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인 호텔 룸 제안은

왜 논란에 올랐나

by 싱글리스트



최영미 시인이 호텔에 객식 투숙을 요청한 일은 왜 '논란'에까지 올랐을까. 호텔에 대한 '제안'이 이토록 화제를 모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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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1994)로 유명한 최영미 시인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 홍보를 해줄테니 1년간 객실을 무료로 제공해달라고 제안했다"는 글을 올렸다.


월세 계약 만기를 맞은 최영미 시인은 거듭된 이사에 지쳤다면서 "평생 이사를 가지 않고 살 수 있는 묘안이 떠올랐다. 제 로망이 미국시인 도로시 파커처럼 호텔에서 살다 죽는 것"이라며 방을 제공하면 호텔을 홍보하겠다는 내용의 메일을 특정 호텔에 보냈다고 적었다.


그가 공개한 메일에는 "장난이 아니며 진지한 제안임을 알아주시기 바란다. 답변 기다리겠다", "그냥 호텔이 아니라 특급호텔이어야 한다. 수영장 있음 더 좋겠다. 아무 곳에서나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나"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최영미 시인은 호텔 측에 제안했을 뿐이었으나, 시인이 공짜 방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갑질 논란'에까지 휩싸였다. 논란이 되자 최영미 시인은 다시 글을 올려 "호텔에 거래를 제안한 거지, 공짜로 방을 달라고 압력을 행사한 게 아니다. 내 제안이 싫으면 받지 않으면 된다"며 "처음 글을 올릴 땐 약간의 장난끼도 있었다", "한국사람들은 울 줄은 아는데, 웃을 줄은 모르는 것 같다. 행간의 위트도 읽지 못하고"라고 적었다. 그는 특급호텔 언급이 비난받자 "오래 집 없이 셋방살이 떠돌던 사람이 여름휴가 가서도 좁고 허름한 방에서 자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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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 시인은 1992년 등단했다. 1980~1990년대 민주화 세대에 대한 작품들을 주로 내놨고, 그의 대표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는 50만부 이상 팔리며 현재까지 52쇄를 찍었다. 그럼에도 그는 지난해 5월 "연간 소득 1300만원 미만의 무주택자라 생활보호 대상자가 됐다"며 생활고를 밝힌 바 있다.


황현산 "빈민 최영미가 '갑질 논란'?"


이번 호텔 룸 제안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황현산 문학평론가(고려대 불문과 명예교수)는 '갑질 논란'이라는 표현과 무분별한 비난을 지적했다.


그는 11일 "갑질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빈민에 속하는 최영미 씨가 호텔에 언제 갑인 적이 있었던가. 호텔이 받아들이면 좋고 안 받아들이면 그만인 사안 아닌가"라며 "어떤 사람의 행동이나 생각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을 비난할 일은 아니다.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면"이라고 적었다.


시인 강원석은 최영미가 이사를 계속해 다닐 수밖에 없었던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 사태의 진실이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사실 관심이 없다. 이 글을 통해 최영미 시인을 두둔하거나 옹호할 생각도 없다.


다만 시인이 처한 경제적 상황이 너무 가슴이 아리고 슬퍼서 아침부터 눈물을 흘렸다"고 적었다. 그는 "저같이 등단한지 얼마 안되는 시인 입장에서 최영미 시인은 대단한 존재다"며 1만원 가격의 시집 한 권을 팔면 1천원 정도 벌게 되는 시인들의 삶에 대해 토로했다.


누리꾼 "아무데서나 사느니 죽는게 낫다고?"


반면 누리꾼들은 최영미 시인의 해명에도 반감이 든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아무데서나 사느니 죽는 게 낫다'는 표현과, 논란 후 태도에 주목했다. 네이버 이용자 wund****는 "사람들이 화내는 건 호텔에 숙박 제안을 한 것보다는 과격한 표현 때문 같습니다. 아무 데서나 사느니 죽는 게 낫다... 이런 표현에 상처받을 사람 많습니다.


본인이 진지하다고 해놓고 분란이 일어나니까 장난이라느니 행간의 위트도 이해 못하냐 셋방사는 사람이 특급 호텔 바라지도 못 하냐 하는 해명들이 너무 짜증스럽기도 합니다. 시 잘 모르는 젊은 세대들 사이에선 시인들에 대한 선입견까지 생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업체에 압력을 행사하는 일부 블로거들의 수법이 생각난다는 의견도 있었다. rure****는 "호텔에 메일만 보냈으면 갑질 아님. 근데 공개된 페이스북에 호텔 이름도 안 지우고 그대로 올린건 여론 조성해서 압박하겠다는 치사한 갑질임. 블로거지들이 주로 쓰는 수법인데 모르시나봐요?"라며 비판했다.


최영미 시인은 "매체들이 달려들어 기사 쏟아내고 전화 오고 밥도 못 먹겠다. 다들 정신차리자"며 논란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음을 전했다.


사진=최영미 페이스북 캡처


에디터 오소영 oso0@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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