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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Nov 12. 2017

[인터뷰] ‘부라더’ 장유정,

웃음과 감동 연금술사



창작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 ‘김종욱 찾기’ ‘그날들’ ‘형제는 용감했다’는 탄생시킨 뮤지컬계 스타 극작가이자 연출가 장유정(41)이 ‘영화감독’ 직함으로 돌아왔다. 공유 임수정 주연 ‘김종욱 찾기’ 이후 7년 만이다. 적당한 설렘과 기대감이 속사포처럼 이어지는 단어들 사이에서 빛이 났다.          


   



인기 뮤지컬 ‘형제는 용감했다’를 원작으로 한 ‘부라더’(11월2일 개봉)는 공연계에서 검증받은 그의 대중적 감각이 봇물 터지듯 분출한다. 안동 종갓집 장례식을 배경으로 3년 만에 해후한 사이 나쁜 형제가 아버지의 사랑을 깨달으며 화해한다는 이야기를 황금비율의 웃음과 눈물로 재탄생시켰다. 보이시한 숏컷과 시원시원한 달변의 그가 입을 열었다. 


-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극장가에 개봉됐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 개봉을 앞두고 있어 감개무량하다.(웃음) 가족들과 함께 볼만한 영화가 드물지 않나 싶다. 과거에 부모님들이 함께 영화보고 너무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몰랐던 엄마아빠의 젊은 시절은 어땠을까 생각하니 아련해졌다. 인터넷도 없던 시대, 서로 많이 보지도 않고 결혼해서 살아나갔던 그런 모습을 잘 만들어보고 싶었다. 


- '레 미제라블’ ‘시카고’ ‘맘마미아!’ 등 인기 뮤지컬의 영화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대중성을 검증받은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는 것이나 무대라는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는 것은 장점이겠지만 매체가 다른 데서 오는 난제도 수두룩하지 싶다.


▲ 이상하게 ‘형제는 용감했다’를 초연할 때 “너무 영화적이 않느냐”는 질문을 도리어 많이 받았다. 종친 어르신들이 두루마기를 입고, 등장인물들은 한복을 입고 나온다. 더욱이 안동의 장례식장이 배경이고 판타지 지점들이 많이 나와서 ‘뮤지컬적 소재냐?’란 의구심을 산 것 같다. 뮤지컬이 잘 되고나서 영화로 만들 땐 이 작품의 연극적 컨벤션이 강해서 장르적 특성을 잘 연결시켜서 탁 뛰어넘어야 했다. 그러느라 7년이나 걸렸다. 한편으론 나를 다지는 시간이었다. 뮤지컬의 특징이 이런 것이구나, 더 알게 됐고 새로운 프레임이 생겼다. 값진 시간이었다.             





- 7년...오랜 시간이다. 공연계에선 활동이 뜸해져서 아쉬워했던 이들이 많다.


▲ 영상의 매체적 특성을 공부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서 대학원에 진학했다. 1년간 논물을 썼고 출산 전날 논문심사를 받았다. 영화의 프리 프로덕션 단계가 길어지면서 중간에 슬럼프 기간도 있었다. 어떻게 하면 다 털어버리고 새롭게 다가설 수 있을까 싶어서 정신분석학 공부도 하러 다녔다. 확실히 30대가 돼 확실한 니즈가 있어서 학문에 접근하는 건 다르더라. 


- 제목이 일단 달라졌다. 또한 뮤지컬과 달리 형 석봉(마동석)과 동생 주봉(이동휘)의 직업이 바뀌었고 로또가 아닌 황금불상이 등장하는 것, 오로라(이하늬)의 등장 장면 등 부분적 변주가 꽤 되더라.


▲ 처음부터 제목은 딴 걸로 해도 된다고 말했다. 내가 원작자·감독이니까 투자·제작자가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먼저 총대를 멨다. 뭐든 말하시라고. 제목을 고수할 이유도 없었다. 뮤지컬을 그대로 가져오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음악 덕분에 압축과 상징만으로 충분히 갈 수 있으나 영화는 디테일을 다 살려줘야 관객이 그 안에서 감정을 따라갈 수 있다. 공연에선 백수가 명쾌하게 보일 수 있으나 영화에선 삶과 전사가 드러나질 않아 각각 학원강사, 건설회자 직원으로 바꿨다. 오로라의 등장이나 두 형제를 매혹적으로 끌어당기는 역할이 영화에선 거부감이 생길 수 있어서 조정했다. 로또는 2007년엔 핫한 소재였으나 지금은 인생의 균형을 확 깨버리는 사건으로 다가오질 않아서 바꿔야만 했다. 


- ‘김종욱 찾기’ 경험이 있어서 수월하게 그 차이를 점프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 뮤지컬에선 형제가 오로라와 로또라는 같은 목적을 향해 달린다. 노래의 1, 2절 형·동생이 변주해서 부르면 이야기가 병렬식으로 보이지 않으면서 재미를 찾을 수 있는데 영화는 같은 목적으로 달리면 병렬식으로 가서 처지고 재미가 덜하게 된다. 매체의 특성이다. 또 뮤지컬은 관객과 무대 사이에 물리적 거리가 있어서 리얼리티를 구현해도 잘 안보이는 부분이 있다. 노래가 중심이다. 반면 영화는 리얼리티가 중요하며 이미지가 중심이다. 시각적 포화도도 다르다. 스토리도 뮤지컬이 훨씬 압축적이라 영화로 만들면 4분의3 이상 불려야 한다.            


 



- 다음 영화는 ‘오! 당신’이나 ‘그날들’이 되지 않을까 추측하게도 된다.


▲ 뮤지컬 원작을 영화로 꼭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가 전혀 없었다. 두 작품 모두 자연스럽게 이뤄진 거다. ‘부라더’를 하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내가 새로 시나리오를 쓴다란 생각이 불끈 들었다. 하하. 앞으로 장르영화를 할 건 아니고 따뜻한 감성을 가진 휴먼 코미디를 하고 싶은 게 소망이다. 


- 주조연 배우들이 적재적소에서 자기 역할을 하는 걸 보며 굉장히 공을 많이 들인 티가 역력했다.


▲ 피해의식과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까칠한 주봉을 연기한 이동휘씨는 코미디를 드라마로 전환하는 능력이 있는 배우다. 마동석씨는 ‘굿바이 싱글’ ‘퍼펙트 게임’ ‘결혼전야’에서 허당 매력과 인간미 넘치는 부분, 코믹한 면모를 캐치했다. 따뜻한 느낌이 생기겠구나 싶었다. 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때 함께 작업한 이하늬씨는 표현력과 소통능력이 요구되는 오로라에 적역이었다. 송영창 전무송 선생님은 공연 때부터 쫓아다니며 모시기 위한 정지작업을 했었다. 미봉 역 조우진씨는 코미디 감각과 디테일에 강한 면모를 높이 샀다. 미봉 처 역 송상은 배우는 ‘그날들’에서 여고생 역을 맡았던 친구였는데 오디션장에서 무릎을 치며 캐스팅했다. 특별출연한 지창욱 오만석씨는 ‘그날들’로 맺은 인연인데 신선한 충격과 자신만의 역할을 해줬다.          


   



- 10년 전이면 30대 초반일 때인데 이렇게 고풍스러운 배경과 소재에 착안했던 이유가 궁금하다.


▲ 외가가 종갓집이라 어렸을 때부터 그 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했다. 그런 영향 때문인지 옛날 것들을 좋아했다. 작가로 데뷔했을 때의 작품이 ‘삼국유사’였다. ‘형제는 용감했다’를 기획할 때 한 발자국 떨어져서 지켜봤던 부모자식 간의 갈등과 화해, 극단적 가부장제의 병폐, 희생 당하는 여성들이 드라마틱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고스란히 보여주면 선악의 이분법으로 머물러버리니까 완곡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요즘의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는 문중어른들의 고리타분함을 희극적으로 승화시키고, 여성의 희생을 자연스럽게 그려내서 엄마의 삶을 이해하게끔 만들고 싶었다. 요즘은 실제 일어난 사건에 관심이 많다. 영상대학원에 다니면서 언론학을 공부하다보니 정치사회 현상에 관심이 많아졌다. 


- 그런 소재의 영화를 차기작으로 만들고 싶은 건가?


▲ 난 아주 시리어스하진 않다. 정치사회 소재를 다루더라도 희극적 면모는 다 있을 거다. 로맨스나 코미디를 얘기할 때도 인간이 중심이고 페이소스를 건드리는 게 좋다. 사람에 감정이입하고 동정을 느끼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관객이 미소를 짓게 만드는 것이다. ‘부라더’는 많이 웃고, ‘김종욱 찾기’는 희미하게 웃고...관객들의 입꼬리가 올라가졌으면 한다. 


- 마지막 질문이다. 뮤지컬과 영화 연출작업의 매력은 각각 무엇인가.


▲ 뮤지컬은 안 보이는 공간을 기적으로 채워야 하는데서 오는 나름의 희열과 재미가 있다. 제약이 주는 감동도 있다. 영화는 여러 변수들이 주는 효과가 마법 같은 경우가 있다. 화면에 꽉 차 있는 모든 게 감독의 손길을 거쳤다. 미장센의 완성도에 늘 강박을 갖지만 조금씩 완성돼 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너무나 보람 있다. 



사진=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에디터 용원중  goolis@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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