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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Aug 01. 2023

[D-153] 꾸준함은 배신하지 않는다

213번째 글

내가 살면서 몸으로 느끼고 배워서 알게 된 것 하나가 있다면 바로 꾸준함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꾸준히 하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좋은 결과를 얻게 된다. 나는 확신에 차서 말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사람이지만, 이것만은 사실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흔히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이 말에는 확신이 없다. 왜냐하면 노력은 배신하기 때문이다. 어떤 일들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해낼 수 없고, 어떤 결과들은 노력으로 얻어내지지 않는다. 그래서 노력은 때로는 나를 배신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노력의 목표는 성과를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력하는 사람은 특정한 성과를 얻어내기 위해서 분투한다. 노력은 그 성과까지 도달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래서 노력으로 이뤄낼 수 있는 성과에는 나 자신의 노력뿐만 아니라 다른 외부적 요인들이 많이 작용한다. 이를테면 운 같은 것들 말이다. 그래서 운이 나쁘면 노력을 했어도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지 못할 수도 있다. 내가 노력한 만큼의 성과를 쟁취해내지 못할 수 있고, 원하는 지점에 도달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노력에게는 운이 나쁘면 배신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꾸준함은 다르다. 꾸준함의 목표는 어떤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하는 것 그 자체에 있다. 꾸준함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고, 수단이 아니라 목표 그 자체이다. 예를 들어 '노력'의 목표가 3개월 내에 5kg을 감량하는 것이라면, '꾸준함'의 목표는 오늘 30분 운동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일도, 모레도, 3개월 동안 꾸준히 30분 운동을 해내는 것이다. 노력이 목표로 삼은 5kg 감량이라는 성과는 어쩌면 얻어내지 못할 수도 있지만, 꾸준함이 목표로 삼은 30분 운동은 오늘 내가 하기만 한다면 무조건 달성된다. 그래서 꾸준함에는 실패가 없다. 꾸준히 운동을 잘 했다고 해도 3개월 후 체중계 앞에서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아니야'라고 슬퍼할 수는 있지만, 그 경우에도 이미 꾸준함이라는 목표는 달성한 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 좋은 것은 꾸준함이 내게 만족감을 준다는 사실이다. 내가 원하는 만큼의 성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꾸준히 잘 해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그 사실만으로도 나는 성장할 수 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적어도 무언가를 꾸준히 해내는 경험을 얻을 수 있고, 몸과 마음을 위한 좋은 습관을 얻을 수 있다. 


그래서 꾸준함은 배신하지 않는다. 꾸준히 걸어 나간다면 최초에 목표한 바로 그 지점에 도달하지는 못할 수는 있어도, 처음의 위치가 아닌 어딘가에 도착해 있을 테니까. 무엇이든 꾸준히 한다면 뭐라도 얻을 수가 있다. 그게 원하는 성과이든, 잘 해왔다는 만족이나 위로이든, 좋은 습관이든 간에 말이다.



/

2023년 8월 1일,

버스에 앉아서 에어컨 바람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Maxime Horlaville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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