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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Jul 30. 2023

[D-155] 극복의 5단계

211번째 글

약점을 극복한다는 것은 과연 무슨 의미일지를 생각해 보았다. 이 '극복'이라는 과정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전적 의미의 '극복'은 '악조건이나 고생 따위를 이겨 냄'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약점을 극복한다는 것은 약점을 이겨 낸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약점을 이겨 낸다는 것은 또 무슨 뜻일까.


나는 약점을 이겨내는 방식에는 다음 다섯 가지 단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1단계. 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2단계. 약점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는 것
3단계. 약점을 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
4단계. 약점에도 불구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
5단계.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어 내는 것


이 '극복의 5단계'의 첫 번째인 1단계는 나에게 어떤 약점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과정이다.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약점이 무엇인지 아는 단계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는 나를 꼼꼼히 관찰하고 스스로를 성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서 나는 내가 어떤 약점을 갖고 있으며 어떤 상황에서 이 약점이 특히 문제가 되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


문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했으면 이제 그걸 고치려고 애쓰는 단계가 시작된다. 바로 2단계이다. 2단계는 내 약점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해 보는 과정이다. 약점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것이 내 것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단계에서는 어떻게 해야 이 약점이 사라질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이런 약점을 갖고 있지 않은 다른 사람들과 비슷해질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나 자신을 '치료'해서 다시 '정상'으로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한다. 이 과정은 대체로 고통과 괴로움을 수반한다. 그리고 수많은 실패들을 경험하게 된다. 약점을 완전히 없애고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실패들을 겪고 나면 3단계로 넘어가며 한 단계의 성장을 이룰 수 있다. 바로 약점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그 약점을 무조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고 없애고 고치려 노력하는 단계가 2단계라면, 3단계는 약점 또한 나의 일부이며 이 약점 또한 내 삶을 다채롭게 칠하는 수많은 색깔들 중 하나였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이다. 내가 약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그래서 그 약점을 아예 없던 것으로 할 수는 없다는 것, 그동안 이 약점과 더불어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어느 정도는 함께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극복의 세 번째 단계이다. 이 3단계까지 오면 이제 고통은 조금씩 사그라들고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한다.


3단계의 마음 상태에 익숙해지고 나면 자연스럽게 4단계로 이어진다. 약점에도 불구하고 무언가 가치 있는 것을 만들어내는 단계. 이 4단계는 내가 어떤 위대한 예술 작품을 탄생시킨다거나 엄청난 업적을 남긴다는 뜻이 아니다. 가치는 이러한 업적이 아니라 삶을 지속하는 것 그 자체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4단계는 내가 약점을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내가 가진 약점이 나를 온통 집어삼키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며, 그 약점을 가지고 삶을 계속 지속해 나가겠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저 존재하기를 지속하겠다는 이 결심은 아주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4단계까지를 살펴보면 아직 약점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5단계에 다다를 수 있다. 5단계는 약점을 더 이상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 단계이다. 마지막 5단계에 오면 나의 약점은 더 이상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활용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여기서 진정한 극복이 이루어진다. 5단계에서는 약점이 더 이상 약점이 아니기 때문에, 약점을 강점으로 승화시켰기 때문에, 온전히 약점을 이겨 낼 수가 있다.


언젠가는 이 극복의 5단계를 모두 거쳐서 내 약점들을 극복할 수 있을까. 그토록 없애고 싶던 내 약점들을 이겨 낼 수 있을까. 언젠가는 그토록 미워하던 나 자신을 그대로 품고 온전히 사랑해 줄 수 있을까. 그러길 바라본다.



/

2023년 7월 30일,

소파에 앉아서 스포츠 중계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Kaspar Allenbach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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