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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Aug 02. 2023

[D-152] 더 넓고 더 효율적인 치료법

214번째 글

요즘 나는 하루의 일정 부분을 헬스장이나 요가매트 위에서 보내고 있다. 매일 조금이라도 운동을 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스트레칭이라도 매일 하려고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새벽이나 퇴근 후 저녁시간에 꼭 가벼운 스트레칭을 한다. 헬스장에서 PT를 받으며 올바른 스트레칭법도 배워서, 배운 대로 몸 이곳저곳을 풀어 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그런데 올바른 스트레칭법을 배우면서 알게 된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몸의 근육은 다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스트레칭을 제대로 하게 되면서 몸으로 체감하게 되었다. 예를 들면 스트레칭을 배우기 전에 나는 무릎이 아프면 아픈 부위 바로 그곳에 자극이 가도록 스트레칭을 했었다. 폼롤러로 아픈 곳을 풀어 주거나 마사지볼로 누르면서 말이다. 그런데 사실 무릎이 아플 때 그렇게 무릎을 직접적으로 풀어 주면 안 된다고 한다. 아니, 되긴 되지만 무릎 근육은 연약해서 다칠 수도 있다고 한다. 부상 위험을 방지하면서 무릎 근육을 제대로 풀어 주는 방법은 바로 허벅지에 자극이 가도록 스트레칭을 하는 거였다. 내가 무릎이 아픈 이유는 허벅지가 지탱해줘야 할 무게와 허벅지가 받아줘야 할 충격을 무릎이 대신 받고 있기 때문이고, 그렇게 허벅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허벅지 근육이 뭉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허벅지의 뭉친 근육을 풀어주면 자연스레 무릎도 아프지 않게 되는 거다. 그래서 효율적으로 다치지 않고 무릎 통증을 줄이려면 무릎이 아니라 허벅지를 마사지하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허벅지를 폼롤러로 마사지해 주니 마법처럼 무릎 통증이 훨씬 완화되었다.


몸의 모든 근육들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을 가장 많이 느끼는 건 바로 발바닥 스트레칭을 해줄 때다. 나는 족저근막염이 있어서 발바닥이 많이 아프다. 특히 하루 종일 밖에 나가 있다가 집에 들어오는 저녁 시간이 되면 발이 퉁퉁 부어 있는 느낌이다. 전에는 발바닥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 나는 마사지볼로 발바닥 마사지만 해 주었었다. 그것도 괜찮지만, 더 효율적으로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종아리와 허벅지까지 풀어 주어야 한다는 것을 헬스장에서 배웠다. 발바닥 근육이 종아리까지 쭉 이어져 있고, 종아리 근육은 허벅지까지 이어져 있어서, 발바닥의 염증 때문에 종아리가 대신 무리를 해서 뻣뻣해지고 아프고, 종아리가 그렇게 굳어 있으니 허벅지가 또 무리를 해서 허벅지 근육이 뭉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발바닥 마사지에 추가로 종아리와 허벅지 마사지까지 더해 주어야 좋다고 한다.


한 부분이 아프다고 해서 그 부분만 계속 신경 쓰면 안 된다는 것, 그 부분을 포함해서 주변까지 잘 살펴야 한다는 것을 스트레칭을 통해 배웠다. 어쩌면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그런 것 같다. 내 마음의 이 부분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그 부분이 아니라 다른 부분을 들여다보아야 할 때가 있다. 또는 내 마음이 어느 한 곳만 조금 아픈 줄 알았는데, 그 작은 아픔 때문에 사실 그 주변의 다른 부분들도 모두 앓고 있었고, 이 통증을 없애기 위해서는 그 커다란 부분을 모두 치료해야만 할 때가 있다. 모든 것은 다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서 서로 상호작용을 한다. 어떤 것도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원인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사라져도 여전히 고통은 남아 있기도 하고, 구석의 아주 작은 상처가 온 마음을 다 아프게 찌르기도 한다.


그래서 나 자신을 들여다볼 때는 더 넓게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그 감정, 그 경험만 어떻게 해 보려고 애쓰지 말고, 그 감정이 무엇 때문에 생겨났고 그 경험의 원인은 무엇이고 또 어떤 다른 감정과 경험으로 이어졌는지를 잘 들여다보아야 한다. 이 문제가 어디까지 연결되어 있는지, 어느 부분의 뭉친 응어리를 풀어 주어야 하는지를 자세히 보고 열심히 고민해 보아야 한다. 허벅지 마사지로 시큰거리는 무릎 통증이 사그라들듯이, 옛날 옛적의 상처에 연고를 발라 주어야 지금 내 마음이 나아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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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2일,

버스에 앉아서 희미하게 울려 퍼지는 라디오 음악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Giorgio Grani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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