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택배기사》

3화 – 그를 찾지 마세요

by 살라킴

새벽 두 시, 김민수는 핸드폰 화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조회수는 하루 만에 8만 회를 넘어섰다.
구독자는 천 명을 돌파했고, 좋아요도 만 개 가까이 달했다.

단순히 취미 삼아 올린 노래가 이렇게 빠르게 퍼질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댓글을 스크롤할수록 가슴은 벅차오르면서도 알 수 없는 불안으로 조여 왔다.

“이게… 정말 나 맞아?”

민수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이불에 몸을 던졌다.
눈을 감아도, 귀에는 여전히 자신이 부른 목소리가 맴도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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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민수는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억지로 일으켰다.
전날 밤의 긴장과 노래 후의 여운이 아직도 가슴을 짓눌렀다.

세면대 앞에 서서 찬물을 얼굴에 끼얹었지만 정신은 좀처럼 맑아지지 않았다.
양치를 대충 하고, 아침 식사도 거른 채 집을 나섰다.

밖은 이미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습기 섞인 열기가 몸에 달라붙어 숨이 막혔다.
민수는 땀을 닦으며 중얼거렸다.

“오늘도 헬이다, 헬…”

그는 무거운 발걸음을 터미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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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외곽의 택배 터미널.
기사들은 개인사업자로 등록되어 본사로부터 구역을 할당받는다.
각자 정해진 구역만 책임지고 배송한다.
터미널은 물량을 배분하고, 분류된 박스를 기사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민수가 도착했을 때, 동료 기사들이 이미 모여 있었다.
형광 조끼를 입은 기사들은 무거운 박스를 나르며 투덜거렸다.

박 기사가 먼저 소리를 높였다.
“야, 요즘 물량 줄어든 거 알지? 이 정도면 돈이 안 된다니까.”

최 기사가 맞장구쳤다.
“그러게요. 구역은 정해져 있는데 물량이 줄어드니까 진짜 답이 없네요. 이러다 접는 사람들 나올 듯.”

박 기사는 땀을 훔치며 한숨을 내쉬었다.
“몇 년을 해도 나아질 게 없으니 원…”

민수는 그들 옆을 지나며 스마트폰을 켰다.
택배 전용 앱에 오늘 물량이 떠 있었다.
배송지, 고객 정보, 정산 예상 금액까지 모두 표시되어 있었다.
민수는 눈으로 빠르게 확인한 뒤, 다시 폰을 주머니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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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민수야!”

고개를 돌리니 영호가 씩 웃으며 다가왔다.
민수와 같은 터미널을 쓰는 친구이자 기사였다.

“오늘 얼굴 왜 이래? 밤새 술이라도 했냐?”

민수는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
“그냥 좀 못 잤어.”

“야, 너 요즘 맨날 피곤해 보여. 무슨 일 있는 거 아냐? 몰래 딴짓하는 거 아냐?”
영호가 팔꿈치로 민수의 옆구리를 툭 찔렀다.

민수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아냐, 별일 없어.”
짧게 대답하고 다시 스마트폰 화면으로 시선을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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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최 기사가 목소리를 높였다.
“야, 너희 ‘가면의 목소리’ 들어봤어? 요즘 뜨는 익명 가수 있잖아.”

박 기사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뭔데 또? 유튜브는 볼 시간도 없는데.”

최 기사는 핸드폰을 꺼내며 말했다.
“아니 진짜라니까요. 커버곡인데 완전 찐 가수 같아요. 노래가 귀에 쩍쩍 붙는다니까요.”

“아, 나도 그거 봤어!” 다른 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듣는데 괜히 울컥하더라. 그냥 노래가 아니던데. 분위기가 묘했어.”

영호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민수의 어깨를 두드렸다.
“야, 네 목소리도 괜찮잖아. 혹시 네가 그 가면의 목소리 아니냐?”

민수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고개를 저었다.
“나 그런 거 할 시간 없어. 내 구역만 돌기도 벅찬데 무슨 가수야.”

주변에서 웃음소리가 터졌다.
“하긴, 맞다. 가수 하다간 배송 못 하지.”
“웃기지 말고 물량이나 챙겨라.”

민수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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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대리가 태블릿을 들여다보다 민수를 불렀다.
“김민수 기사님, 강북 3구역 물량 다 나왔습니다. 본사에서 내려온 박스 창고 쪽에 있으니 챙겨 가세요.”

“네, 알겠습니다.”

민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구역 물량을 차에 실었다.
더운 날씨 속, 엔진 시동을 거는 순간 그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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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하루는 끝도 없는 반복이었다.
골목마다 차를 세우고, 무거운 상자를 어깨에 걸쳐 들고 계단을 오르내렸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빌라에서만 다섯 번을 오르락내리락한 뒤에는 무릎이 후들거렸다.
땀은 속옷까지 파고들었고, 마실 물은 금세 바닥났다.
거칠게 들이마신 숨이 목 안에서 뜨겁게 타올랐다.

민수는 중간에 잠시 차 안에 앉아 등을 젖히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태양은 그대로 머리 위에서 그를 내려찍고 있었다.
“진짜 죽겠다…”

다시 박스를 들고 뛰었다.
오후가 저물 즈음, 몸은 이미 기계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마지막 배송을 끝내고 차로 돌아왔을 때, 두 다리는 젖은 모래 위에 빠진 듯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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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되어서야 민수는 집에 들어왔다.
현관 앞에서 신발을 벗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털썩 주저앉았다.
온몸에서 땀이 흘러내렸고, 손바닥은 상자를 오래 쥐느라 벌겋게 부어 있었다.
“이게… 내 하루지.”

씻을 기운조차 남지 않았지만, 그는 억지로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책상 앞에 앉아 마이크를 바라봤다.

택배 기사로서의 하루는 끝났지만,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민수는 마이크를 조용히 손끝으로 쓰다듬었다.
“오늘도 불러야지.”

심장이 아직도 버겁게 뛰었지만, 노래 앞에서는 다른 사람이 되는 듯했다.
마이크를 켜자 방 안은 갑자기 다른 세상이 되었다.
택배로 지쳐버린 몸이, 노래 앞에서는 다시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민수는 깊은 숨을 내쉬고 노래를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도 너를 기억해, 내 사랑은 그림자처럼 사라지지 않아…”

짙은 감정을 끌어올리자 방 안 공기가 떨리듯 흔들렸다.
민수는 노래가 끝나자,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익명을 지키고 싶었지만, 목소리는 이미 세상 속으로 흘러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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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그는 결심 끝에 채널의 댓글 기능을 꺼버렸다.
영상 업로드도 잠시 멈췄다.
공지에는 이렇게 적었다.

“익명을 유지하기 위해 채널 운영 방식을 바꿉니다.”

팬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정체를 숨기려는 거네.”
“그게 매력이야. 얼굴 없는 가수.”
“그를 찾지 마. 그는 자유로워야 해.”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몇몇 커뮤니티에서는 “반드시 정체를 찾아내자”는 글이 오르내렸고,
유튜브에는 이미 ‘추적 콘텐츠’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민수는 눈을 감았다.
그의 노래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었다.
사람들의 감정을 강제로 흔드는 힘이었다.

그리고 세상은 결코, 그를 익명으로 두지 않을 것이다.
민수는 이제야 깨달았다.
이 모든 걸 감당할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