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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 늘보 Dec 11. 2020

잃어버린 글이야 금방 다시 써질 테지

아주 작은 상실을 통해 다시 발견한 큰 즐거움 

요즘 영어 공부에 대한 글쓰기에 푹 빠져 있다. 블로그에 연재식으로 쓰는데 한동안 이게 아주 재미가 있었다. 외국어 학습에 대한 과학적 발견을 일반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말로 이야기하듯이 풀어써야 하기 때문에 글을 쓰면서 나 스스로도 많이 배운다. 어려운 용어를 오해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간단하게 풀어쓰려면 그 내용을 더 깊이 알아야 한다. 더 고민하게 된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 글이 이웃집 아이에게 말하듯 편안하고 부드럽게 나온다. 논문을 쓸 때는 논쟁거리를 잡아서 내 의견을 덧붙이는, 안 그래도 말 많은 장터에서 내 목소리도 좀 들어달라 한마디 보태는, 소리치는 글을 쓰는 기분이라면 블로그에 쓰는 영어 공부에 대한 글은 그 모든 논쟁을 넘어서서 포용하는 목소리는 내는 것이 목적이다. 학자들의 그 많은 다양한 의견을 통합하여 어떤 내용이 우리네 삶과 영어 공부에 가장 큰 시사점을 가져 올까에 관심을 두게 된다. 좀 더 아우르는 글을 쓰게 된다. 과정이 더 창의적이 된다. 사실 고민의 깊이는 더 깊다. 하지만 머리로만 하는 고민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고민이기 때문일까? 고민은 깊지만 골치는 아프지 않다. 오히려 신이 난다.


어제는 부지런한 나무늘보가 되어 오후 내내 열심히 영어 공부에 대한 글을 하나 썼다. 한동안 사람들이 댓글로 문의하는 내용에 반응하여 꼬리에 꼬리를 물어 쓰다 보니 단어 공부 방법, 암기 비법에 대한 내용을 많이 썼다가 어제 드디어 내가 정말 쓰고 싶은 글을 썼다. 사람들이 외국어 공부에 대해 새로이 가졌으면 하는 관점에 대한 글을 쓰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거의 다 쓰고선 내일 아침에 다시 보고 좀 더 다듬을 생각으로 글을 임시 저장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아뿔싸. 오늘 아침 임시 저장 폴더를 열어보니 그 글이 사라진 게 아닌가. 임시저장 글 수에 0이라는 숫자를 보고 순간 내가 잘못 봤나 했다. 어제 분명 쓴 글이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다. 블로그 초보가 기능을 잘 몰라서 못 찾는가 보다 하고 여러 가지 찾을 길을 검색해가며 방법을 모색했으나 결국 내린 결론은 그 글이 그냥 공중으로 사라졌고 지금으로썬 더 이상 찾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순간 아차! 그동안 내가 글을 백업할 생각을 전혀 안 했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보통 일하거나 연구하면서는 습관처럼 백업을 해 두는 데 왜 블로그나 브런치 글은 백업을 안 해둔 걸까 생각됐다. 개인적으로 쓴 글이라 쉽게 생각한 것일까. 아니면 논쟁거리가 덜 한 글이라 덜 중하게 생각한 것일까. 사람 일이 어찌 될지 모르고 어리숙한 초보 블로거이자 신생 브런치 작가인 내가 어떤 실수를 할지 모르는 데 백업 하나 안 하고 글을 써 온 것이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블로그 글은 pdf파일로 저장하여 다운로드를 하는 방식으로, 브런치 글은 복사하여 따로 구글 문서를 만들어 두는 방식으로 백업 파일을 만들어 두게 되었다. 


글 백업을 다 마친 지금, 편안해진 마음에 감사한 느낌이 올라온다. 비록 글 하나는 잃어버렸지만 덕분에 몇 달 걸려 쓴 수십 개의 글들을 백업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그 글을 읽어버린 것은 아쉽지만 글 딱 하나라는 조금밖에 안 되는 비용으로 이제껏 써 놓은 모든 글과 또 앞으로 쓸 모든 글에 보험을 들어놓게 되었으니 감사할 일이다. 


써 놓은 글을 다 모아보니 어느새 영어 공부 글이 16개나, 에세이 글이 33개나 쌓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매일 놀이하듯 재미있게 쓰는 글이 어느새 이만큼이나 모였구나... 어쩌다 우연히 쓰기 시작한 글인데 놀랍고 또 놀라운 일이다. 


요 며칠 나무늘보 짓을 하느라 조금은 글쓰기에 게을러졌던 마음이 돌아봐 졌다. 이 글을 쓰다 보니 글쓰기의 즐거움이 다시 되새겨진다. 


잃어버린 글이야 금방 다시 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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