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여러분은 평소 누군가를 돕고 있는지 궁금하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고정적으로 후원금을 보내거나, 정기적으로 자원봉사를 하는 등의 도움말이다. 누군가를 도와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 것이 바로 후원이다.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 어려운 일 같으면서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후원이다.


나는 후원을 실천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는 한 사람이 살아온 성장환경과 배경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넉넉한 환경에서 자라왔어도 가난한 이들을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전혀 반대의 경우도 있다.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면서 부유한 사람들을 꺼려하거나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 부자인 사람들을 부러워하기 보다는 자신도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도 있다. 무엇보다 주변 환경의 지배를 받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아름답게 꾸려 나가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가 중요하다.


내가 보육원 아이들을 돕는 일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내가 이십년 넘게 살았던 보육원을 퇴소한 후에도 보육원으로 가서 동생들을 만나고, 과자를 사주고 용돈을 쥐어 주는 것을 나는 당연하게 생각했다. 누군가에게는 특별하고, 대단하게 보일 수 있는 행동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몇몇 지인들은 나의 이러한 행동을 이해를 하지 못하거나 때로는 잘난 척을 한다고 여기기도 한다. 대부분의 보육원 퇴소생들과는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후배들이 힘든 환경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체계적인 후원이 가능하도록 단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한국고아사랑협회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단체를 만들고 나니 또 하나의 넘어야 할 산이 생겼다. 단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후원금이 필요했다. 넉넉지 못한 나의 경제력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정기후원자가 꼭 필요했다. 후원아동으로 성장한 내가 후원을 해달라고 요청한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너무나 부끄러웠다. 물론 그 후원금을 내가 쓰는 것은 아니지만 자칫 괜한 오해를 살까 싶어 후원해달라는 말을 할 때마다 부담스러웠다.


나의 성장 배경을 아는 몇몇 지인들은 먼저 후원을 하겠다며 응원해 주기도 하지만 갑자기 전화를 해와 나를 도와주겠다면 일면식도 없는 분들과의 통화는 매번 조심스러웠다. 자칫 보육원 출신이 만든 단체라는 정체성 때문에 괜한 동정을 사지 않을까 고민스럽기도 했다. 어릴 때 기억을 떠올려 보면 보육원 원장님은 후원자들이 방문할 때마다 허리가 부러질 정도로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했고 온갖 애교가 가득한 말을 하며 그들의 후원을 치켜세우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나는 남의 후원을 받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님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보육원 아이들을 위해,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셨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특히 후원을 위한 SNS 홍보는 너무나 힘들었다. 후원을 요청하려면 대중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왜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어떻게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행여나 보육원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지는 않을지 고민이 되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나름대로 바르게 성장했다고 생각하는 나 스스로를 어떻게 잘 포장하면 좋을지 매번 고민스러웠다.


하지만 나는 고민은 접어두기로 했다. 그저 ‘도와주세요’ 라고 말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다. 보육원생이 아니라 하더라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와달라고 얘기해야 한다. 몇몇 사람들은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걸 어려워한다. 왜냐하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약점을 보이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혼자서 문제를 떠안아야 한다. 보육원 아이들도 비슷하다. 아이들은 보육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오랜 보육원 생활로 인해 자존감이 낮아져 자신의 욕구를 낮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경험과 거절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가득하다.


하지만 아이들을 돕는 후원을 권장하는 것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다. 사람들의 도움이 얼마나 유익한지, 얼마나 가치 있는 곳에 후원이 쓰일지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완벽한 사람은 없기에, 서로는 서로를 도와야 한다. 나는 사실 어릴 때부터 후원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은 후원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회에서는 ‘남에게 신세를 지면 안 된다, 신세를 지면 반드시 갚아야 한다’고 교육 받는다. 받은 만큼 돌려주어야 하고, 신세를 갚지 못할까 두려워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은 준만큼 돌려받으려 하고 남을 돕지는 않는다. 보육원을 후원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잘 되기 위한 이기적인 이유로 아이들을 후원하지 않는다. 보육원에 사는 가여운 아이들이 실패의 나락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 이들을 돕기 위해 후원하는 것이다.


그동안 나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자신 있게 후원을 권하지 못했다. 너무 조심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창피하기도 했다. 이제는 조금 더 용기를 내고자 한다. 보호 아동들도 마찬가지다. 도움이 필요하다면 자신있게 요청하기를 바란다. 도움을 받지 못해 실패의 나락으로 빠지기 보다는 자존감을 키우고 용감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아이들을 돕기 위한 단체를 운영하면서 쌓여왔던 고민은 나 자신이 스스로 후원을 요청할, 도움을 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후원을 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공동체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사명이자 의무이다. 주위를 둘러보자. 그리고 후원할 곳을 찾아보자, 그리고 당장 지금부터 실천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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