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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Apr 14. 2022

2022년 올리비에 어워즈에 대한 짧은 감상

<캬바레>와 <라이프 오브 파이>

며칠 전 열렸던 올리비에 어워즈 결과와 진행에 대해 짧게 리뷰해 봅니다. 올해의 수상 결과는 2022년 올리비에 어워즈 결과 정리를 참고해주세요!


올해 올리비에 어워즈의 스타는 단연 <캬바레>와 <라이프 오브 파이>였어요. <캬바레>는 뮤지컬 부문을, <라이프 오브 파이>는 연극 부문을 각각 휩쓸었습니다. <캬바레>는 모두 11개 부문에 수상 후보로 올랐고, 그 중 감독상, 리바이벌 작품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등 7부문에서 트로피를 가져갔습니다. <라이프 오브 파이>는 총 9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고, 작품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등 5개 부문에서 수상했고요.


<라이프 오브 파이> (사진: Johan Persson)
<캬바레> (사진: Marc Brenner)


특히 <캬바레> 같은 경우는 여러모로 많은 기록을 세웠는데요, 바로 연기 부문의 트로피들을 한 작품이 전부 가져갔다는 것입니다. 남우주연상(에디 레드메인), 여우주연상(제시 버클리), 남우조연상(엘리엇 레비), 여우조연상(라이자 새도비)을 전부 <캬바레>의 배우들이 수상했어요. 이렇게 한 작품에서 연기상들을 전부 휩쓴 것은 올리비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하네요. 또 <캬바레>는 총 7개 부문을 수상하면서 <마틸다>와 <해밀턴>의 뒤를 이어 올리비에 어워즈에서 가장 많은 상을 수상한 뮤지컬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11개 부문에 후보로 오르면서 올리비에 역사상 4번째로 가장 많이 노미네이트된 작품이 되었네요. 참고로 지금까지 최다 부문에 후보로 오른 작품은 총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해리 포터: 저주받은 아이>, <해밀턴>, <헤어스프레이>입니다.


그리고 <라이프 오브 파이> 같은 경우는 재미있는 기록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바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들 때문인데요, 올해 올리비에 어워즈 남우조연상은 <라이프 오브 파이>에서 호랑이 리처드 파커를 연기한 퍼펫 배우들 7명이 공동으로 수상했습니다. 리처드 파커가 수컷 호랑이이기 때문에 남우조연상 후보로 들어간 것인데, 사실 이 퍼펫 배우들 중에는 여성 배우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Daisy Franks, Scarlet Wilderink, Romina Hytten 이 세 명의 배우들은 올리비에 어워즈 최초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여성 배우가 되었습니다.


<라이프 오브 파이>의 호랑이 역으로 남우조연상을 공동 수상한 7명의 배우들 (사진: Gareth Cattermole)


축하공연에 대해서 말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축하공연 최고의 순간들도 <캬바레>와 <라이프 오브 파이>가 가져갔다고 생각해요. 특히 <라이프 오브 파이>는 퍼펫을 이용한 연출과 퍼펫 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대단했어요. 그리고 조명과 무대 구성도 뛰어났습니다. 마치 '이런 작품이니까 이번 시상식에서 조명디자인상과 세트디자인상을 수상한 것이다'라고 말하는 듯한 멋진 무대였어요. 호랑이 퍼펫이 무대로 등장하는 순간, 작은 노트북 화면으로 보고 있는데도 압도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이 공연을 실제로 객석에서 봤다면 더더욱 멋지고 압도적이었을 것 같습니다.


또 <캬바레>는 연출도 거의 없이 오직 배우와 작품의 힘으로 로열 알버트 홀을 꽉 채우는 멋진 축하공연을 보여주었어요. 축하공연 무대에는 <캬바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제시 버클리가 아니라 제시 버클리 하차 후 샐리 역할을 이어받은 에이미 레녹스가 무대에 서서 'Cabaret'를 열연했습니다. 사실 이 곡 선택은 약간 의외였어요. 시상식에서는 보통 가장 유명한 노래가 나오는 장면이나 극 분위기를 한눈에 보여주는 장면이거나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장면 중 스포일러가 많이 없는 초중반 부분을 골라서 축하공연 무대를 준비하는데, 'Cabaret'는 작품의 대표곡이긴 하지만 샐리가 혼자 부르는 노래라 화려하게 꾸밀 여지도 많지 않은 편이고 거의 마지막 곡이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Willkommen'이나 'Mein Herr'같은 노래를 할 줄 알았어요. 많은 앙상블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장면이니까요. 만약 솔로 무대를 꾸민다고 하더라도 'Maybe This Time'이 나올 줄 알았는데, 'Cabaret'가 나오더라고요. 이번 리바이벌 버전이 쇼보다는 드라마와 메시지 중심으로 훨씬 더 진지하고 연극적으로 만들었다던데, 이런 특징 때문에 축하공연으로 'Cabaret'를 골랐나 싶기도 했어요. 아니면 <물랑 루즈> 축하공연과 겹치는 컨셉을 피하기 위해서 그랬을 수도 있고요. 아무튼, 혼자 무대에 서서 연기하는 에이미 레녹스의 카리스마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2022년 올리비에 어워즈 <캬바레> 축하공연의 에이미 레녹스


이번 올리비에 어워즈는 디즈니 뮤지컬 <겨울왕국>의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로 문을 열고, 마지막은 손드하임 추모 무대로 장식했습니다.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에서 성문을 여는 장면이 있기 때문에 오프닝 넘버로 아주 적절했던 것 같아요. 성문이 열리는 장면에서 벅차오르는 기분을 느꼈어요. 그리고 손드하임 추모 공연은 정말 감동적이었는데, 후보로 오른 작품들에 출연하는 언더스터디, 스윙 배우들이 꾸민 무대였기 때문이었어요. 그 배우들이 손드하임의 'Our Time'을 부르며 시상식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순간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수상과 노미네이션 결과에서 개인적으로 조금 의외였던 것은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내놓은 야심찬 신작 <신데렐라>가 여우조연상 1부문을 제외하고는 어떤 분야에도 노미네이트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오리지널 스코어나 신작 뮤지컬 작품상 부문에서도요. 이 작품이 흥행과는 무관하게 평론가들의 혹평을 받고 있기는 하고 저도 작품 퀄리티에 많이 실망했었지만 이렇게까지 홀대받을 줄은 몰랐어서 놀랐었어요. <백 투 더 퓨쳐>나 <겨울왕국>, <밥 말리 뮤지컬>도 <캬바레>가 뮤지컬 부문의 거의 모든 상을 휩쓰는 기염을 토하면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고요.


또 연극 중에서는 <2:22 고스트 스토리>가 생각보다 낮은 성적을 거둔 것 같네요. 얼마 전 열린 WoS 어워즈에서는 <2:22 고스트 스토리>도 신작 연극 작품상을 수상하고 여러 부문 후보에 오르는 등 괜찮은 수상 성적을 올렸었는데, 이번 올리비에에서는 작품상, 여우주연상, 음향디자인상 등 3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긴 했지만 모두 수상은 하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2022년 올리비에 어워즈 하이라이트 장면은 이 영상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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