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택배기사》

1화 – 마지막 배송

by 살라킴

“김 기사님,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택배 허브에서 나오는 마지막 인사였다. 김민수(35)는 손에 땀이 밴 택배 장부를 내려다보았다. 오늘 배달해야 할 마지막 물건이 딱 하나 남았다. 주소를 다시 확인한 뒤, 택배차의 시동을 걸었다.

서울 외곽, 오래된 주택가 골목.

주소에 도착했지만, 주변은 어둑어둑했다.

"이상하네. 이런 곳에 사람이 살까?"

주소를 따라가 보니, 허름한 한옥 한 채가 덩그러니 있었다. 문 앞에는 '장 씨 고서점' 이라는 낡은 간판이 흔들리고 있었다.

"여기 서점이 있었나?"

민수는 문을 두드렸다.

"택배 왔습니다!"

그러나 대답이 없었다.

그때였다.

문이 삐걱 열리더니, 안에서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나왔다.

"택배를 가져왔습니다. 장 씨 서점 맞나요?"

노인은 조용히 미소 지으며 민수를 바라보았다.

그러곤, 뜻밖의 질문을 던졌다.

"젊은이, 노래를 좋아하는가?"

"네?"

택배와 전혀 상관없는 질문에 당황했지만, 민수는 순간 망설였다.

사실, 그는 노래를 좋아했다.

아니, 예전에 좋아했었다.

학생 때는 가수가 꿈이었지만, 현실은 달랐다.

군대, 취업, 빚, 생계… 노래는 사치였다.

"어렸을 땐 좋아했죠. 근데 지금은… 뭐, 그냥 듣는 정도입니다."

노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 곡 불러보겠나?"

"…예?"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요구인가.

택배를 받지도 않고 노래를 부르라고?

"손님, 바빠서 그런데 물건만 받으시면…"

"부탁하네. 단 한 곡만."

노인은 깊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왠지 모르게 거절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하아…"

민수는 한숨을 쉬며 목을 가다듬었다.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며, 조용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노래가 흐르자, 주위의 공기가 달라졌다.

서점 앞의 바람이 고요해지고,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조차 사라졌다.

어쩐지, 세상이 노래에 집중하는 느낌이었다.

"……"

민수가 마지막 소절을 부르자, 노인은 박수를 쳤다.

그의 얼굴엔 이상한 미소가 떠올랐다.

"좋아. 훌륭해."

그리고는, 갑자기 작은 병 하나를 내밀었다.

"이 물을 마시게.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야."

"네?"

"이제, 자네의 노래를 듣는 사람들은 모두…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될 걸세."

"……"

미친 사람인가?

하지만, 왠지 모르게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민수는 병을 받아들고, 조심스럽게 한 모금 삼켰다.

그리고, 그 순간.

온몸이 전율로 뒤덮였다.

눈앞의 세상이 흔들렸다.

귀에는 수많은 목소리가 울렸다.

"더 듣고 싶어!"

"감동적이야!"

"이 노래, 내 인생을 바꿨어!"

"…뭐지? 이게 뭐야?"

그러나, 민수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눈앞의 노인은 사라지고 없었다.

택배를 받지도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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