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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Jan 01. 2017

비매너 진행 논란 이휘재, 무엇이 문제일까

지난 31일 열린 ‘2016 SAF SBS 연기대상’에서 무례한 진행 방식으로 논란을 빚은 방송인 이휘재(44)가 공개 사과했다.             


이휘재는 1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생방송을 좀 재미있게 진행하려고 했던 제 욕심이 너무 과했던 것 같다"면서 "모든 것이 제 과오와 불찰이며 입이 몇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이 너무 죄송하다. 성동일 형님에게는 이미 사과했고, 아이유양과 조정석씨를 비롯해 제 언행으로 불편했을 많은 배우와 시청자들에게 사죄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전날 시상식에서 이휘재는 양복 위에 패딩을 걸친 중견 연기자 성동일을 향해 “형님은 배우시죠? PD인지 연기자인지 헷갈릴 정도로 의상을 당황스럽게” "지금 막 찍다 오셨냐. 집에서 오신 거 아니냐"라면서 옷차림을 계속 문제 삼았다.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의 이준기와 함께 베스트 커플상을 받은 아이유에게는 "두 분 (사이를) 계속 의심하겠다"면서 짓궂게 물었고, 가수 장기하와 공개 연애 중인 아이유는 이에 “녜?...녜?...” 하며 당혹해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푸른 바다의 전설' 이민호 전지현이 베스트 커플상을 받았지만, 불참한 것을 두고 쪽대본을 언급하며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을 불편하게 만드는가 하면 전지현 대신 무대에 오른 신원호에게 "그래도 서운한데 안마기 만큼은 후배가 가져가야 하는거 아니냐. 선배들이 줄때 받아야 한다. 집에 다들 안마기 있냐"란 발언을 거침 없이 이어갔다. ‘질투의 화신’에서 신들린 듯한 연기를 펼친 조정석을 향해서도 공개 연인인 가수 거미를 언급하라고 압박해 누리꾼들의 분노를 샀다.


세대, 성별, 업종을 초월해 다수의 참석자를 당혹스럽고 불쾌하게 만든 점에서 이날의 ‘대상’감이었다. 이휘재 자신의 고백처럼 단지 생방송을 재미있게 진행해 보려는 과욕이었을까.             


치기 어릴 수도 있는 젊은 개그맨 시절을 지나 숱한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중년 방송인, 이휘재의 현재 위치다. 배우들의 잔치인 ‘연기대상’은 자신의 동료, 선후배 개그맨들이 포진한 ‘연예대상’이 아니다. ‘연예대상’이어도 지켜야할 선은 있을 것이다. 남의 집 잔치에 초대받아 욕심을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판단력이 떨어진다면 앞으로 '진행자'로 계속 활동하는 게 바람직한지, 자기 성찰이 필요할 듯 보인다.


‘사고’는 이휘재가 쳤지만, 주관 방송사인 SBS의 책임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시상식 진행을 매끄럽게 할 전문 인력은 차고도 넘쳤다.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자사 아나운서나 전문 MC를 기용, 품격 있고 안정적인 진행을 꾀할 수도 있었건만 4년째 그러지 않은 이유는 2가지다.


스타 개그맨 출신 MC로 재미와 시청률을 사냥하겠다는 것, 한 해의 열정과 성과를 정리하는 드라마 작가·PD·스태프·배우들의 향연을 오락 프로그램 정도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희화화시키는데 누가 ‘연기대상’에 권위와 애정을 느낄 수 있을까. 비매너 논란이 이휘재의 돌출 행동으로만 여겨지지 않는 이유다.



사진=SBS 방송화면 캡처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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