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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Jul 29. 2023

[D-156]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들

210번째 글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살고 있구나. 요즘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아마 이건 내가 요즘 다큐멘터리나 TV 프로그램을 자주 보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보는 것들은 그냥 일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잔잔하게 보여주는 것들이다. 도시 생활을 뒤로하고 시골에 내려와서 살기로 결심한 부부, 건축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지만 노후를 보낼 집을 직접 짓기로 결심한 사람,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서 친환경적인 삶의 방식을 새로 시작해 나가는 가족, 외딴섬에서 등대를 밝히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 등, 아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는 TV를 통해 만나 보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에도 사람들은 늘 가지각색으로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집 수리비가 아까워서 직접 집을 고치기로 결심하고 셀프 인테리어를 시도했다는 사연이 내가 보는 TV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한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는 유튜브를 켜서 배우고, 누군가는 건축 학교에 입학해서 기초부터 배우고, 누군가는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누군가는 일단 건축 자재부터 구매하고, 누군가는 계획부터 그린다. 사고하는 방식과 행동하는 방식이 모두 다른 것이다. 그래서 '평범하지 않은' 삶을 선택한 사람들의 삶도 다 제각각이다. 누구 하나 똑같은 방식으로 살아가지 않는다.


이런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나는 그동안 내가 얼마나 좁은 범위의 삶을 살아왔는지를 느낀다. 나는 비교적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낀다. 나는 모험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고 겁이 아주 많은 사람이라, 사회에서 '평범하다'이라고 부르는 일반적인 삶의 루트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거의 하지 않았다. 평범한 삶을 유지하며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얼마나 운 좋은 일인지를 알기에 이 점에 감사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막연하게 남들과 다르게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획일화된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시도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때로는 든다. 그동안 내가 겁이 나서 해보지 못했던 경험들이 많다는 것을 알기에 더 그렇다. 그래서 나는 내가 쳐 놓은 울타리 안에서 안전함을 느끼면서도, 이 울타리가 둘러진 땅을 조금 더 넓히고 싶다는 욕망도 갖고 있다.


나는 21세기에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이 대체로 비슷하다고 생각했었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특히 획일화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여겼었다. 주거 환경은 대부분 아파트, 학교를 다니고 시험을 보고 졸업하고 취업하는 루트를 거치는 인생 등, 모두가 비슷비슷하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가 비슷하게 살고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는 사실을 다큐멘터리나 여러 방송들을 보며 깨닫고 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살고 있구나. 나와는 다른 삶의 형태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 그런 생각을 요즘 자주 하고 있다.



/

2023년 7월 29일,

소파에 앉아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Clark Gu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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