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 펀딩을 하면서 느낀 점
브랜드를 제대로 시작하기를 물꼬 터준 것이 바로 펀딩 프로젝트였습니다. 창작으로 창업을 제대로 해보고 싶었지만 일단 무작정 시작하기엔 어렵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크라우드 펀딩을 해볼까?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우선 펀딩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텀블벅이나 와디즈를 통해서 펀딩을 하는 건 제작자가 큰 리스크를 지지 않는다고만 짐작했어요.
대량생산으로 만들어지는 물건들은 이제 막 졸업한 사회초년생인 저에겐 초도 비용 정산하는 게 부담스러웠는데요. 공장의 경우엔 최소 물량이 있어야 제작에 이윤을 남기는데, 그 물량 아래로 생산하는 건 오히려 생산비도 나오지 않는 일이었죠. 회사 돈으로는 예산을 잡고 실행만 하면 되는 회사와는 달리 당장의 자금이 많지 않은 개인 창작자에게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브랜드로서 제품을 판매하려면 이런 펀딩의 경험을 해보고 정말 내가 물건을 팔고 싶은 건지 피부로 느끼는 게 좋지 않을까?, “나만의 색을 담은 물건이라니 정말 재밌겠다”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제품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프로젝트를 통해서 제품을 필요로 하는 고객들에게 후원금을 받아 상품을 발주하면 초반 제작 비용에 부담이 덜어지겠다고만 단순하게 생각했죠.
불티나게 팔리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팔리지 않을까? 기대하며,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안일하게 생각해 허점이 많게 준비했습니다.
일단 펀딩을 하기에 앞서 이런 시행착오도 있었다는 걸 간접적으로나마 경험이 닿기를 바라며, 저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해서 다시 돌아간다면 이렇게 하지 않겠다는 글을 적어봅니다.
펀딩에 대하여
펀딩을 준비하기로 하고 상품 기획을 하면서 나름의 리서치를 했었는데요.
창업 아이템을 구체화한 스타트업, 신제품을 개발한 기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문화예술인들이 주로 참여한다. 해당 아이디어나 신제품, 프로젝트 사안을 펀딩 항목으로 등록한 후 불특정 다수에게 후원받는 형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펀딩이 성공하여 실행에 옮기게 되었을 때 펀딩 참여자(후원자)들에게 해당 제품이나 프로젝트 참여권을 보상(리워드)으로 제공한다.
1. 와디즈(Wadiz)
국내 최대 규모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보상형과 지분형 크라우드펀딩 제공
제품. 서비스, 콘텐츠 등 다양한 프로젝트 지원
2. 텀블벅(Tumblbug)
예술과 문화 관련 프로젝트에 특화
크리에이터가 후원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환경 제공
이렇게 두 가지 사이트는 크라우드 펀딩의 형식 중 리워드를 제공하는 형식의 플랫폼이었는데,
당시엔 와디즈는 창작자의 제품보다는 기능성에 가까운 제품이 많아 보였고, 디자인 상품 특성상 텀블벅에서 진행하면 좋겠다고 판단해 텀블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살면서 펀딩은 처음이라,
학교 작품과 제가 사용할 용도로 만든 경험은 많았지만, 대량의 생산 과정과 구매 경험을 생각하며 만드는 건 전혀 다른 경험이었어요.
원래 처음 펀딩을 진행하려고 한 제품은 트윌리 스카프였는데요.
전시를 준비하면서 트윌리 스카프를 만든 적이 있었는데 개인전이 진행되는 동안 지인들이 스토리만 보고도 사고 싶다고 연락이 오면서 하나둘씩 사주었던 경험이 있었어요.
당시엔 제가 메고 싶어서 만들었던 것들이었는데도 ‘그거 예쁘다’ ‘내가 살래’ 하는 한두 명의 시작으로 솔드아웃이 되었었어요. 그로 인해 정말 제대로 팔아볼까? 하고 연결되어 판매까지 생각하게 되었죠.
당시엔 예상치 못한 솔드아웃이라는 게 신기하고 들뜰 수밖에 없었어요. 적극적으로 홍보하지도 못했는데 자연스럽게 판매가 이루어졌던 경험이 우연의 행운임을 몰랐습니다. 내가 갖고 싶은 걸 만들면 다른 이들도 좋아하겠구나 하는 막연한 착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샘플 디자인 작업을 부단히 하다 보니 시기가 10월에서 11월로 향해가는 늦가을 무렵이 되었었어요.
제작을 하려 했던 트윌리 스카프보다, 겨울 시즌에 맞는 머플러가 더 따뜻하고 괜찮지 않을까? 하다 갑작스럽게 기획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지금이라면 넉넉 잡아 봄 시즌으로 트윌리 스카프를 출시할 것이지만, 그땐 제 나름대로는 선택의 이유는 있었더라고요. 그래요. 나름의 이유가 없는 게 어디 있겠습니까..
그때 생각에는 머플러 중에 체크나 컬러 단독은 많이 보았지만 그림처럼 들어간 패턴은 본 적 없었는데? 있으면 예쁘겠다! 와 같은 맥락으로 전적으로 감에 맡겼던 기획이었어요.
기존의 프린팅형이 아닌, 직조방식의 자카드 머플러로 기획을 바꾸게 되었죠. 직조 방식의 자카드는 기계가 실의 컬러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픽셀로 하나하나 수정해서 작업해야 했어요. 디지털 드로잉을 통해 직접 그린 도안을 픽셀 크기로 변환해 4가지 컬러로 분리 작업을 거쳤습니다.
상품 기획할 때까진 디자인 작업 자체에 즐거움을 많이 느꼈음에도 한번 더 첨언하자면 상품 기획할 때는 감에 의존하는 건 좋지 않은 선택이라는걸 배웠어요..
지금 다시 기획을 한다면,
더 시장 공부를 하면서 잘 팔리는 제품에 대해서 고민하고, 키워드 검색량과 판매량을 유심하게 볼 것 같아요. 펀딩이라는 시장 구조도 철저히 뜯어보면서 말이에요.
텀블벅 프로젝트 : SEOSA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담은 파노라마 머플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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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딩 진행하면서 아쉬웠던 시행착오
그땐 단순하게 펀딩 구조를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우선 기간부터 잘못 세팅이 되어 있었다는 걸 디자인 샘플을 보다 뒤늦게 알아챘습니다.
가장 시즌이 될 겨울 12월 초에 오픈을 하게 되었던 펀딩은 해볼까? 생각한 게 10월 말이었고, 이미 상품 기획하는 시즌상으로는 늦은 시기였습니다.
텀블벅에서 진행하는 펀딩은
- 펀딩 승인 심사 (영업일 기준 2-5일)
- 오픈 예정 중인 펀딩으로 오픈 (15일)
- 정식적으로 펀딩 프로젝트 오픈 (권장 펀딩 기간이 30일)
- 결제진행과 결제 마감 기한 (영업일 기준 7일)
- 리워드 전달 (배송)
의 과정을 밟아서 상품 촬영 기간과 기획 기간을 빼고, 준비된 상품 페이지로 프로젝트 오픈과 리워드가 전달되는 과정까지 2달가량의 시간이 걸리는 긴 프로젝트인데요.
+ 정산된 후원금으로 발주한다면 결제 마감 기한 후, 추가로 공장 제작 기간 (2-3주)이 더해집니다.
리워드를 받는 기간은 2-3달 정도의 대장정이 되는 빌드업의 시간이 듭니다.
여기서 든 생각은 일단 아무리 펀딩이 후원의 개념이라 한들, 겨울 시즌이 끝나고 받는 겨울 상품에 많은 후원자분들을 모을 수 있을까 고민이었어요. 기다리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도 들기도 했고요.
친구와 고민을 상담했을 땐 내년에 해보는 게 어떠냐는 의견도 듣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한번 시작했던 걸 내년으로 미루려니 아쉬웠어요. 2-3달 준비하던 걸 올 겨울엔 꼭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철야를 하며 최대한 공장에서 샘플을 빨리 뽑아보고, 촬영과 상세페이지를 제작하면서 서둘러 펀딩을 오픈하기로 했어요. 펀딩 심사 후 오픈 예정 중인 프로젝트를 보여주며, 알림 신청을 받는 기간도 스킵하고요.
사실 이제 와서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제품을 만드는 것까지는 괜찮았어도,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는 이렇게 빠르게 진행하면서 세 가지 실수가 발생했어요.
1. 오픈 예정일 알림 신청 기간 스킵
그땐 오픈 예정일을 기다리는 것보다 시즌에 맞춰 배송을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설정을 하지 않고 바로 오픈했었는데요. 오픈 예정일이라는 것을 잘 활용하면 오픈 기간 전에 알림 신천을 받을 수 있고, 잠재적 후원자분들의 반응을 엿볼 수 있어요. 그리고 더 좋은 점은 주어진 기간 동안 알림을 많이 받으면 상위 프로젝트로 배치되어 조금 더 많은 분들에게 노출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펀딩을 한다면 공개 예정 15일을 줄이지 않고, 꼭 활용할 것 같아요.
2. 텀블벅 수수료 요금제 중에 가장 저렴한 베이식 (5%)을 선택한 것
아무런 옵션 없는 기본형을 선택한 것이었는데요.
베이식 다음 요금제는 프로 요금제 (9%)에는 공개 예정 기능과, 프로 데이터 대시보드 제공이 있고,
그다음 요금제인 프리미엄 요금제(15%)는 통합 마케팅 서비스와 페이스북 맞춤 타깃도 제공해 주는 요금제입니다.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지금이야 플랫폼에 들어가는 수수료가 텀블벅은 다른 플랫폼에 비해 그리 많은 수수료가 아니라는 걸 느끼지만, 당시에는 플랫폼 수수료 5%에 결제 수수료 3% 많다고 생각했어요.
다시 펀딩을 한다면 홍보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쪽으로 요금제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머플러 펀딩을 오픈했을 때 소식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기껏 해봤자 내 개인 계정의 팔로워(대부분의 지인) 정도였고, 관심 가져주던 지인들이 인스타 스토리로 홍보를 도와주는 정도였죠. 창작자로서도 아직 무명에 가까웠고요.
사람을 모객 하기 어려운 구조를 잡고 시작했던 게 지금 와서 정말 아쉬웠습니다.
판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결국은 홍보니까요.
3. 시즌 제품을 펀딩으로 한 것
첫 펀딩인데도 시즌에 맞춰 보여 주고 싶은 마음에 마음이 많이 조급해지면서 해야 할 단계들을 넘어간 것이 아쉬워요. 처음으로 펀딩을 도전하는 거라면, 시즌 제품으로는 하지 않는 걸 추천해요. 만약 꼭 진행하고 싶다면, 1년 전부터 넉넉하게 준비를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펀딩 오픈 기간은 통상적으로는 30일 정도로 잡는데 시즌에 쫓겨서 18일로 잡은 것도 아쉬운 점이에요. 그로 인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기간이 줄어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별로 안 본다고 시무룩하고 있으니, 나의 조력자 남자친구는 "당연하지. 너 혼자 방구석에서 머플러 만들었어요 하고 있으니까.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서 이야기해야지." 이렇게 다정한 팩폭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그럼 온라인에서 사람들은 어디에 모여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알 수 있을까? 정신 차려서 이것저것 준비해 볼 수 있었어요.
결국은 무조건 알리는 게 중요하다는 걸 많이 느꼈습니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몰라서 구매를 하지 못한다는 걸 배웠어요. 나름의 릴스도 만들어서 올려보고, 인스타그램 내에서 광고도 진행해 보고 여러 시도들을 해봤습니다.
이제 막 릴스가 유행하기 시작했던 시기였고, 릴스를 찍어서 올리긴 했어도 요령이 없어서 숏폼 영상 제작에 익숙하진 않았어요. 그럼에도 배운 건 숏폼 영상을 조금씩 제작해 볼 수 있었죠.
이슈 사항은 그 이후에도 여럿 있었는데요.
또 다른 이슈사항으로는 펀딩 목표 금액을 50만 원으로 세팅하고 오픈을 했던 것에서 발생했어요. 후원금이 초창기에 50만 원은 넘었어도 자카드 직조 머플러 특성상 초도 물량이 있었고, 펀딩 후원자가 그 물량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 같았어요. 남은 초도물량은 펀딩 당시엔 온라인 사이트도 없고, 판매할 공간 세팅도 안되어 있는 상황에서 전부 재고가 된다고 생각하니 조금 막막했습니다.
결국은 쇼핑몰 홈페이지를 만드는 일로 추후 이어졌지만요! 안되면 되게 되더라고요.
펀딩이 처음이고 단기적인 프로젝트 목적이라면 공장의 최소 수량에 맞춰 목표 금액을 진행할 것 같아요.
결국은 펀딩임에도 대금에 대한 부담감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리워드 받는 시기를 계산해 보니 물건 받는 분들이 그래도 겨울에 쓰긴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발주를 미리 하기로 하면서요.
연말 시즌에 예상한 것보다 공장의 딜레이 이슈도 있었고요. 뭘 준비하든 넉넉한 기간은 필수적인 것 같아요.
그래도 해보길 잘했다!
만들면 팔릴 줄 알았습니다. 디자인 작업만 하던 디자이너가 직접 생산과 판매를 해보면서 느낀 뼈 아픈 착각이었어요. 그럼에도 여러 문제사항들도 겪으면서 그 당시엔 괴로웠지만 직접 맨땅에 헤딩하며 배웠던 게 있습니다.
지나고 나서 이런 후기를 올리는 것도 웃기게 들릴 수 있지만, 공감을 못 받아서 혹은 홍보가 덜 되어서 오픈하지 못한 펀딩은 그렇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어요.
시작을 해본 스스로에게 응원을 해줄 일이었죠.
디자인 작업을 하는 것 외에 처음 제대로 한 생산이었는데요. 생산 일정에 대한 미숙함이 보였던 첫 프로젝트였지만, 그럼에도 밑거름이 되어준 작은 시도에게 감사한 마음을 남겨요.
물건 만드는 일은 다 수고로운 일이라는 걸 펀딩 프로젝트를 통해 소비자로 살 땐 몰랐던 점들을 마주하기도 했어요.
겪어보니 어떤 물건을 만드는 일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이거 이렇게 기획했어요.' 꾸준히 이야기도 하고, 이런 걸 보완해 봤다 소통하면서 함께 유대를 만드는 일이라는 걸요.
짜잔 여태 몰래 이걸 만들어 봤는데 어때요? 하는 판매는 공감을 받기 어려울뿐더러 지금은 그렇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펀딩으로 경험했습니다. 결국은 누군가의 지갑을 여는 일은 마음을 여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예상을 벗어나는 것도 사업의 일환이라는 걸 펀딩을 통해 배웠어요. 그럼에도 서사라는 브랜드와 처음이라는 걸 같이 쌓아 나갈 수 있음에 즐겁습니다. 변수라는 스트레스에 취약한 편이었는데 이제는 멘탈이 여러 번 깨져봐서인지 많이 단단해지기도 했고요. 매번 찾아오는 변수들이 그저 짜증 나는 일로만 치부되지 않아 다행이라고도 여기고 있어요. 엉엉 울면서 왜 안될까 애꿎은 이불만 펑펑 차지 않길 잘했지 뭐! 하고 생각하면서, 무엇 하나 쉬운 게 없음에도 문제를 들여다보려고 부딪혀 왔으니까 장하다 용썼다 칭찬해 주기로 했습니다. 미숙한 상태에서 그만뒀다면 못하는 일이 되었을테니까요. 작은 시도로 인해 성장하고 있는 일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언덕 위를 오르는 스스로를 자주 대견하다 말해주게 되기도 했달까요. 그러지 말걸!이라는 아쉬운 말들도 채워졌던 경험담이지만, 이 일을 해보겠어 하고 선택했을 때부터 겪을 수밖에 없는 수순이라고 여기고 있어요. '물건을 팔아봤는데 안되네?' 하는 경험도 정말 배움이 큰 수업이라는 것에는 백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이에요. 더 먼저 걸어가 본 창업 선배님께서는 부딪혀서 그 길이 아니네 하고 알아가는 게 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궤도를 수정하고, 고치고 고치다 보면 바라던 곳에 닿아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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