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독서 챌린지, 열 번째 책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그동안 내게 책 제목이라기보다는 영화 제목, 뮤지컬 제목이었다. 영화와 뮤지컬을 통해 이 이야기를 먼저 접했고, 원작소설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상하리만치 책에는 손이 가지 않았다. 영화도 뮤지컬도 꽤나 좋아하는 작품인데도, 또 이 책이 어디서 흘러왔는지 모르는 이유로 내 방 책장에 오랫동안 꽂혀 있었는데도 말이다. 아마 영화나 뮤지컬을 보면서 이야기 자체에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나 연출, 음악은 좋았지만 이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라는 이야기 자체는 그냥 평범하게 느껴졌었다. 그래서 그동안 이 책을 읽을 생각은 하지 못했고, 이번에 집어 들게 된 것도 여행을 다닐 동안 들고 다니면서 읽기 좋은 적당히 얇은 책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
그렇게 이 책은 내 짐 가방에 실렸고 나는 홋카이도의 설원이 내다보이는 기차 안에 몇 시간 동안 갇혀 있을 때 이 책을 전부 읽었다. 그리고 나는 이 이야기 자체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비교적 단순한 플롯에 엮여 들어가 있는 이 이야기 속의 인물들에게.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나는 결국 프란체스카 존슨과 로버트 킨케이드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을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로 나는 그들의 사랑을 의심하곤 했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에서 프란체스카와 킨케이드는 서로를 너무나도 사랑하기 때문에 함께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그들은 서로가 운명적인 상대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러나 작품 밖의 나는 냉정한 시선을 좀처럼 거둘 수가 없었다. 프란체스카와 킨케이드는 서로가 아니었어도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란체스카는 단지 지루하고 답답한 시골 생활과 숨 막히도록 투박한 사람들 사이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뿐, 킨케이드가 아니라 다른 누구였어도 사랑에 빠졌을 수 있다. 킨케이드도 단지 외로움을 달래 줄 여자를 원했을 뿐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어느 정도는 그런 암시가 책 속에 들어 있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그렇게 냉정하게 말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프란체스카와 킨케이드에게 친절하고 싶다. 그들의 사랑을 재단하고 싶지는 않다. 그 사랑의 가치를, 인생의 가치를 깎아내리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사랑이 실제로 운명적이었고, 그들의 꿈이 아름다웠으며, 반드시 서로여야만 했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이내 또 다른 생각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프란체스카와 킨케이드가 함께 떠났다면 과연 행복했을까?'라는 의문이. 그들은 행복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유명한 시구처럼, 잠깐 행복하고 오래도록 함께 불행했을 수도 있다. 짧은 시간 동안 함께했기 때문에 보지 못했던 단점들을 하나둘 발견하고,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상대방이 거슬리기 시작하고, 확신은 조금씩 금이 가고, 함께 떠나온 것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다 결국 로버트의 첫 결혼처럼 관계가 끝나 버릴 수도 있다. 어쩌면 그들이 서로를 운명적이라고 느꼈던 건 단지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라고 냉소적으로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그들은 단지 진정한 사랑을 이루기에는 겁이 났을 뿐이라고, 용기가 부족한 사랑이었다고 비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그래봤자 불륜일 뿐이라고 매도하거나.
그러나 다시 한번, 나는 그렇게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이 모든 의문들과 의심들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이야기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두 사람의 감정선을 아주 섬세하게 묘사한다. 그래서 나는 프란체스카를, 그리고 킨케이드를 이해할 수 있다.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쓴소리를 하고 싶지 않다. '만약'을 지나치게 상상하지는 않은 상태에서 책을 덮고 싶다.
*커버: Unsplash의 Annie Spra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