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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에 있는 보육원 후배

정신병원에 있는 보육원 후배


보육원 후배 중 나랑 생일이 같은 후배가 있다. 나는 내 생일에 누군가로부터 축하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이 많이 아프진 않았다. 그렇게 아쉽지도 않았다. 내 생일은 그냥 지나가는 하루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7살 어린 나와 생일이 같은 후배를 볼 때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나는 생일이 그리 중요하지 않았더라도, 어린 동생이 생일을 제대로 축하받지 못한다는 것이 참 슬펐다. 그래서 내가 선물을 주었다. 그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에 오히려 내가 더 기분이 좋았다. 


그 후배는 보육원을 퇴소한 후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우연히 부모가 없는 여성을 만나 동거를 하게 되었다. 예식을 올리지 않고 함께 살기 시작한 그들의 삶에는, 그리 행복이 오래가지 않았다. 동거인은 후배가 모아놓은 돈을 명품을 사는 데에 탕진하는 등 소비욕이 많았다. 후배는 씀씀이 많은 여성과 잦은 다툼이 있었고 결국 그 여성은 남은 돈을 갖고 떠났다. 여성이 떠난 충격에 후배는 정신적인 문제를 갖게 되어 편의점에 흉기를 갖고 들어가 점원을 위협하여 치료감호소 2년 6개월 실형을 받게 되었다. 


치료감호소는 일정기간동안 주기적으로 심사를 받는다. 그 심사를 통과해야만 그곳을 벗어날 수 있는데 후배는 6년을 치료감호소에 있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심사관들이 부모가 없기에 후배 퇴소에 대한 심사기준을 높인 것은 아닐까 하는 조그마한 의심이 든다. 비단 그러한 의심뿐만 아니더라도, 부모가 없다는 것은 심사를 통과할 근거를 박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후배는 오랫동안 그곳을 떠나지 못했다. 부모가 없다는 것이 그 후배에게 족쇄가 되어 사회에 나와서도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것이었다. 


치료감호소를 나온 후 후배는 보호관찰을 여전히 3년 동안 받아야 했다. 현재 그 후배의 보호자는 지역 시장이라는 말도 들었다. 성인인데 여전히 사회복지의 굴레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살아가는 후배를 보면 참 애석하다. 일주일 2-3회 전화통화를 하는데 코로나로 인해 면회도 제대로 못하는 후배와 통화할 때면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성탄 이브인 오늘 아침에 전화가 와 언제쯤 면회가 될지 모른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그 어떠한 위로의 말도 해 줄 수가 없었다. 코로나가 잠잠해서 최근 치킨과 짜장면을 사 면회를 갔는데 그 자리에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그동안 얼마나 먹고 싶었을까 참 안쓰러웠다. 심지어 자장면을 8년 만에 먹는다는 말에 말문이 막혔다. 


수급자인 그 후배는 현재 정부로 받는 금액을 보육원 보육사에게 맡기고 있다. 그 보육사는 일흔이 넘었는데 보육원을 퇴직한 상황인데도 후배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다. 다행이라고 생각하면 참 다행이다. 

후배에게 친동생이 한명 있었다. 그 동생은 4살 경에 입양을 갔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과 헤어진 후배는 최근 들어 동생이 더 보고 싶다고 한다. 서로의 인생이 달라진 것은 누군가의 선택에 의해 운명이 좌우된 결과라고 볼 수 있을까.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든다. 나는 그 후배에게 어떤 선배인가? 내가 해야 될 일은 무엇인가? 매달 한번밖에 면회를 가지 못하지만 그 후배를 생각할 때면 이 땅에 부모가 없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을지 가슴이 아프다. 후배가 있는 정신병원에도 고아가 많다고 들었다. 왜 이땅에 많은 사람들이 부모와 떨어져 사는지 그 연유를 다 알 수는 없지만 참으로 애석하다고 생각한다. 


후배와 통화할 때면 나의 모습이 너무나 부끄럽다.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그 후배를 생각하면 내 생활이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후배와 비교하는 것이 매우 부적절할 수 있지만 나는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든다. 후배는 1년 뒤 사회에서 나온다. 사회에 나오기 전에 내가 도와줄 것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본다. 부디 그 후배가 힘든 시간을 잘 견뎌내고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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