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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Oct 01. 2017

[리뷰] 진실과 거짓,

 거대한 경계 넘나든 ‘블레이드 러너 2049’





35년 만에 돌아온 SF영화 전설 ‘블레이드 러너’(1982)의 속편 ‘블레이드 러너 2049’가 공개됐다. 전편을 연출한 리들리 스콧이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컨택트’를 통해 SF의 신기원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은 드니 빌뇌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019년 미국 LA를 배경으로 복제인간 리플리컨트를 제거하는 임무를 가진 블레이드 러너 릭 데커드의 이야기를 그린 원작은 어둡고 암담한 미래 도시의 모습을 경이로운 비주얼로 스크린에 펼쳐놓으며 인간의 존재가치를 비롯해 미래사회의 기후변화, 유전공학, 인구과잉, 사회경제적 계층화 현상 등의 문제를 화두로 던졌다.    


        



속편은 30년 후인 2049년 LA를 배경으로 한다. 오프월드 개척을 위해 타이렐사에서 제작한 복제인간 리플리컨트는 우월한 힘 덕분에 이상적인 노예로 여겨졌지만 연이은 폭력반란 이후 생산이 금지된다. 생태계가 붕괴되던 시기, 미래식량을 개발해 파워맨으로 부상한 니안더 월레스(자레드 레토)는 순종적인 리플리컨트 신모델을 제작해 전 우주를 식민지화 하려는 야심을 불태운다. 살아남은 구모델 넥서스8을 추적하는 블레이드 러너 K(라이언 고슬링)는 리플리컨트와 자신을 둘러싼 비밀을 깨닫고 과거의 블레이드 러너였던 릭 데커드(해리슨 포드)를 찾아 나선다.


영화는 SF와 누아르, 스릴러가 조합되며 보여준 원작 특유의 색채와 내러티브를 유지하면서도 진화한 스토리와 영상미를 선사한다. 30년 간 변화한 미래도시의 비주얼은 홀로그램, 3D 옥외 광고판 등의 요소를 통해 한층 강렬하게 그려진다. 홀로그램 연인인 조이(아나 디 아르마스)와 미스터리한 인간 여인 마리에트(맥켄지 데이비스)가 합체돼 K와 사랑을 나누는 등의 장면은 매우 독창적이다.            





무엇보다 신작은 인간 존재의 근원에 초점을 맞추며 ‘블레이드 러너’ 세계관을 완성한다. 태어난 존재 ‘인간’과 만들어진 존재 ‘리플리컨트’를 둘러싼 심오한 고민은 진실과 거짓의 모호한 경계를 고요하게 유영하듯 넘나들다가 마침내 격렬하게 허물어뜨리며 2시간43분의 대서사를 구축한다. 한 권의 철학서적을 독파한 느낌이 드는 이유다.


K 역 라이언 고슬링은 이 작품의 만만치 않은 주제를 눈빛, 표정, 손끝의 떨림, 액션을 모두 동원하며 입체적으로 구현한다. 젊은 대가다운 연기술이다. 자레드 레토의 압도적인 존재감, 월레스의 비서 러브 역 실비아 혹스의 피도 눈물도 없는 빌런 연기, 해리슨 포드의 반가운 복귀 등 배우들만으로도 감상의 재미가 크다.


후반부에 집중 포진된 액션 장면은 박진감이 넘친다. 차량이 추락하고 충돌하고 폭파되는 장면이나 물속에서 사투를 벌이는 장면 모두 지극히 사실적이다. 액션 장면의 몰입도를 한층 더 높이는 영화음악까지 더해졌다. 거장 한스 짐머 감독의 역량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긴 상영시간과 철학적 사유를 요구하는 묵직한 분위기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관심거리다. 10월12일 개봉. 러닝타임 2시간43분. 15세 이상 관람가.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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