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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척하지 말라고 하는 어느 구독자에게

잘난 척하지 말라고 하는 어느 구독자에게(나는 나를 자랑한다)     


  나는 종종 나 자신을 되돌아본다. 내가 길을 잘 걷고 있는지, 나의 삶이 올바른 방향으로 향해있는지 스스로 묻고는 한다. 이런 성찰의 근원에는 아마도 주위 사람들을 의식하는 내 모습이 자리한 것 같다.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당하지 않으려, 그리고 그들에게 멋진 사람으로 비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어릴 적부터 보육원 출신이라는 꼬리표는 나로 하여금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체화하도록 만들었다. 혼나지 않으려는, 혹은 혼날 일에 대비하려는 방어적인 모습이 그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얼마 전, 유튜브 채널에 한 구독자가 “잘난 척하지 말라”는 댓글을 남겼다. 그 댓글을 읽고 문득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고민했다. 그 사람이 보육원 출신이 아니라면 편견을 가진 것이며 보육원 출신이라면 깊은 상처 속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왜 나는 자랑을 하면 안 되는가? 아니, 그 전에 유튜버가 무슨 자랑거리라도 되는 것일까? 사실 4년 전 유튜브를 시작할 때 나는 구독자가 빨리 늘기를 바라며 보육원의 현실과 보호아동들의 목소리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구독자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나는 오히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었고, 그만큼 더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 내 삶에 만족을 느끼고 있다. 비록 고아로 성장했지만 이제는 한 가정의 가장이자 장학사로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수많은 보육원 출신들이 여전히 자신의 과거를 숨기며, 성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과거가 드러날까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서 보호아동에 대한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자랑을 통해, 고아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     

 

  어느 날, 자립 준비 청년을 돕는 민간단체의 간부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단체에서 자립 준비 청년 단체 사업을 담당하는 사람이 보육원 출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의 과거를 알지 못했다. 분명 그는 후배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이 일을 시작했겠지만, 자신을 드러내는 일에는 두려움이 있는 듯했다. 이는 단지 그 사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땅에는 변호사, 의사, 헤어디자이너, 유치원 교사 등 다양한 직업군 안에 보육원 출신이 일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출신을 숨긴 채 살아간다. 나는 그들의 선택이 이해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을 숨기고 살아가야 하는 고아들의 현실이 너무도 안타깝게 느껴진다.      

  내가 교사로 일하던 시절, 친목회장을 맡아 부부동반 행사를 준비한 적이 있다. 나는 서로를 더 깊이 알아가며 좋은 시간을 보내길 바랐지만, 교사들은 대부분 부부동반 행사를 꺼렸다. 나는 아내를 사람들에게 공개하는 일이 전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나만의 생각이었다. 영천교육지원청에 근무할 때는 가족들이 휴가를 맞이하여 김천으로 내려왔다. 나는 오전 근무를 마친 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가족들은 나의 사무실에 들려 직원들과 과장님께 인사를 드리고자 했고, 나는 아내와 세 딸을 소개하였다. 첫째, 둘째, 셋째 모두 제각각 나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렇다. 나는 내 삶을 자랑하고 싶다. 내 삶이 평범하지 않은 만큼, 나의 자랑은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용기와 희망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그리고 나는, 나의 자랑이 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매일 용기를 낸다. 유튜브 댓글 중에는 종종 나를 알아보고 이야기를 건네는 사람들이 있다. 평범하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 어른이 되어서도 평범하지 않게 살아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스스로 약해지기 싫어서 더 자랑하고 싶다. 수많은 자립 준비 청년들에게 인생의 선배로서, 나는 그들의 자랑이 되고 싶다. 더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랑할 수밖에 없다. 사실 내가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내게 주어진 이 인생이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처럼 보일 뿐이다.      


  앞서 언급한 유튜브 댓글의 작성자가 보육원 출신이라면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 어쩌면 이 사람은 자신의 과거를 자랑할만한 것이 없다고 느끼며 “보육원 출신이 무슨 자랑거리냐”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 사람의 생각도 일리가 있다. 자신을 공개함으로써 감당해야 할 불편함, 꼬리표, 그리고 사회적 편견들이 그에게는 너무나 큰 부담일 수 있으니까. 그러나 그런 생각들 때문에 자신의 삶이 더 비참해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당당하게, 그리고 자신 있게 살아가기를 바란다. 더 열심히 살아서, 자랑하고, 잘난 척하며 살아가기를 바란다. 이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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