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 겨울을 이겨내면서
젖어있는 채로 살아가는 기분이다. 아침에는 잃어버린 얼굴들을 세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물 밀듯이 찾아오는 상실의 기억, 침대 맡에 먼지 묻은 추억들을 두고 잔 탓일까. 전해지지 못할 말들로 인해 목이 잠겼다. 익숙한 듯 물을 끓이고, 간밤의 꿈들을 차 한잔에 담는다. 슬픔 세 스푼, 기쁨 한 스푼, 슬픔은 기쁨에 희석된다. 3:1의 비율은 어쩔 수 없는 인생의 황금비율인가 싶기도 하다. 그나마 다행인 건 기쁨의 맛이 더 강하다는 사실이다. 쌉싸름한 맛 뒤에 달콤함이 이를 상쇄시켜준다. 뻣뻣하게 굳어있던 몸은 차의 온기로 인해 풀어진다. 막혀 있는 듯한 감정은 차 한잔이면 소화된다.
차 한잔의 온기면 하루 치의 삶을 살아낼 열기를 갖는다. 온기 없이 살아갈 수 없는 건 모두가 마찬가지기에 차갑게 식은 공허가 견디기 힘든 걸지도 모른다. 그러나 늘 그랬듯 이 또한 지나갈 것이고, 후회해도 일어났던 일이 없던 일이 되진 않으며,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니다. 아침의 불안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그 무심한 말들로 잠재워진다. 그리고 식도를 타고 들어가 가슴 언저리에 느껴지는 온기는 시간을 견뎌야만 하는 나에게 큰 힘을 준다. 또다시 시간이 지나면 식을 열기라 한들 그 정도면 충분하다.
Feb 17.2021 徐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