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열심히 살뻔했다/ 하완

열심히 살아도 정말 안 되는 걸까

by 알토

창가의 봄빛이 나를 유혹했다.

일하기 싫은 어느 오후, 갑자기 휴가를 내고 시내 서점에 갔다.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의 제목에 눈이 갔지만 앞부분을 잠깐 보고 다시 내려놓았다. 그렇게 나는 에세이가 진열된 서고에서 자기 계발 분야의 베스트셀러 칸으로 발길을 돌렸었다.

"하마터면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을 뻔했다”.

제목만 보고 책의 내용에 대해 선입견을 가졌던 것이다.

역시! 읽기로 마음먹었으면 처음 몇 페이지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끝까지 완독해야 한다. 아무리 급조된 책처럼 보여도 읽다 보면 행간에서 삶의 내공이 느껴지는 문장이나, 순간적인 깨달음을 얻게 된다. 게다가 참을성을 가지고 한 장 한 장 읽다 보면 인내심도 깊어지니 일석이조다.


이 책은 생계를 위해서 지금도 회사라는 농경지에서 21세기형 농노 생활을 하는 자본주의 시대 직장인들의 자화상이다. 사는 게 재미없다. 회사만 오면 가슴이 벌렁 거리고, 얼굴이 빨개지면서 뒷골이 땡기기 시작한다. 일과 동료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열심히 하지도 않고, 하고 싶지도 않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그저 권태롭기만 하고, 직장 내에서의 갈등으로 상처 받고 아파한다. 퇴사를 하고 싶은데 다른 회사도 별반 나아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개미지옥이라는 자영업을 선택할 용기도 없다. 놀고먹으면서 살 수 있는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유산이 있는 것도 아니다.

경제성장이 더 이상 고용창출을 만들지 못하는 시대.

선진국 문턱에 진입하면서 처음 맞아 보는 저성장. 빈부격차는 점점 더 심화되고, 불평등의 골은 깊어진다.

열심히 해도 안된다고, 안될 것이라고 체념하면서 좌절을 안주 삼아 울분의 소주잔을 기울이다가 내일 다시 회사로 향한다.


사는데 지쳐서 푸념하고, 세상을 한탄하는 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저자는 모든 물질적인 유혹을 물리치고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삶에 대해 묻고 고민했다고 한다. 한 장 한 장 겸손한 경험들이 글을 채우고 있지만 특정한 직업 없이 <도>를 닦으면서 얻게 된 인생의 깨달음들이 책에 녹아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인내와 끈기로 성공과 부를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 소위 자기계발서는 우리에게 꿈을 준다. 아 그래 나도 밤잠 안 자고 열심히 하다 보면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돈이 저절로 내게로 왔어요! " 하면서 남들에게 자랑질하는 날이 올 거야.. 그러나 로또에 당첨된 사람이 주변에 없는 것처럼 이렇게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저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되는 일 보다 안 되는 일이 많고, 별것 아닌 일에 낙담하고 좌절하면서 세상을 원망하는 그저 그런 사람 중의 하나 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그동안 꾼 꿈이 개꿈이었다는 것을 나이 들어 깨닫게 되는데 이때 우리는 후회와 한탄 그리고 술로 노년을 맞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작은 일에 감사하게 되었고, 일상의 하루하루에서 감사와 기쁨이 늘어난다고… 득도의 경지를 이룬 저자가 한없이 부럽다. 루저가 아니다 위너다.


서점에 가보면 퇴사와 직장생활의 애환에 대한 이야기들이 부쩍 늘어나기 시작했다. 월요일 출근길이 힘들고, 사무실이 숨 막히는 감옥처럼 느껴지는 사람들이 나뿐만 아니라 이렇게 많다는 것에 위안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안쓰럽게도 이런 책을 쓰는 저자들이 대부분 아직 젊다.

젊고, 기회도 많은 그들이 희망이나 꿈을 너무 일찍 잃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기도 하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라는 상투적인 말을 그들에게 전하고 싶지는 않다.

웬만한 학교를 졸업하기만 하면 정말 웬만한 직장에 취직해서 먹고살 수 있었던 시대를 산 내가 어찌 그들을 이해하고, 고민을 같이 나눌 수 있을까?

하지만 나는 믿는다.

절망은 동굴이 아니라 터널이라는 것을...

언젠가는 그 터널을 지나 다시 일어나 달릴 수 있는 용기가 젊음 안에 숨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저자는 <도>를 닦고 나서 깨달은 몇 가지 Tip을 독자들에게 알려준다.


안 되는 것 때문에 너무 나 자신을 몰아붙이지 말아라.

남과 비교하지 마라. 나는 나고, 너는 너고, 엄친아는 엄친아다.

물질의 노예가 되지 말라.

뜻대로 안 되는 것이 인생이고 그게 정상이다. 비정상인 것에 마음이 상해 아파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