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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Dec 11. 2023

[D-21] 내가 미래인이라고?

345번째 글

이제 2023년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20일 남짓한 시간이 지나면 이제 지구는 2024년에 접어들 것이다. 2024년이라니. 이 숫자가 어쩐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벌써 2024년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다. 체감상 지금은 아직 2011년쯤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시간은 쉼 없이 흐르고 또 흘러 나를 2024년에 데려다 놓았다. 마치 예전에 본 SF 영화 속에나 등장해야 할 것 같은 그런 연도, 그런 시간대로.


어린 시절 내가 상상했던 2024년은 멀고도 멀었다. 그리고 나의 상상은 정말 초현실적이었다. 어린 시절의 나는 2024년쯤의 내가 화성으로 이주했거나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타고 다닐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디스토피아 쪽으로 가서 인류가 이미 멸망해 있거나 화석연료의 고갈과 지구온난화, 환경 파괴로 인해 문명을 더 이상 유지하지 못하는 상태일 거라고 상상했다. 하지만 2024년의 나는 평범하게 잘 살고 있다. 때때로 스마트폰이라던지 AI 같은 것들이 SF 영화에나 나올 법한 놀라운 기술이라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별 무리 없이 그걸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살고 있긴 하다.


내가 상상한 미래인은 지금의 나처럼 살고 있지 않았다. 그 점이 재미있으면서도 약간 슬프게 느껴진다. 나는 멋진 미래 도시에서 살고 있지도 않고, 반대로 멸망한 지구에서 이미 죽어 사라지지도 않았다. 나는 그저 뜨뜻미지근하게 살아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미래인이 되기엔 부족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2024년이라는 이 비현실적인 연도를 살아갈 자격이 부족하다고 말이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내 입장에서 지금의 나는 미래인이 맞다. 비록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를지라도. 어쩌면 그 기대가 2024년, 바로 내년에 충족될지도 모른다. 디스토피아 쪽으로 생각해 보면 내년에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으니까. 그래서 어쩌면 나는 지금 멸망으로 가는 길 위에 놓여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아직 희망은 있다. 어느 순간 대단한 기술이나 사상이 나와서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지도 모르니까. 당장 내일 그게 우리 앞에 던져져서 하루아침에 모든 게 바뀔 수도 있다. 자원 고갈을 걱정할 필요 없이, 모든 인류가 너무나도 풍족한 삶을 살 수 있는, 그래서 더 이상은 전쟁이며 살인이며 하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 심지어는 화폐나 소유 개념 같은 것조차 사라진, 그런 유토피아 같은 삶이 마법처럼 펼쳐질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의 내가 상상했던 그 세계가.



/
2023년 12월 11일,
책상에 앉아 빗소리 들으.



*커버: Image by Ian Battaglia from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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