레이즈 “우리가 시작이자 끝이다”와 유인원의 구호 “뭉치면 강하다”가 이를 명징하게 드러낸다.

모션캡처 연기의 대가 앤디 서키스는 거대한 위협과 고통을 겪으며 복수와 분노를 품은 내면의 변화를 심도 깊게 표현한다. 전작과 비교해 진일보한 표정연기가 인상적이다. 이전 시리즈에서 보지 못했던 새로운 캐릭터들도 눈길을 끈다. 대령 역 우디 해럴슨은 리더의 강인함, 모든 것을 포기한 자의 절망과 광기를 믿고 보는 배우답게 그려낸다.


 

 

공포영화 ‘라이트아웃’의 아역배우 아미아 밀러는 신비한 소녀 노바 역을 맡아 시저의 여정에 동참하고, 할리우드 신 스틸러 스티브 잔은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 유쾌하고 긍정적인 유인원 배드 에이프 역을 맡아 관객의 웃음을 너끈히 훔친다.

폭포, 동굴, 설원, 숲, 해변, 설원을 가로지르는 시저 일행의 여정은 한 편의 로드무비를 연상케 한다. 대규모 로케이션을 통해 건져올린 광활한 자연 풍광과 스펙터클한 전투장면이 어우러지며 역사의 종착점에 선 인간과 유인원의 대결에 의미를 더한다.

맷 리브스 감독은 오락 요소보다 정공법으로 장엄한 메시지 전달에 치중한 듯하다. 전체적으로 느릿한 호흡으로 진행되는 데다가 2시간20분의 러닝타임, 짜릿한 반전이 없는 탓에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군인 세력간 대립 이유라든가 소녀 노바의 존재 이유는 설득력 있기보다 장식적 느낌이 강하다. 이야기는 새로운 세대에게 희망을 기대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대서사 끝에 등장하는 전형적인 결말이지만 나름의 감동을 저해할 정도는 아니다. 12세 이상 관람가. 8월15일 개봉.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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