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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Jul 31. 2023

[D-154] 더 많이 이야기할수록

212번째 글

어떤 주제들은 대화 주제로 적절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예를 들면 정치나 종교 문제 같은 것. 아니면 의견이 갈리는 사회 이슈와 관련된 것. 또는 질병이나 장애와 관련된 이야기. 차별과 인권에 대한 이야기. 죽음이나 성적인 이야기. 나는 어릴 때부터 이런 이야기들을 입에 올려서는 안 된다고 배웠고, 이런 대화 주제들을 터부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자랐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민감한' 대화 주제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를 그만두었기 때문에, 이런 '민감한' 주제들을 더 이상 이해하지 못하게 되지 않았나 싶다. 혼자 책을 찾아보고 기사를 읽고 웹 서핑을 하면서 배우는 것이 전부일 뿐,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배우지를 못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배척하게 되었고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 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극단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와 의견이 다르면 '틀렸다'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그 다른 의견은 '들어 볼 가치도 없는' 생각이라고 여기게 되었으며, 다른 의견을 말하는 사람은 '상대할 가치도 없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듣는 일에는 언제나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나와 다른 의견이라도, 듣고 싶지 않은 말이라도, 멍청하기 그지없는 헛소리처럼 들려도, 들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다 듣고 나서 "쓰레기 같은 대화였네."라고 생각하며 돌아서게 되더라도 말이다. 왜 그 사람이 그렇게 멍청한 헛소리를 하는지를 들어 볼 필요가 있는 거다. 거기서부터 이해가 시작되고, 거기서부터 더 넓은 고찰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민감한 대화 주제들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우리가 이 문제들을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귀를 막게 만들었다. 의견들 뒤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지 못하게 만들었다. 서로를 미워하고 혐오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은 것들에 대해서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터부시되는 대화 주제들을 더 많이 끄집어내고 더 많이 대화하고 더 많이 외쳐야 한다고 말이다. 그렇게 터놓고 이야기하면 할수록 이 '민감한' 주제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고, 토론과 논쟁을 벌이며 더 깊이 이해하고 진실로 이해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

2023년 7월 31일,

침대에 엎드려서 선풍기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Sergey Pesterev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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