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인터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싱글리스트 Aug 29. 2017

[인터뷰] ‘김광석’ 이상호 감독

 “그가 나를 야단치는 듯했다”



전설적 뮤지션의 일대기를 다룬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인줄 알고 봤다간 혼비백산할 수도 있다. 오싹한 스릴러 영화나 범죄 추적물, 극장 버전 ‘그것이 알고 싶다’처럼 훅 들어오기 때문이다.

고 김광석의 목소리를 추억하며 그의 노래에 담긴 자전적 인생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풀어쓴 영화는 1996년 1월6일 새벽 발생한 미스터리한 죽음의 진실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김광석’ 개봉(30일)을 앞두고 이상호(49) 감독과 인사동 뒷골목의 한 바에서 만났다. ‘다이빙 벨’로 영화계에 상륙한 그가 두 번째로 내놓은 장편영화다. 다시금 논쟁을 예고하고 있다.


 

 

- 생전에 고 김광석을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관계임에도 20년 넘도록 집요하게 그의 죽음을 취재해온 이유가 무언가.

▲ 김광석 노래의 생명력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아닐까. 그의 노래가 지속하지 않았다면 포기했을 텐데 지금도 어딘가에선 불려지지 않나. 시간이 흐를수록 계속 살아난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자리에서 그의 노래가 나오면 달리 들렸다. 저렇게 좋은 노래를 만든 사람이었는데 내가 뭐하고 있나? 나한테 야단치는 것처럼 들렸다. 또 한편으론 탐사취재를 주로 했기에 지금도 장기 취재 중인 것들이 있다. 전두환, 삼성문제라든가...김광석 변사사건도 그 중 하나였다. 영화제작 측면에서 해본 적이 없었기에 그간 여러 차례 덮었다. 그런데 고인의 아버님, 어머님 등 주변 분들이 연이어 돌아가시고, 나 역시 건강상의 이유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 작심하고 나섰다.
 
- 일반 다큐가 아니라 음악영화이기 때문에 음향, 저작권, 편집 등 난관이 깨나 많았지 싶다.

▲ 신문기자가 아니라 방송기자 출신이라 그나마 보도 다큐물을 많이 만들어서 영상물 제작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관심은 있었으나 본격적인 음악영화에 도전하는데 있어 역량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숱한 음악다큐를 보고, 관련서적을 독파하고, 뮤직비디오 차용 방식 등등을 공부하면서 오랜 시간 공을 들였다. 편집만 1년이 걸렸다. 아무리 탐사물이지만, 다루는 대상이 가객 김광석인데 음악영화적 도네이션 없이 만드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최소한 영화에 대한 예의를 지키려고 애를 썼다.


 

 

- ‘관객 제보를 기다린다’는 자막이 올라가면서 영화가 끝난다. ‘툭’ 끊어지는 느낌이라 2편이 이어지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다.

▲ 일단 취재된 부분은 여기까지다. 최근 취재된 것도 많은데 여기에 녹여 넣으면 김광석 ‘이야기’를 못하고 ‘사건’이 될 거 같았다. 그래서 현재진행형인 부분은 뺐다. 속편이 나올 거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일 거다. 진실이 100퍼센트 드러날 때까지 팔로우는 계속 할 계획인데 영화로 나올지, 기사로 나올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것 같다.
 
- 고 김광석의 아내 서해순씨와의 3차례(1996년, 2002년, 2003년) 인터뷰를 보노라면 말이 계속 바뀐다. 그 과정에서 머리칼이 쭈뼛 서는가 하면 진실과 거짓의 심연에 빠져드는 느낌이 교차한다.

▲ (김광석 변사사건은) 내 관할 사건이라 당시 세브란스병원 영안실에 도착해 서해순씨 가족들(어머니, 오빠 등)을 가장 먼저 만났다. 그래서 날것의 멘트를 딸 수 있었는데 최초 목격자 군의 진술이 다 달랐다. 한마디로 이상했다. 사건기자 6하 원칙에 따라 취재하면서도 너무 이상해서 그때부터 의문점을 가지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가치라면 그의 인터뷰를 끌어냈다는 것이다. 그와의 인터뷰가 없이는 불가능한 영화였다. ‘몰카’였다면 상영 불가 처분을 받지 않았겠나. 동의를 얻고 진행한 게 포인트였다. 물론 굉장히 힘든 과정이었다. 오랜 시간 기다렸고, 마지막까지 인내하며 핵심 질문을 남겨두고 있어야 했다. 핵심 발언이 나온 그날도 인터뷰가 길었다. 충분히 들어주며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다보니 얼떨결에 진실을 다 말해버린 듯하다. 난 그 순간을 기다렸고, 관객들은 진면목을 볼 수 있었던 듯하다.


 

 

- 김광석 변사사건의 트리거는 극중 등장하는 법의학자의 소견과 고인이 작성한 비밀일기이지 않았을까. 서씨의 사생활과 관련한 내용 등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 추정은 다 빼고 진실과 팩트로만 영화를 구성하려고 했다. 법의학자는 목에 남겨진 삭흔 양상으로 봤을 때 누군가 뒤에서 목을 졸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또한 그동안 유서가 없어서 자살이 아닐 것이란 의심이 많지 않았나. 마지막 비밀일기에서 보듯 고인은 엄청난 메모광이었다. 모든 걸 밝혀놔서 진실에 접근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 이제 모든 의심에 대해 서해순씨가 답해야 하는 상황이다.
 
- 서씨는 김광석 저작권·초상권을 소유한 채 고인의 음악관련 사업을 벌여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화는 서씨에게 엄청난 타격이 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아무런 리액션이 없나?

▲ 그간 저작권 관련해서 대단히 적극적인 법률 구제활동을 벌여온 사람이기에 이미 법률적 대응 준비를 마쳤다. 소송을 걸어온다면 실체적 진실 밝히는데 크게 도움될 거 같아서 내심 기대하는 바다. 왜 연락을 안줄까. 사실이 아니라면 심대한 명예훼손인데. 최근까지 대구 김광석 거리에서 다양한 라이선스 제품들을 판매하는 ‘김광석 박물관’을 운영 중인 것으로 들었다. 그간 법적 상속인인 딸 서연양이 발달장애·금치산자이기에 서씨가 모든 걸 위탁관리하고 있다는 일부 보도가 있었는데, 판단이나 소통에 문제가 없음을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확인했다. 법원에서도 금치산자 처분이 내려진 적이 없다. 증여가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데 자의적인 것인지 강압에 의한 것인지, 이것 역시 서해순씨가 답해야 할 부분이다.


 

 

- 다큐멘터리 영화지만 '기록자'가 아닌 ‘주연배우 이상호’로 여겨질 만큼 프레임 안으로 깊숙이 들어온다. 감정마저도 숨김없이.

▲ 2가지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선택했다. 하나는 초상권·저작권 문제다. 고인의 생전 영상을 마음대로 쓸 수가 없어서 KMTV의 허가를 받아서 사용하거나 아주 제한된 영상만 확보 가능했다. 두 번째는 단순히 김광석에 대한 전기 다큐라면 기록자가 빠져야 맞다. 그런데 ‘김광석’이라는 음악의 의미를 통해서 형성된 관계이기 때문에 이상호란 기자가 그를 왜 20년 동안 취재할 수밖에 없었는지 관객의 의문에 답하지 않으면 반쪽짜리 영화가 되겠다는 고민 끝에 선택했다.
 
- 이 영화를 만들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

▲ 뉴스 형식이 아닌 영화적 표현을 위해선 입증 자료, 관련 진술을 배제할 필요가 있었다. 확인된 팩트 만으로 이야기를 구성해야 하는데 너무 오래된 사건이고, 공권력에 의해 나온 수사 자료가 없었다. 서해순씨의 2차례에 걸친 진술조서가 다였다. 이러다보니 팩트 파인딩과 체크가 너무 어려웠다. 아주 사소한 팩트지만 이를 테면 혈중 알콜 농도 하나 확인하는데 몇 년씩 걸렸다. 삭흔이나 목에 걸린 줄의 상태 등도 한 사람 얘기만 들을 순 없다. 공권력에 대한 비판은 상당한 의심만으로도 허락이 되는 반면, 사인의 명예와 관련된 민감한 사안이라 조심스러웠다.
 
- ‘김광석’ 개봉 전후로 김광석 변사사건 재조사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은?

▲ ‘김광석’이 단순한 상업영화가 아니기에, 의심이 가는 변사사건에 대해선 공소시효 없이 조사하자는 ‘김광석법’을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개봉과 함께 관객들과 캠페인 벌여나갈 예정이다. ‘김광석점코리아’가 10만명이 되면 입법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하려고 한다. 그리고 후속 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지켜보려 한다. 여력이 된다면 다큐멘터리 ‘대통령의 7시간’ 가편집을 끝내놓은 상태라 내년 개봉을 준비하려 한다.





사진 지선미(라운드 테이블)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매거진의 이전글 [인터뷰] '택시운전사' 제작자 박은경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