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후원아동이다
최근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연을 통해 월드비전 조명환 회장님의 강의를 들었다. 학문적으로도 큰 성취를 이루고 사회적으로도 덕망을 쌓은 명사로 세계적인 구호단체의 수장인 것도 놀랍지만 무엇보다 본인 스스로가 후원 아동임을 밝히고 누군가의 도움을 통해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했다는 이야기는 더욱 놀라웠다. 세바시 강연 서두에 자신을 소개하면서 후원아동임을 밝히는데 나는 온몸에 전율이 흐를 정도로 감동을 받았다.
그동안 자선 단체의 도움을 받아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기는 했지만, 조명환 회장님처럼 45년간 후원을 받으며 서로 의지하는 관계, 힘이 되어주는 좋은 관계로 지내는 경우는 매우 보기 드물다. 후원아동으로서 가난을 이겨내고 굳은 의지로 인생을 개척하여 월드비전의 회장이 되어 사회로부터 받은 사랑을 환원하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고 깊은 감동을 주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나도 후원아동이다. 보육원에서 후원을 받으며 하루하루 살았다. 나는 어릴 때부터 후원을 받는다는 일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후원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얼마나 여유가 있고 잘 살기에 우리들을 도와주는 걸까, 라고 생각하며 부러운 생각도 들었다. 어른이 되어 보니 새삼 그분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떠올려 보면 초등학교 시절에는 미국에서 후원금을 보내주시는 분도 계셨다. 미국이라는 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한 번도 만난 적도 없는 분이 나를 돕는다는 것이 의아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궁금하기도 했다. 과연 어디에 살며 어떤 분인지 궁금했다. 나중에 고학년이 되어 미국이라는 곳을 알게 되고 영어로 온 편지를 읽으며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도 가질 수 있었다. 만약 내가 후원아동이 아니었다면 경험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참 운이 좋았다.
첫 책을 내고, 보육원 출신이라는 것을 공개하게 되었지만 누군가의 관심과 후원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살아온 것 같아 부끄러웠다. 이제는 후원을 받고 있지 않지만, 굳이 그러한 과거를 되새길 필요는 없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가지는 것, 누군가의 도움을 잊지 않는 것은 온전한 자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자신이 받은 것을 사회에 환원하고자 하는 조명환 회장의 노력이 참으로 대단해 보였다. 자신이 후원아동이었다는 걸 밝히는 것이 조심스러울 수 있겠지만 과거를 인정하고 당당하게 살아간다면 주변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자라면서 감사해야 할 사람들이 너무나 많고 사람들로부터 받은 도움을 나누어야 한다는 부담도 알게 되었다. 후원아동으로 성장한 지금은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이 대단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당연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많은 이들은 나에게 보육원 출신이니 후배들을 도와주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며 치켜세우거나 같은 배경에서 성장했으니 더 잘 알고 더 잘 도와줄 것이라 쉽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내가 고아라서 아이들을 돕는 것은 아니다. 나는 고아가 아니더라도 남들을 도울 것이다. 고아이기 때문에 다른 이들의 아픔을 더 잘 이해하는데 더 쉽게, 깊게 공감하겠지만 내가 고아이기에 그들을 돕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밝히고 싶다.
그렇다면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후원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후원아동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숨기고 싶은 일일 수 있지만 자신의 받은 사랑을 누군가에게 흘러가도록 하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신이 후원자가 된다면 새로운 후원아동이 탄생하고 이 사회는 한층 더 밟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후원아동을 만나지 못한다고 해도 그 아동은 항상 여러분들의 사랑으로 좋은 미래를 만들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