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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 Nov 12. 2024

인생 처음으로 오프라인 플리마켓

성수동 빈칸 굿즈 마켓에 나가보자!


온라인 판매는 매장이 없어도 가능하고 통신 판매업 신고가 되어있는 사업자라면 누구나 쉽게 사이트에 물건을 등록하고 판매할 수 있지만, 첫 시작에 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아무도 발길이 없는 사이트 내에서 고여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온라인 판매라는 게 쉽기만 하진 않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온라인으로 펀딩을 한 번 해보았지만 어떻게 해야 사람이 오는지, 어떤 사람이 찾아오는지, 어떤 것을 유심하게 보고 후킹이 되는지, 고객의 경험이 당장에 눈에 보이지 않으니까 여전히 막막했던 터라 눈으로 볼 수 있는 오프라인 경험이 절실하게 필요해졌어요.


펀딩 또한 각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마다 자주 방문하는 고객들이 있어도, 일면식 없는 프로젝트가 상위권을 차지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노출이 적은 페이지에 머무르면 온라인상에서의 트래픽도 적은 셈입니다. 이전에 진행했던 펀딩 프로젝트는 플랫폼에서 권유하는 홍보가 일절 들어가지 않았기에, 결국엔 홍보에서 비용을 아낀 게 더 아쉬움이 남았던 걸 교훈 삼아 이번엔 사람이 직접적으로 방문하는 곳을 찾아 나서 보기로 했습니다.


 온라인 판매와 달리, 오프라인 판매는 사람이 많은 곳을 찾아가 소개하고 어떤 포인트에서 관심을 보이는지 직접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시장 반응을 피부로 느낄 수 있어요. 인스타그램에 한두 번 콘텐츠를 올렸던 걸로 풀이 죽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계정의 팔로워가 많지 않은 상태에서 콘텐츠 제작으로만 홍보하는 것으로 내가 잘하고 있는지 의심이 될 때, 직접 현장을 나가보는 것은 스스로의 마음을 가다듬는데 정말 효과가 좋았다고 생각해요.


처음부터 거창한 팝업을 준비할 순 없었고, 당장 판매할 수 있는 제품이 많지 않은데 바로 서일페와 같은 이름만 들어도 아는 큰 규모의 페어를 나가기에도 부족함이 있었다고 판단했어요. 무엇보다 속된 말로 총알이 준비가 되어야 했는데 솔직하게 당장엔 투자할 자본이 준비되지 않는 상황이었어요. 자본이 없어서, 제품이 많지 않아서... 이래 저래 시작하기 어려운 이유들을 하나둘 대다 보니, 거창하고 대단한 걸 보여주기 위해서 시작한 게 아닌데도 시작이 점차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었습니다. 그래도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준비만 하면서 도전하는 걸 미루고 있고 싶진 않았기에 방법을 찾았어요.


망설이다 보면 끝이 없고, 사실 완성이라는 시점은 존재하지 않아요. 완성된 모습만 보여주려 하다 보면, 과정이 지지부진하게 느껴집니다. 지금은 시작의 뼈대를 세우고 있는 과정이라는 걸 계속 인지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정체되어 있다는 감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첫 시장 반응을 보기에는 플리마켓으로 가볍게 처음 발자국을 기록해 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고요.


사실 플리마켓에 대한 경험을 해보지 못했기도 해서 구경만 해봤지 나가보긴 또 처음이었어요. 경험 한 번에 물건을 옮기고 나르는 고생만 하고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사람이 어느 정도 오면서도 인지도도 있고, 경험으로 시작하기 괜찮은 퀄리티의 플리마켓을 찾아보고 있었습니다. 플리마켓 참여 전 진행했던 펀딩에서도 준비한 만큼 감정소모가 컸기 때문에, 실망이 연속되지 않기 위해서 꼼꼼하게 찾아보았어요.


당시 사람이 어느 정도 찾아오면서도 지금 당장의 브랜드나 작가로서 네임 밸류가 없기에 플리마켓 자체의 인지도도 있고, 참여자들의 후기기 있는 곳들을 중심으로 시작에 적당한 퀄리티의 플리마켓을 찾아보았습니다.


소문난 장소가 주는 힘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곳은 신진작가를 발굴한다더라', 혹은 흔하게 본 적 없는 하입한 브랜드가 많다더라 하는 입소문 만으로도 사람들은 어느 정도 마음을 열고 방문하기 때문이죠. 처음이라는 이유로 긴장한 초심자인 저에게 필요한 부분이었어요.


나가봐야 아는 것이더라도 사전 조사를 통해 감각으로 느껴지는 결이 맞는 곳을 잘 찾아야 했습니다.



플리마켓 정하기

아트적인 성격의 디자인 상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디에 있을까 고민하며, 몇 가지 후보군을 추려보다

빈칸(instagram:@_bincan_)이라는 곳으로 선정했어요.


빈칸은 예술가들이 창작물을 선보이는 전시 공간이 되어주기도 하고, 정기적으로 굿즈 마켓을 기획하는 등 창작자를 위한 행사들을 유치하는 아트 엔터테인먼트입니다.


당시 '굿즈 아웃렛'이라는 이름으로 성수동 공간에서 매주 토, 일 10만 원에 창작자를 알리는 자리를 마련해 주었어요.


긍정적으로 생각했던 점을 순서대로 매겨보자면,


첫 번째, 성수 kt&g 상상플래닛 바로 맞은편 연무장길에 위치한 장소여서 입지적으로 괜찮다고도 느껴졌습니다. 당시 빈칸의 게시글들에는 400-500명가량의 방문자가 있다고 안내되어 있어, 어느 정도의 방문객을 기대하고 신청했어요.


두 번째, 양일 10만 원이면 가성비가 괜찮습니다. 이후 다양한 플리마켓을 나가봤지만, 그중에서도 부담 없이 나갈 수 있는 금액이었어요. 물론 플리마켓 참여비용은 테이블 크기와 할애된 공간에 비례하긴 하지만요.

세 번째, 빈칸을 통해 아트 기반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있었고, 인스타그램 공동 게시자 기능을 활용하여 노출도도 올라가며, 홍보가 같이 되는 점도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빈칸 굿즈 아웃렛에 참여한다는 게시글을 올리면서, 창작에 관심이 많은 빈칸의 팔로워들에게 함께 노출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지금은 피드를 둘러보니 각 개인들이 업로드하는 게시글을 노출시켜 주기보다, 디자인 결이 맞게 내부에서 콘텐츠 관리를 하고 있어 보입니다. 홈페이지를 들어가서 확인해 본 건, 게시글 광고는 소량의 광고비를 받고 업로드해 주는 형태로 바뀐 듯해요. (지금은 마켓을 운영하고 있진 않아서 일수도 있고, 자세한 건 문의를 해봐야 할 듯합니다.)


이 세 가지 요소를 고려해 보면서 긍정적으로 참여를 결정했어요.


현재는 성수에 있던 공간은 빠져있는 상태지만, 압구정에 있는 전시공간에서는 아직도 정기적으로 전시를 진행하고 있어요. 부담 없이 처음 시작하는 창작자가 전시를 경험해 보기엔 괜찮은 곳이니 한번 유심하게 들여다보시길 바라요!




마켓을 목적으로 준비하는 건 또 처음이었기에, 개인 전시 이후 비어있던 창작자로서의 공백기가 다시 채워지는 기분이어서 걱정반, 설렘반으로 2주가량 준비했어요.


일단 플리마켓에서 가장 큰 첫 번째 목적은 겨울이 완전히 지나기 전에 텀블벅으로 준비했던 머플러의 초도 물량의 재고를 정리하고 싶었다는 게 그때의 목적이었아요. 나가던 시기는 2월 27일이었기에 겨울 머플러는 이제 들어가는 시기였고, 가지고 있으면 돌아오는 겨울까지 재고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당시 제가 쓰고 싶어서 만들었지만 초반 홍보가 쉽지 않아서 생각보다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해 속상한 마음이 컸어요. 감각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어떻게든 그 실망한 기분을 만회하고 싶어서 부단히 애썼던 시기였어요.


내 색깔이 담긴 작품 혹은 아트 상품들도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고민이 많았기에 오프라인 경험을 통해서 사람들의 얼굴을 마주하고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만발의 준비를 했습니다.


굿즈 아웃렛 플리마켓 참가신청 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로 하던 시기는 남자친구가 옆에서 도움을 주고, 응원해 주던 조력자에서 동업자로 바뀌어가던 시기였어요. 플리마켓을 무사히 끝내는 것도 공동의 목적이었지만, 추후의 자사몰 세팅과 브랜드의 성장에 있어서 자잘하게 준비할 것들이 많았습니다.


상품 위에 달리는 헤더택부터, 이름이 들어가지 않은 노트류들의 로고 각인, 상품 설명 pdf, 팔로워 이벤트까지…


2주의 준비기간이 세부적인 것들을 의논하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긴 어려운 시간이었기에 기존에 개인전시 이후 남아있던 굿즈 재고들을 어떻게 해볼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어요. 폰케이스, 가죽 레더 노트, 일회용 카메라 등의 상품들이 있었는데, 폰케이스는 총 3종이 있었고 가지고 있던 다른 디자인들을 입혀서 추가 디자인들을 만들기로 했어요.


가지고 있던 레더 노트 레이저 각인도 하면서 로고가 없던 제품에 글자도 새겼고, 폰케이스가 그냥 비닐 포장으로 판매할 수도 었었지만, 더 패키지에서의 디테일도 추가하고 싶어서 opp 봉투 위 헤더택도 만들어서 직접 가내수공업으로 인쇄하고 잘랐어요. 퀄리티를 필요로 하면서도 패키지 같은 경우 초도물량도 많고, 소량제작은 단가가 비싸기에 우선은 수공을 더 들여서 작업하는 쪽으로 해보았습니다.


플리마켓에 참여하는 셀러에게 주어지는 매대는 750*750 사이즈 테이블로, 그 위를 자유롭게 꾸미면 됐는데 더 많은 물건을 진열하면 더 많이 보여줄 수 있지만, 당시엔 아무리 테이블 위에 세팅하더라도 물건만 진열된 매대처럼 만들고 싶진 않았어요. 작은 테이블임에도 그 위를 하나의 콘셉트가 정해진 전시 공간처럼 꾸미고 싶었죠.


함께 이야기해서 나왔던 콘셉트는 '서사라는 사람이 쓰는 작업실'로 구성을 해보자였어요. 취향 깊은 이야기를 주제로, 글과 그림이 기반이 된 아트 상품들을 기획하고 있으니 그 글과 그림이라는 창작물들이 만들어지는 책상 위처럼 디스플레이하기로 했습니다.


마음이 동해서 써 내려갔던 일기장들의 글들을 포스트잇에 옮겨 담아 붙이고, 졸업작품으로 만들었던 화병과 여러 가지 들을 이리저리 배치해보기도 했어요.


방바닥에 임의로 어떤 느낌인지 매대를 간이로 세팅하기도 했어요. 이런저런 상황들을 상상해 보며 배치를 옮기면서 의도대로 자리를 잡아보았죠.


집에 있던 천으로 대충 올려둬 보았던 당시 사진

손님이 오시면 기록을 직접 들고 읽어보기도 하면서 감상을 했으면 하기도 했습니다. 판매 물품의 진열보단 전시대처럼 구성했기에 바로 눈으로 이런 거구나 명확하게 알 수 있게 판매에 대한 설명이 담긴 상품 설명 pdf가 따로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생각해 당시 홈페이지는 없었지만 홈페이지처럼 정리해 가격표를 제작해 두었어요.


포스터도 만들고, 가격표 다시 세팅하고,

팔로워이벤트로 카드 스티커도 준비했었습니다.


사람들이 현금보다 카드를 더 많이 쓰기 때문에, 계좌이체만 하기보다 결제 수단으로 처음으로 카드 단말기를 등록하기도 했어요. 핸드폰과 연결되는 블루투스형 작은 단말기였는데, 등록하고 일주일간 카드사에서 끊임없이 광고전화를 받기도 했어요 (웃음)



서사의 작은 시작이었던 굿즈 아웃렛에서는,

작업실에 도착해서 짐들을 바리바리 옮겨 두고, 1시 시작 전, 12시에 도착해서 세팅을 시작했어요. 가격표는 직접 쓴 느낌을 주기 위해서 마스킹 테이프 위에 상품명과 가격을 썼습니다. 화병에 꽂을 꽃도 사러 가느라 왔다 갔다 분주했던 세팅시간이었어요. 부품도 사러 갔다 오느라 시간이 조금 촉박했는데, 결국 수정사항이 있던 아이패드에 띄울 pdf 가격표는 구석진 곳에서 작업해 마켓 도중에 세팅되기도 했습니다.


꽃을 사러 나갔다 현장에 들어갔더니 연기가 자욱해서 당황하기도 했어요. 범인은 동업자 서담 씨였습니다.


서담 씨는 현장에서 매대를 세팅하고 정돈하고 있었는데요. 좋은 냄새가 나면 사람들이 많이 관심 갖지 않을까? 해서 인센스 스틱을 태웠던 것이었습니다. 자욱한 연기로 옆에 분들에게 피해가 될까 봐 눈살을 찌푸리며 들어가서 한소리를 하기도 했어요. 혼나고 머쓱해하면서 ‘그게 왜?’ 하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좀 자욱하긴 하네’ 하면서 수긍하며 인센스를 꺼트렸어요. 그렇게 한창 툭탁툭탁 거리다가 손님들을 맞았기도 했습니다. 지나고 보니 그거 기억나? 하며 웃기긴 했지 하면서 얘기할 수 있는 에피소드이기도 합니다.


사실 생각해 보니 사람이 많은 곳에 소비자로 방문만 해봤지 직접 행사에 뛰어든 건 처음이라 큰 규모가 아니더라도 왠지 모르게 위축되어서 뒷목이 빳빳하고 어깨가 경직되어 긴장되었어요. 내 걸 별로 안 좋아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선 탓에 휙 눈길을 돌리는 사람들에 하나하나 반응을 나도 모르게 신경 썼기 때문에 예민했죠.


거절당하는 게 그땐 무섭고 무서웠어요. 평가할 것만 같았습니다. 긴장된 와중에 옆에서 참여하시는 분들을 보고서 편안해지기도 했어요. 정말 반짝이는 눈으로 자신만의 디자인의 세계관을 설명해 주셔서 덕분에 긴장이 풀렸습니다. 정말 이 일을 좋아하는구나 느껴져서 덩달아 저도 마음이 녹았어요. 저렇게 내 작업을 설명해야 겠구나 자극을 받기도 하고요.


걱정보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결국은 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라는 것도 느끼기도 했고요.


당시엔 플리마켓의 육체적 힘듦도 있었지만 창작물의 색은 너무나 다양했고, 다정한 다른 창작자분들 덕분에 힘이 났어요. 동업자인 서담 씨의 둥근 성격도 한몫했습니다. 처음이라 티격태격해도 어쩔 수 없이 같이 웃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손님분들께서도 유심하게 들여다 보고 가주셔서 마음이 찡하게 따뜻해졌어요. 또 같이 참여하신 분들도 서사라는 색을 많이 좋아해 주셔서 덕분에 많이 웃고 행복했습니다.


나의 가장 가깝고 든든한 지원군 서담 씨

인생 첫 플리마켓, 빈칸 굿즈 아웃렛을 참여했던 소감


물론 생각한 대로 머플러를 다 팔겠다는 목적을 달성하진 못했어요. 하지만 더 뜻깊은 인연들로 여전히 서사의 성장을 지켜봐 주시는 몇 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창작이라는 건 고되지만 한 번 더 부딪혀 보고 싶은 일이었어요. 서사라는 브랜드를 시작하기 전 내가 사랑하는 일을 미워하게 되진 않을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고민만으로 남기기엔 생각보다 좋아하는 걸로 가득 채우며 살기 쉽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알고 보면 그리 길지 않은 생에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말로 보여주기를 겁내지 않기로 하며 마음속으로만 남아 있던 서사를 보여주기로 마음먹고 나선 마켓이었습니다. 나름의 결의가 있었죠. 보여주기 전엔 아무도 찾지 않으려나, 그냥 잊히려나 지레 겁먹고 한편에 두려움이 앞섰는데, 이번 마켓을 통해 고객분들과 소통하며 실은 나의 제품이나 작품이 존재하는지 조차 모를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그 사실이 슬프게 들려도 반대로 몰라서 사지 못한다는 건 어쩌면 간단히 문제였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로 인해 더 많이 알리고 시장에 던져보자! 하는 작은 불씨가 생겼습니다. 여전히 내 작업을 진심으로 사랑해서 업으로 삼기엔 겁나는 부분도 있지만, 그럼에도 해보고 싶은 용기를 내 다시 꺼내보니 길 잘했다고 느꼈어요. 너의 색이 좋다고 계속 용기를 준 분들 덕분에 걸음을 뗄 수 있게 되는 듯합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서사의 색감과 이야기가 예뻐 천천히 보시다가 오늘까지 오프라인 행사라는 말에 집에서 마켓까지 먼 길을 한달음에 달려오신 손님분도 만났어요. 감사한 마음을 더 표현할 방법이 없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인연이었죠.


여전히 서사의 가장 마음에 남는 귀인이기도 합니다. 전시대 위에 남긴 쪽지 한 장 아무도 읽지 않겠거니 했는데, 글이 가슴을 울렸다고 말해주시는 분들도 만났어요. 글을 소중하게 사진에 담아 가시는 모습의 잔상이 여전히 짙게 남아있어요.


오프라인 행사에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림과 분위기가 좋아서 한달음에 찾아오는 한 분을, 쪽지를 보며 가슴을 울렸다 말해주시는 한 분을, 계속해 봐야지 하고 마음을 먹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테니까요.


거절받는 것에 대한 걱정으로 안 팔릴 거야 짐작하고 안 나갔으면 몰랐겠지만 행동을 해서 경험할 수 있었어요. 생각해 보니 계속 작업을 해왔아도, 작업할 줄은 알지 나라는 브랜드를 팔 줄을 모른다는 걸 깨닫기도 했습니다. 모르면 이제부터 해봐야지, 날 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나 하며 나를 북돋는 소리가 되기도 하고요. 걱정은 행동하면 대게 많은 일들이 사라진다는 걸 몸소 느꼈습니다. 사랑하는 일을 더 사랑할 수 있게 구조를 잘 짜나가봐야겠다는 다짐도 할 수 있었어요.


오프라인 그 쌩고생! 의 가장 큰 장점은 온라인으로 반응을 알기 어렵고, 어떤 손님이 찾아올지 모르겠을 때 반응 보기에 좋은 선택이라 생각해요. 지금도 알리기 위해선 사람이 많은 광장 같은 곳을 찾아가야 합니다. 이 경험 덕에 맨땅에 헤딩할 힘을 얻기도 했달까요! 더 나의 색을 좋아해 줄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알리기로 했어요.


또한 세상엔 정말 다양한 창작자가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던 행사였어요.


오프라인만의 에너지가 있잖아요? 사람만이 줄 수 있는 것들인 것 같아요. 직접 얼굴을 마주보고, 눈을 맞추며 전하는 것들요. 힘들고 고단하지만 각자의 돛단배를 띄워 세상이라는 바다를 건너가는 서로의 안부를 여쭈면서 충전받기도 했습니다.


인생 첫 플리마켓, '서사'랑 함께 인생 처음으로 하는 것들을 많이 경험하고 있어요. 그로 부터 더 많은 이야기들을 쌓아왔고요. 앞으로도 더 많은 처음들을 경험해 나가겠지요. 한번 그렇게 실망해 봤다고 좌절로 이어질 필요는 없고, 마음이 좁아질 필요도 없다는 걸 가장 많이 배운 시간이었다고 기억합니다. 빈칸의 인연은 훗날 우연한 곳에서도 계속되었는데 반가운 연들 이 되었고요. 그로 인해 어느 곳에서든 허투루 보낼 곳은 없다는 걸 배웠던 첫 플리마켓 경험이었어요.


작다고 진지하지 않은 마음으로 임하진 않았어요. 하나하나 수정해 나가면서 조금씩 성장했고, 그에 맞는 우리만의 서사를 써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시작의 조촐함을 부끄러워만 했다면, 시작하지 못했을 첫 발걸음이니까요. 작은 시작에 실망하기보다 더 나아가길 바랐기에 소중했던 기억으로 자리할 수 있었다 믿어요. 당신의 첫 시작은 어땠나요? 서툴지만 소중한 기억이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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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SA | Love your narrative.

당신의 이야기를 사랑하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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