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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Nov 03. 2017

[인터뷰] '부라더' 이동휘

 "마동석과 '범죄도시2' 하고파"



배우 이동휘(32)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동룡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를 유감없이 발휘해 친근하면서도 장난스러운 이미지를 얻었다. 오랜만에 인터뷰에 모습을 드러낸 이동휘는 "대화를 나눌 때 웃음을 드려야 나중에 좋은 인상이 생긴다"며 말을 재미있게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다고 긴장한 마음을 드러냈다. 수줍어하는 듯한 모습이 넉살 좋은 동룡과는 퍽 다르게 느껴졌다.             





오는 11월 2일 개봉하는 영화 '부라더'에서 이동휘는 마동석과 함께 코믹한 케미를 그린다. '부라더'는 가보도 팔아먹는 형 석봉(마동석)과 집안도 팔아먹는 동생 주봉(이동휘)이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3년 만에 보수적인 안동 이씨 본가로 소환돼 가던 중,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 오로라(이하늬)를 사고로 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처음에 대본을 받았을 때는 안 웃긴 것 같다고 생각했다. 마동석 선배님 캐릭터인 석봉이 굉장히 재밌었는데 내 캐릭터를 보니까 걱정이 됐다.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면서 진지한 사람이 해프닝 속에서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여주면 즐거움이 생길 수 있겠다 싶었다. 영화 보기 전까지도 주봉은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코미디 영화인데 나만 너무 진지한 것 같았다. 웃기고자 하는 의도가 정말 0.1%도 없었다. 모든 게 마블리의 힘이다. 마블리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주봉은 시종일관 진지하고 고민과 짜증이 많은 인물이다. 대체로 주봉의 고민은 그의 형 석봉 때문에 발생한다. 석봉·주봉 형제는 비주얼부터 성격까지 180도 다른 상극이다. 외동으로 자란 이동휘는 형제 사이의 갈등을 이해하기 위해 주변의 조언을 얻기도 했다.


"보편적으로 둘째가 둘째의 서러움을 많이 갖고 있더라. 마동석 선배님 같은 형? 석봉 같은 형은 절대 안된다.


근데 마동석 선배님 같은 형은 꼭 있어야 한다. 친형이 돼 주셨으면 좋겠다. 살아오신 역사를 듣다 보면 명함을 꺼내기 힘들다. 험난한 길을 걸으셨다. 너무 멋있는 영화인이다. '범죄도시2'도 같이 하면 좋겠다."         


    



'부라더'의 주봉은 종가 문화를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간다. 이동휘는 영화 속 주봉의 상황이 된다면 자신 또한 비슷하게 행동할 것 같다고 공감을 표했다. 그는 "원래 말을 잘 듣는 아들이 아니다"고 자신을 평하기도 했다. 그는 실제로 반대에도 영화를 하겠다고 고집을 부린 아들이었다.


"대학교 1학년 때 동아리 첫 공연에 부모님이 오셨다. 연기도, 조명도 모두 엉망이었다. 그런데 부모님이 내가 대사를 안 할 때도 나만 보고 계시더라. 그때 좀 뭉클했다. 근데 반전은 계속 그만두라고 하셨다. 지금은 또 반전으로, 전혀 그런 적이 없었던 것처럼 말씀하시더라. 참 당황스럽다.(웃음)"


그는 2013년 영화 '남쪽으로 튀어'에서 단역으로 데뷔했다. 20대 후반, 다른 사람에 비해 늦은 나이에 데뷔를 하고 '응답하라 1988'을 만나기 전까지는 고생도 많았다.


"프로필을 열심히 돌리고 다녔다. 1년에 200군데 정도 돌리면 10군데 전화가 올까 말까 했다. 영화가 하고 싶었다. 같이 프로필 돌리던 친구들이 방법이 없다고 많이들 포기했다. 그런데 나는 하나 있는 방법이 그거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계속 그만두라고 하셨는데 나는 1년만 더 하자, 1년만 더 하자 했다. 힘들었다고 말할 수 없는 게, 더 힘든 분들도 많다. 나는 큰 행운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퇴짜를 맞으면서도 영화를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뭐였을까.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에 진학할 때까지만 해도 영화에 큰 뜻이 있지는 않았다. 초심은 스타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었다.


"친구들도 다 바빴지만 항상 곁에 있어 준 건 영화밖에 없었다. 부모님 친구들 만날까 봐 동네는 못 돌아다니고, 광화문에 엄청 많이 갔다. 씨네큐브나 서울아트시네마 등에 좋은 영화를 상영했다. 영화를 통해 위로를 많이 받았다. 그러면서 나도 꼭 영화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다. 지금도 영화는 지치고 힘들 때 내게 위로가 되고 나를 반성하게 만든다.


이동휘는 꽤 진지한 태도로 인터뷰에 응했지만 문득 실없는 농담으로 웃음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수십 매체와의 인터뷰를 마치고 이번이 드디어 마지막 인터뷰라며 아쉬움을 드러내며 정해진 시간을 초과하면서까지 성실하게 질문을 받았다.      


       



한편 이동휘는 혼자서 돌아다니는 걸 즐기는 '혼족'이었다. 하루에 무려 2만 5천 걸음씩 걷는다며 휴대폰을 켜 만보기 어플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의 말대로 어플에는 3만 걸음 이상 걸은 흔적도 보였다.


"아버지가 가만히 있는 걸 안 좋아 하셨다. 처음엔 쫓겨나듯 걸어 다닌 게 나중에 버릇이 된 거다. 걸으면서 생각이 환기되는 게 좋더라.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시니까 혼자서 뭘 하는 게 익숙하다. 혼밥이 자리잡기 전, 어릴 때부터 강제 혼밥을 해 왔다."


배우는 한 이미지로 깊게 각인되면 비슷한 캐릭터를 자주 연기하게 된다. 시나리오가 그런 쪽으로만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동휘 역시 그런 것에 대한 고민이 없지는 않을 터였다.


"배우의 여정이 1, 2년으로 끝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40, 50대가 된 후 완성도가 생겼을 때 받는 평가가 진정한 평가라고 생각한다. 나만 중심을 잘 지키고 흔들리지 않으면 되지 않을까. 동룡이가 그렇게 사랑받을지 몰랐다. 내가 열심히 하면 누군가 알아주겠지라는 마음은 있었지만. 다음 작품에서도 그런 사랑을 받을 수 있겠지만, 아닐 수도 있다. 그런 성공과 실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훗날의 평가를 기대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흐트러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 


사진 지선미(라운드 테이블) 


에디터 진선  sun27d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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