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택배기사》

2화 – 익명 속의 목소리

by 살라킴

어둠이 내려앉은 원룸.
컴퓨터 모니터만이 희미한 푸른빛을 내고 있었다.

민수는 작은 콘덴서 마이크를 손끝으로 쓰다듬었다.
노래를 부르겠다고 마음먹은 건 우연이 아니었다.
택배 상자 대신 받은 ‘작은 병’, 그 이후로 그의 가슴은 이상하게 들떠 있었다.

“말도 안 되지… 그래도 한번.”

그는 깊게 숨을 내쉬며 녹음 버튼을 눌렀다.
이 좁은 방, 허물어진 꿈의 잔해 위가 그가 가진 유일한 무대였다.

얼굴 없는 목소리.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 가수.
그의 채널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버린 꿈을 위로하기 위한 작은 숨구멍이었다.

민수는 마이크 앞에 앉아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익숙한 멜로디, 수없이 따라 불렀던 노래.

“별빛 아래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순간, 방 안의 공기가 흔들렸다.
모니터 불빛이 미세하게 떨리고, 벽에 걸린 그림자가 흔들렸다.
마치 노래가 공간 전체를 울리는 듯한 감각.

마지막 소절을 마쳤을 때,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노래는 단순한 커버가 아니었다.
민수는 곧장 영상을 업로드했다.

[영상 제목] 가면의 목소리 – 별빛 아래에서 (Cover)
[설명] ‘익명 속에서 부르는 노래, 오직 감정으로만 전합니다.’

“늘 그렇듯 별일 없겠지.”

그는 모니터를 끄고 이불속에 몸을 던졌다.
그러나 그날 밤, 무언가 달라지고 있었다.

“뭐…?”

민수는 새벽에 핸드폰을 확인하고 숨을 삼켰다.


새로운 구독자 528명 추가.
영상 급상승.
SNS 화제.

조회수는 단 하루 만에 10만 회를 넘겼다.
댓글은 폭풍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이거 그냥 커버곡이 아니야. 감정을 강제로 끌어올리는 느낌이야.”
“듣다가 갑자기 울었어. 이유도 모르겠고… 미쳤다.”
“중독된다. 계속 듣게 돼.”
“이거 진짜 프로 가수 숨겨놓은 거 아님?”
“뭔가 소름… 무섭기도 한데 자꾸 재생하게 돼.”

민수는 핸드폰을 쥔 손에 식은땀이 흘렀다.
사람들이 단순히 노래를 듣는 게 아니었다.
그의 노래에 압도당하고 있었다.

“… 진짜였어?”

1화에서 노인이 했던 말,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라는 예언이 떠올랐다.

실시간 트렌드에는 해시태그가 떠올랐다.
#가면의 목소리

언론과 커뮤니티가 들끓었다.

“익명의 유튜버, 목소리 하나로 심장을 울리다.”
“원곡보다 더 감동적이라는 평가. 정체는 누구인가?”
“정체불명의 가수 등장, 열풍 시작.”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한 공식 계정]
“이 커버… 소름 돋는다. 누군진 몰라도 최고다.”

“… 뭐라고?”

민수는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원곡 가수가 직접 반응한 것이다.
이제 ‘가면의 목소리’는 단순한 유튜브 채널이 아니었다.

그러나—

[DM 수신: Star Music Entertainment]
‘김민수 님 맞으시죠? 연락 부탁드립니다.’

민수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익명으로 숨었던 목소리.
하지만 이제, 누군가가 그를 찾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