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로 Mar 18. 2023

[D-289] 허겁지겁 살지 않으려면

77번째 글

요즘 나는 정신없이 허둥거리고 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급하다. 긴장을 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데도 잔뜩 긴장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기도 하고, 평온하게 쉬고 있다가도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두근거리는 건 자주 그러는 것은 아니고, 전날 야근을 해서 피곤한 상태거나 맡은 업무를 끝내야 하는 기한이 촉박한 상태거나 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가끔씩 그러곤 한다. 하지만 허둥대는 것은 약간 자주 그러는 것 같다. 기본적으로 마음이 다급하게 달려가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허둥거리며 뭔가를 허겁지겁 하다가, 문득 '내가 왜 이렇게 급하게 허둥거리지?'하고 깨닫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급하게 뭘 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데도 계속 분주하게 돌아다니거나 부산스럽게 다니거나 마치 시간제한이 있는 것처럼 일상적으로 서두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다. 아마 나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좀 받고 있는 모양이다. 딱히 크게 스트레스를 받을 만한 엄청난 사건이 있는 건 아닌데, 요새 일도 좀 바쁘고 회의도 잦다 보니 조금씩 조금씩 피로가 쌓인 탓일 거라고 추측하는 중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나를 신체적, 정신적으로 좀 쉬게 해 주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최대한 잘 쉬려고 애를 쓰면서 말이다. 평소보다 더 일찍 잠자리에 들고,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SNS를 하는 시간을 줄이고, 출퇴근하는 버스 안에서도 핸드폰을 보거나 음악을 듣는 대신 가만히 눈을 감고 쉬는 등 여러 가지로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휴식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기는 한 것 같다. 하지만 급한 마음과 허둥거리는 태도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러다가 허겁지겁 사는 것이 습관으로 자리 잡을까 봐 걱정이 된다.


그래서 고민 중이다. 어떻게 해야 허겁지겁 살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급하게 서두르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을까?


우선, 내가 지금 허둥거리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 보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허겁지겁 뭔가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 일단 일시정지 버튼을 누르고 시작하는 거다. 잠깐 하던 일을 멈추고 가만히 서서 내가 지금 어떤 일을 하는 중인지, 무슨 일 때문에 이렇게 허겁지겁 서두르고 있는지를 떠올려 보는 것이 첫 단계다. 그러고 나면 그 일이 내가 허둥거려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인지, 아니면 그렇지 않은 일인지를 구분해 볼 수 있다. 이게 두 번째 단계다. 만약 내가 지금 급하게 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다시 집중해서 빠르게 일을 해내면 된다. 반대로 만약 내가 허둥거린다고 딱히 일을 해결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마음을 좀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내가 할 일을 하나씩 해 나가면 된다.


내 경험상 대부분의 경우는 후자에 해당한다. 이유 없이 허둥거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급하게 커피를 가지러 간다던지, 서둘러서 빠르게 걷는다던지 등등. 스트레스나 피로 때문에 몸이 긴장해 있고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까 행동도 급해지는 것 같다. 사실 전혀 그럴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다. 이럴 때 위에서 설명한 '일시정지 - 구분하기 - 차분함 되찾기'의 3단계를 거치면 조금이라도 몸과 마음을 편하게 만들 수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적어도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는 있는 방법이다. 나를 허둥거리게 만드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제거하는 동안 병행해서 사용할 수 있는 응급처치라고나 할까.


허겁지겁 살면 쉽게 지친다. 그리고 지쳐 있는 상태에서는 더 허둥거리게 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허겁지겁 살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

2023년 3월 18일,

소파에 앉아서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를 들으며.



*커버: Image by ha11ok from Pixabay

작가의 이전글 [D-290]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