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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Nov 06. 2017

[리뷰] '미옥'은

여성 원톱 액션물이 아니다



다들 비슷한 감상일까. 양옆 자리에서 한숨이 푹푹 흘러나왔다. 작품에 대한 힐난보단 스스로에게 화살을 돌리기로 했다. '여성 느와르'란 말에 기대한 잘못이다.      


        



영화 '미옥'은 범죄조직을 재계 유력기업으로 키워낸 2인자 나현정(김혜수), 그에게 애정을 지닌 조직 해결사 임상훈(이선균), 현정에게 약점을 잡힌 비리검사 최대식(이희준) 세 사람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그려냈다. 세 사람은 서로서로를 이용하고, 여기엔 광기에 가까운 집착이 들어갔다. 


한국 대표 여배우 김혜수의 첫 원톱 액션영화지만 특별한 감상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간 봐 왔던 많은 느와르 영화들과 시작부터 비슷하다. 전라의 여성들이 재계 남성 인사들을 접대한 후 동영상을 찍어 협박하는데, 이를 진두지휘하는 인물은 현정으로 그는 보스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밑구멍 장사하면서 불알있는 척 하지 말라"는 극중 대사처럼, 현정을 남성 캐릭터로 봐도 별 위화감이 없다. 


기존 남성들이 하던 역을 여성들도 할 수 있다는 시선이라기보다는, 캐릭터에 대한 고민 없이 그저 성별만을 바꿔놓은 듯하다. 같은 여성들을 이용해 '단체 성접대'를 펼치는 장면은 기이하고, 여기에 파격적인 숏커트 헤어스타일이나 하이힐은 그를 애써 여성으로 보이게 하려는 장치로만 느껴진다.         


     



사실 '미옥'의 가장 큰 아쉬움은 영화 제목이 무색하도록, 주인공이 상훈에 더 가깝다는 데 있다. 중심인 상훈이 갖지 못하는 모성애 같은 요소에 있어서야 미옥의 존재감과 필요성이 튀어나온다. 


기대했던 김혜수의 시원한 액션은 후반부에야 볼 수 있다. 현정과 대식 간 벌어지는 장면으로, 감독 역시 이 통쾌한 장면으로부터 '미옥'이 시작됐다고 말할만큼 인상적이다. 뿐만 아니라 김혜수는 일대다 액션을 비롯해 10kg에 달하는 장총을 들고 강도 높은 총격 신도 소화했다.


그러나 이 강도높은 액션 신을 보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전개가 차곡차곡 쌓이지 않았기에, 90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에도 이를 견디는 것이 퍽 괴롭다. 분명 이런 싸움실력을 지녔다면 그렇게 얻어맞고만 있지는 않았을텐데, 조직 2인자임에도 현정이 속수무책으로 얻어터지는 모습은 지켜보기 힘들다. 앞서 6월 개봉한 '악녀'가 줄거리 면에선 아쉬웠으나 철저히 김옥빈 중심이었고 액션에서 쾌감을 줬다면, '미옥'은 그에 못 미친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답게 잔혹한 장면이 이어지고 노출 신도 적지 않다. 더욱 슬픈 것은 이 영화가 김혜수의 원톱 액션물로 소개됐음에도 오하늬(웨이 역)의 노출 등으로나 알려질 것 같다는 점이다. 


더불어 최무성(김회장 역)이나 권율(공명 역)은 캐스팅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연기를 못 하지 않는 배우들임에도 이렇게나 어설프게 느껴질 수 있단 걸 보여준다.


그래도 반가운 부분은 있다. 여성 보스의 등장, 이희준의 열연, 주로 드라마에서 볼 수 있었던 배우 김민석의 영화 출연 같은 부분이다. 러닝타임 90분, 청소년 관람불가, 9일 개봉. 



에디터 오소영  oso0@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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