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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글리스트 Nov 09. 2017

[인터뷰] ‘메소드’ 방은진

 “퀴어물? NO! 배우들의 이야기”



지난달 열린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부문에 초청받아 화제를 뿌린 방은진 감독의 신작 ‘메소드’가 개봉(11월2일) 이후 시네필들의 관심을 사고 있다. 메소드 연극배우 재하(박성웅)와 아이돌 스타 영우(오승훈)가 공연을 하며 서로에게 빠져드는 이야기다. 언제나 사람을 탐구해온 '감독' 방은진의 시선과 숙련도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현장에서 성장한 배우 겸 감독의 남다른 열정이 늦가을의 인터뷰에 온기를 부여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언론시사 반응이 모두 좋았다.


“긴장된다. 부국제는 워낙 영화를 사랑하는 분들이 오시는 거라 일반 개봉 반응과는 늘 일치하지 않더라. 다만 ‘메소드’가 부국제에서 프리미어로 상영하게 돼 정말 감사하고, 언론 시사에 오신 분들도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다. ‘메소드’ 같은 영화의 기준이 되는 작품이 없었던지라 관객들이 좋아해주실지는 잘 모르겠다.” 


‘메소드’의 특별한 소재, 그 원천은 무엇인가.


“연극 ‘언체인’의 연출 의뢰가 들어왔는데 고사했었다. 그런데 이 연극을 보니 문득 연극배우와 그 상대역, 그리고 한 여인의 이야기가 떠오르더라. 삶과 연기가 뒤섞인 시나리오를 써보는 게 어떨까 싶었다. 배우의 삶은 내가 오랫동안 경험해왔고 잘 아니까, 그 예술혼에 대한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뤄봤다. 어쩌면 배우의 삶을 얘기하는 게 내겐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것 같다. 만들어놓고 보니까 이전의 내 경험이나 모습이 많이 녹아있었다.” 


연극무대 주 배경으로 한 영화라서 더욱 특별하진 않았나.


“연습실이나 극장, 모든 걸 미리 찾아놓고 시나리오를 썼다. 다른 영화와는 달랐다. 공간을 미리 파악해놓고 쓰는 건 굉장히 색다른 경험이었다. 물론 제격인 장소들을 찾는 건 쉽지 않았다. 대학로에만 해도 극장이 300개가 넘는다. 너무 작은 소극장이어도 안 되고, 연습실이 너무 하얘도 안 됐다. 익숙한 대학로에서 장소를 섭외하고 촬영하다보니, 그 감흥이 굉장히 색달랐다. 연극배우 출신이던 내가, 다른 배우들이 연극배우로 등장하는 작품을 촬영한다는 게 굉장히 기묘했다. 내 옛날 모습이 문득 스쳐지나가기도 했다.”        


     



국내 극장가에서 '퀴어'는 더 이상 금단의 소재가 아니다. 퀴어 트렌드를 염두에 두고 ‘메소드’를 구상했나?


“‘메소드’를 퀴어 영화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퀴어 퍼슨도 아니고, 퀴어 영화를 본 적도 없어서 잘 모르는 세계처럼 느껴진다. 그저 ‘언체인’이라는 연극에서 출발한 작품일 뿐이다. 인물들이 순식간에 사랑인 듯, 아닌 듯한 감정에 빠지고, 그 일그러진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폭력적인 관계를 그리는 영화다. 결국 배우들의 이야기인데, 이걸 두고 '퀴어다 아니다'로 논의되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물론 관객 분들이 그렇게 분리를 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배우들은 이 영화를 퀴어라고 생각하고 출연하진 않았을 것 같다.” 


‘메소드’로 스크린에 데뷔한 신예 오승훈의 활약이 눈에 띈다. 오승훈 캐스팅은 초기의 구상과 잘 맞아떨어졌나.


“시나리오를 쓸 땐 그냥 아이돌스러우면서도 ‘킬링 유어 달링’의 데인 드한 같은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재하 역에 박성웅이 캐스팅되면서 상대는 좀 페미닌한 느낌을 간직한 배우였으면 좋겠더라. 오승훈은 매우 맑은 눈빛을 갖고 있었다. 보이스도 적당히 중성적이었고, 아침 10시에 오디션을 보러왔는데 똘망똘망하게 눈을 뜨고 수다를 떨고 있었다. 현장 적응력이 분명 있겠구나 싶었다. 또 연극에도 출연한 친구라 빠른 시간 안에 많은 분량의 대사를 해내는 것도 가능했다.”         


    



연기력 논란이 불거졌던 윤승아의 합류 역시 눈길을 모은다. 촬영 현장에서 본 윤승아는 어땠나.


“나와 정서나 취미가 비슷한 배우다. 그런데 연기를 많이 안 해봐서인지, 표현을 하는 게 화면에 안 읽히더라.


그래서 대화를 정말 많이 나눴고, 관객들이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해달라고 요구했다. 윤승아는 매우 열려있고, 엄청나게 절실한 배우다. 몰입도도 뛰어났고, 저음의 목소리가 매우 좋아서 이걸 살리면 좋겠구나 싶었다. 연기를 그만둘 생각조차 해봤다는데, 이 작품을 3개월 동안 기다려줬다. 용기 있게 임했다. 이 배우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극복해야할 것을 풀어나가는 방법을 같이 강구했다.” 


그간 ‘오로라공주’ ‘용의자X의 헌신’ ‘집으로 가는 길’ 등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아냈다. 어떤 이야기에 끌리는가.


“아직은 이것저것 찾아가는 중이다. 물론 관객들이 흥미로워할 새로운 장르나 소재였으면 좋겠지만 정확히 짚이는 건 없다. 한가지 확실한 건, 잔잔하고 말랑말랑한 것 보다는 좀 격정적인 것에 훨씬 끌린다. 내 인생이 온실 속의 화초 같지는 않았고, 주로 도전하며 살아와서인지 강한 드라마에 눈길이 가고, 그러다보면 인물들 역시 강해질 수밖에 없더라.” 


여러 작품을 연출하며 체화된 모토가 있나.


“거짓말은 하지 말자! 영화라는 건 관객을 만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걸 알았다. 배우 할 때는 영화는 그저 감독 것인 줄 알았는데, 연출을 하다보니 아니더라. 완성돼서 극장에 걸리는 순간에는 애인과 이별하는 것과 똑같다. 잘 살아라, 난 최선을 다했다 소리가 절로 나오더라(웃음).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감상하면서 생겨나는 감정과 느낌을 받아들이라고 만들어지는 거였다. 그러니까, 거짓 없는 영화로 승부하려고 한다. 늘 사람에 대해 탐구해온 감독으로서 앞으로도 더욱 진정성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이 영화를 볼 관객들에게 할 말이 있다면?


“관객들이 이 영화를 각자 다르게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메소드’는 비단 배우들의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모두의 인생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랑을 확인하려고 하는 순간, 그 사랑은 이제 끝난 거나 다름없다고 여긴다. 그 사람을 사랑하는 건지, 아니면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는 자신의 감정을 사랑하고 있는 건지, 이 질문만큼은 모든 관객에게도 건넬 수 있지 않을까.” 



사진 지선미(라운드테이블)


에디터 이유나  misskendrick@sli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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