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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 늘보 Nov 18. 2023

힘 빼고 사는 삶의 힘

힘 빼고 하는 현실 창조


지난 글 행복의 추구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행복을 밖에서 찾는 것을 멈추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상에서 틈을 찾아 행복과 여유와 자연스러움을 즐기는 순간들이 늘어갔습니다. 알고 보니 마음이 지금 이 순간에 있지 못한 때가 참 많았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마치 제 마음이 습관처럼 지금 이 순간이 아닌 곳을 향해 달려가며 과거나 미래에 대한 생각에 빠져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미리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알아챌 때마다 애쓰는 마음을 내려놓게 되는 일이 조금씩 늘었습니다. 끊임없이 이루려는 마음들이 서서히 내려 놓아지면서 몸에 잔뜩 들어가 있던 힘도 빠졌습니다. 여유가 생길 때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시간들이 많아졌습니다.


힘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나무 늘보가 되었습니다.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힘을 빼면 안 되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힘을 빼니까 회사에서도 일이 더 잘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후 승진을 했고, 예전보다 훨씬 창의적이고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맡게 되었습니다. 흔치 않은 해외 출장 기회가 1년 안에 두 번이나 주어졌습니다. 하늘에 별 따기라는 연방 공무원 지도자 양성 과정에도 선발되어 국무부 중앙 부처로 파견되었을 뿐 아니라 졸업식에서는 졸업생 대표 연설자로 선발되는 등 제가 꿈꾼 것들 이상의 일들이 다 이루어졌습니다.


그렇지만 당시 그 어떤 성취보다 의미 있었던 것은 제 마음의 상태였습니다. 당시 제 마음이 평화롭고 자유롭고 여유로운 가운데에 있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이 성취되지 않았어도 크게 괴롭지 않았을 겁니다. 예전 같았으면 힘들어했을 일들이 크게 어렵지 않으면서 사는 게 참 쉬울 수도 있구나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수많은 영적 지도자들과 영성가들이 말하는 현실 창조의 기본 원리는 마치 이미 이룬 것처럼 느끼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당시 제 마음이 현재에 머물며 온전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동안은 전혀 바라는 게 없었습니다. 당연히 일상에서 현존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마음이 충만해졌습니다. 마음 속 빈 공간으로 행복과 풍요의 느낌이 물밀듯 들어왔습니다. 그러니 당시 제가 원하는 것, 감사할 만한 일들이 더욱 많이 끌어당겨진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제가 무슨 득도라도 해서 매순간 평안하기만 했던 것처럼 들릴까 걱정이라 덧붙입니다. 그 와중에도 익숙한 괴로움에 종종 빠졌습니다. 특히 가족과의 관계가 힘든 때가 많았습니다. 아이 키우는 과정에서 내 맘대로 안돼서 참 힘들었습니다. 남편이 이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끊임없이 올라왔습니다. 예전보다 더 힘들어진 점도 있었습니다. 내 마음의 평화가 가족들로 인해 흐트러지는 것 같아 원망하는 마음이 생긴 탓이었습니다.



참 재미있는 일입니다. 예전에는 가족으로 인해 힘들었다면 한동안은 전에 없던 원망까지 덧붙여서 두배로 힘든 때가 있었습니다. 인생에 새로운 기준이 생기니 그 새로운 기준으로 괴로움이 자아내졌던 겝니다. 자기주장이 분명하고 결단력 있는 남편이 멋있어서 결혼했었는데 마음공부를 하면서부터 그 분명한 자기주장이 어리석게 느껴지고 그 결단력이 성급하게 느껴지는 때도 있었습니다. 이런 걸 두고 공부 거꾸로 한다고들 그럽디다. 그런데 그걸 알아차리는 게 참 쉽지 않았습니다.


이런 마음일 때면 이거 참 진퇴양난이다 생각했습니다. 이미 조건 없는 행복을 맛보고 나니, 괴로운 순간들이 예전보다 더 괴롭게 느껴지는 겁니다. 조건 없는 행복을 모를 때는 생각 없이 조건을 쫓으며 살면 됐는데, 이제는 예전처럼 살 생각도 없어졌고 그렇다고 늘 행복한 것도 아닌,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된 겁니다.




아마 그래서였던 것 같습니다. 명상에 이끌렸습니다. 적어도 명상하는 동안은 지극한 평화를 느낀 때가 많았던 때문입니다. 생각이 쳇바퀴를 돌고 있을 때 명상을 하고 나면 현재 이 순간으로 돌아오기가 수월한 것을 느꼈습니다. 명상을 배워본 적이 없는 저는 궁금했습니다. 제대로 배우고 싶었습니다. 집 근처에서 명상을 가르친다는 곳에 가 보았습니다. 뉴욕이나 보스턴에 가족 여행을 갔을 때는 시간을 내서 유명하다는 명상 센터를 들러 명상을 체험해 봤습니다. 그만큼 명상을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강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다 아마존에서 명상에 대한 책을 찾았습니다. 그때 찾은 책이 Adyashanti의 True Meditation (참된 명상)이었습니다. 많고 많은 책 중에서 왜 이 책을 선택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이어진 인연으로 저는 The Power of Now의 저자 Eckhart Tolle 이후로 또 한 명의 스승을 만난 것이었습니다.  





다음 글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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