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Writing Photo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ungJae Shin Oct 31. 2016

다림질을 할 차례

Writing Photo, 1

평일이면 오전 7시 30분 전후로 눈을 뜬다. 20분가량 뒤척이다 이불을 개킨다. 기지개를 켜며 거실로 나오면 식탁에 얼린 블루베리가 얹힌 요거트와 제철과일, 우유 한 잔이 놓여있다. 여름부터 약 3주 전까지는 복숭아가 한 세트였고, 요즘은 배나 단감, 사과가 곱게 잘라져 있다.


최근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게 나온 뒤부턴 메뉴가 하나 추가됐다. 견과류와 말린 멸치, 말린 조개의 조합이다. 부모님은 강아지 마롱이와 함께 이미 조카를 데리러 나가셨다.  나는 10분 남짓 고요 속에서 여유를 갖는다.


견과류를 씹다 우유로 목을 축이고, 요거트와 과일의 새콤한 맛에 몽롱함을 날려 보낸 후엔 음악을 들으며 이를 닦는다. 머리를 감고 면도를 한다. 물이 튄 자국, 얼룩이 없는 세면대와 거울이, 햇볕 내음이 채 가시지 않은 수건이 무척 상쾌하다.


장롱에서 하얀 셔츠를 꺼낸다. 빳빳하게 다려진 셔츠를 맨살에 걸치고 단추를 채우는 느낌을 좋아한다. 왁스로 두어 번 머리칼을 훑고 로션을 바르고, 수영복과 책 한 권, 노트북을 에코백에 차곡차곡 넣으면 출근 준비 완료다.


일을 마치면 수영을 하러 간다. 8월부터 시작했으니 이제 꼬박 세 달을 채웠다. 일곱 시부터 한 시간 동안 물살을 가른 뒤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면 대략 저녁 여덟 시 반쯤. 마롱이와 인사를 나누고 식사를 한다. 우리 집엔 항상 맛있는 것들이 한가득이다.


홈트레이닝을 하기 전 옷을 벗어 빨래통에 넣는다. 지저분해진 이 녀석은 내일 밤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오늘 아침의 상태로 옷장에 들어와 있을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내가 지금껏 내 손으로 다림질을 해 본 적이 없다는 거다.


구김살 없이 자랐지만, 나는 늘 인상을 구기고 다녔다. 세상에 나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 생각했다. 실컷 방황하고 돌아와 방문을 걸어 잠그고 베게에 고개를 파묻었다. 허랑한 마음으로 몸을 뉘던 침대의 이불은 계절마다 바뀌었다.


주름이 지는 게 셔츠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하곤 한다. 나는 여전히 다리미를 잘 다루지 못한다. 하지만 다림질의 대상이 셔츠가 아니라면 나도 제법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잔뜩 구겨진 내 미간을 오래도록 소리 없이 펴 준 누군가처럼, 그렇게. 자, 이제 내 차례다.


Writing. by 승재


Writing Photo, 1. @J임스

재미있게도, 승재가 고른 사진은 부산에서 찍은 사진이다. 누가 봐도 서울인 사진을 한 장, 누가 봐도 알 수 없는 부산 사진을 한 장 던져주고서 기다렸다. 그가 고른 사진과 첫 글을 보고서는 가만히 웃을 수밖에 없다. 내심 기대했던 마음과 꼭 같았기 때문이다.


Photo. by 임스


승재가 쓰고,

임스가 담다.


함께 서로 쓰.담.는 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