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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 Jun 11. 2022

핀란드 신화를 모티브로 한 신작 뮤지컬 <칼레발라>

신화는 오랫동안 많은 예술 장르에서 영감의 원천으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시와 소설, 희곡, 음악, 회화, 조각에서부터 최근에는 영화, 만화, 게임 등에 이르기까지 신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들이 정말 많아요. 공연예술 쪽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엘렉트라>, <안티고네>, <오이디푸스 왕>, <트로이의 여인들>과 같은 연극 작품들은 그리스 신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오페라 <이도메네오>, <낙소스의 아리아드네>, <프리아모스 왕>, <메데아> 등도 그리스 신화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죠. 뮤지컬 <하데스타운>과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도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또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는 북유럽 신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요.


그리스-로마 신화는 한때 전국민이 읽던 만화책 시리즈를 비롯해서 이미 수많은 작품에서 다루어졌기 때문에 한국 관객들에게도 익숙할 거라고 생각해요. 북유럽 신화도 다양한 게임들과 마블의 <토르> 시리즈와 같은 영화 덕분에 최근 들어 많이 친숙해졌고요. 그렇다면, 핀란드 신화는 어떨까요? 핀란드 신화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낯선 편이에요. 그런데 바로 이 핀란드 신화를 기반으로 하는 뮤지컬이 제작 중에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바로 뮤지컬 <칼레발라(KALEVALA: The Musical)>입니다.


<칼레발라(Kalevala, 1835)>는 핀란드의 문헌학자 엘리아스 뢴로트(Elias Lönnrot)가 핀란드의 민간 전설들을 수집하여 집대성한 민족 서사시입니다. 천지창조부터 신들과 인간의 이야기를 다루는 핀란드 신화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어요. 뮤지컬 <칼레발라>는 바로 이 서사시 <칼레발라>를 모티브로 만들어졌습니다. 작곡가 요한나 텔렌더(Johanna Telander)는 핀란드계 미국인으로, 핀란드의 문화와 역사를 대중적으로 알리고 싶어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해요.


또 뮤지컬 <칼레발라>는 '자연'이라는 키워드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고 하네요. 요한나 텔렌더가 처음 이 뮤지컬의 아이디어를 구상했던 계기가 바로 나무에 대한 꿈을 꾸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10년 전, 뉴욕에서 뮤지컬 장르를 공부하던 텔렌더는 거대한 나무가 자라는 꿈을 꿨는데, 꿈속에서 본 나무의 커다란 잎마다 단어들이 새겨져 있었다고 해요. 그 꿈을 꾸고 나서 '나무'에 대한 뮤지컬을 생각하게 됐고, 거기서 뮤지컬 <칼레발라>의 아이디어가 출발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뮤지컬의 줄거리 역시 두 아이가 오래된 숲에서 잊혀진 신화 속 인물들을 만나고, 자연과 인간 사이의 끊어진 연결 고리를 되찾기 위한 모험을 떠나게 되는 내용으로 전개된다고 해요.


뮤지컬 <칼레발라>는 무대에 올리기 전에 먼저 컨셉 앨범부터 발매될 계획입니다. 컨셉 앨범에는 라민 카림루가 주인공 '뵈이네뫼이넨(Väinämöinen)' 역으로 참여했고, 줄리아 머니, 마리아 피레스, 나탈리 토로, 케이 트리니다드, 알리사 폭스 등도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어제, 6월 10일, <칼레발라> 컨셉 앨범의 첫 번째 싱글이 선공개되었어요. 제목은 'Väinämöinen Creates'. 라민 카림루가 부르는 이 곡은 뮤지컬 초반에 등장하는 넘버로, 뵈이네뫼이넨이 노래를 통해서 세상 만물을 창조해 내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다음 링크에서 공개된 싱글을 감상해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upyzLMUNG30

'Väinämöinen Creates' (from KALEVALA: The Musical) - Ramin Karimloo


<칼레발라> 컨셉 앨범의 공동 프로듀서 쿠엔틴 가르송(Quentin Garzón)은 이 뮤지컬의 음악이 80년대-90년대 뮤지컬의 글래머러스한 분위기를 연상시킨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한 명의 공동 프로듀서 크리스티 루스마(Kristi Roosmaa)는 이 앨범에 포크, 재즈, 팝, 월드뮤직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모두 섞여 있다고 설명했어요. 이번에 공개된 넘버와 그 전에 뮤직비디오와 콘서트 형태로 공개된 넘버들만 보아도 장르는 물론이고 악기 구성도 브라스 밴드부터 일렉 기타, 오케스트라, 하프(작곡가 텔렌더는 하피스트이기도 해요) 등으로 다채로워요. 핀란드의 민속 악기 칸텔레도 중요한 악기 중 하나로 들어가고요. 칸텔레는 핀란드 신화에서 뵈이네뫼이넨이 물고기의 턱뼈로 처음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악기이기도 해서 더 연관이 깊네요.


최근에 그리스-로마 신화를 모티브로 한 뮤지컬 <하데스타운>이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었죠. 과연 핀란드 신화를 모티브로 한 <칼레발라>가 제 2의 <하데스타운>으로서 브로드웨이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기대되네요.


<칼레발라> 컨셉 앨범은 6월 24일 발매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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