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 새끼’라는 말이 주는 불편함

'고아 새끼’라는 말이 주는 불편함

“고아 새끼라더니 아주 그냥 쓰레기구만 쓰레기. 고아 새끼들은 어떻게든 티가 나요, 티가 나!”

이 말은 지난 2019년 KBS2 TV에서 방영된 드라마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에서 나온 대사다. 이 드라마를 직접 보지는 않았지만 인기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떤 고아분이 우연히 이 대사를 듣고 기분이 상해 방송국에 사과를 요청하였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드라마 작가분이 극의 전개를 위해 이 대사를 적은 것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나 고아 당사자로서는 이 대사가 듣기에 어지간히 부담되었을 것 같다. 기사를 본 후 나는 ‘왜 이런 대사를 넣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고 앞으로 어떻게 이 사회에서 고아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선 위 대사에서 ‘고아 새끼’는 무엇을 뜻하고, ‘쓰레기’, ‘티가 난다’는 표현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말해 보고자 한다.

첫째, 고아 새끼란 무슨 뜻일까? 누군가가 “저 사람은 고아입니다.”라고 말했을 때 듣는 고아 입장에서 기분 나쁘게 듣지 않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직장이나 학교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나를 “고아 출신입니다.”라고 소개하면 내 기분은 어떨까? 물론 고아에 대한 강연을 한다거나 고아를 위한 행사에서 그렇게 소개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고아 출신입니다.”라고 하거나 친하지도 않은 사람이 그렇게 주변에 소개하는 것은 매우 부당한 일이다. 고아가 행복한 것이 아니라 고아라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고아라는 말을 싫어하는 보육원 퇴소생도 많으니 고아라는 말을 사용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 고아라는 말보다 훨씬 비인격적인 ‘고아 새끼’는 무슨 의미일까? 새끼란 사전적으로 말해 낳은 지 얼마 안 되는 어린 짐승이나 자식을 낮잡아 이를 때 사용하는 단어이다. 즉 속되게 어떤 사람을 욕할 때 이르는 말이다. 예를 들어 ‘망할 놈의 새끼’라고 사용할 때 그렇다. 매우 비인격적인 표현이며, 아주 혐오스러운 말로 상대방을 무시할 때 사용하는 단어다. 이 단어를 고아라는 말에 붙여 ‘고아 새끼’를 사용하는 것은 너무나 부도덕하고 양심이 결여된 태도다. 인간을 인간답게 바라보고 사람으로서 품격 있게 바라보지 않고 차별적으로 편견을 갖고 대하는 자세다. 어떻게 이 단어를 사용할 수 있을까? 나는 어릴 때 친구들과 싸운 일로 일반 가정 어른들로부터 혼날 때 이 말을 자주 들었는데, 지금도 이 말을 들으면 그때가 생각나면서 치가 떨리기도 한다. 어릴 때는 고아란 어떤 사람인지도 잘 몰랐고 어렸으니 새끼란 말의 의미도 잘 몰랐는데, 지금 성인이 되어 성인들이 즐겨 보는 인기 드라마에서 ‘고아 새끼’란 말을 사용한 것을 알고 나니 너무나 어이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 작가분을 만나 그 대사를 사용한 뜻을 한번 따져보고 싶다.

만약에 극 중에서 ‘장애인 새끼’라고 했다고 치자. 아마도 그 드라마는 하차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장애인 비하로 더는 방송을 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우수한 편이다. 장애인에게 신체적, 정신적 손상을 끼쳤거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할 경우 국가는 차별 금지법에 따라 차별받은 장애인의 권리를 구제하며 차별한 사람에게 법적인 조치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고아로 성장하여 마음에 장애를 안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그들을 더 감싸 주고 안아 주지는 못할망정 방송을 통해 고아를 비방하고 비난하여 우리 사회에서 고아에 대한 선입견을 갖도록 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두 번째는 ‘쓰레기’란 말이다. 고아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쓰레기’라고 표현하는가? 극 중에서 고아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을지라도 그를 쓰레기로 표현하는 것은 참으로 역겨운 방식이다. 혐오스럽고 너무나 황당한 대사다. 쓰레기란 더는 사용할 필요가 없어서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버려지는 것을 말한다. 즉 고아를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없는, 누구에게도 필요하지 않고 도움이 되지 않는 형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드라마에서 장애인을 두고 쓰레기란 표현을 사용했다면, 주변 언론의 반응은 어떨지 쉬이 짐작할 수 있을 것이고, 장애인분들은 부모님을 통해 자신들의 힘들고 고통스러운 점을 세상에 밝힐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고아들은 자신을 대변해 주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이런 차별적 현실에 대한 고려 없이 드라마의 대사로 쓰인 것이다. 이 세상 그 누구도 부모와 함께 살지 않는다는 이유로 쓰레기라는 말을 들어서는 안 되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초라한 아이들로 여겨서는 더더욱 안 된다. 고아들에게도 그들의 인생이 있고,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아이들이 세상에는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티가 난다’는 표현이다. 무슨 티가 난다는 말인가? 고아라서 나는 잘 모르겠다. 여러분은 아는가?

고아들은 티가 난다는 것은 운동선수가 운동선수처럼 보인다거나, 소방관이 소방관 같다거나, 욕심이 많은 사람이 무언가를 더 가지고 싶어할 때,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때 쿨하지 못하고 끝까지 잡으려고 하는 것. 못 먹고 자란 사람이 뭐가 잘 보이려고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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