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ing Photo, 2
아, 여기 이거요? 진짜 몰라서 물어보시나? 허 참, 흉터에요 흉터. 점이나 타투 뭐 그런 거 아닙니다. 기억도 안 나요, 언제 어떻게 생겼는지. 듣자 하니 내가 코흘리개 때부터 있었다던데, 지나가던 길고양이가 할퀸 건지 놀이터에서 뜀박질하다 돌부리에 걸린 건지, 아니면 부부싸움하다 아빠가 던진 유리컵이 스치 운 흔적인지, 알 도리가 없네요.
지금이야 요로코롬 손톱만 해졌지만 원랜 엄청 컸어요. 히무라 켄신 저리 가랄 정도였다니까, 진짜로. 애들은 그게 부러웠나 봐. 질투가 나가지고 그렇게 놀리더라고요. 사내놈들은 쉬는 시간마다 몰려오지, 여자애들은 징그럽다고 난리지. 역날검 한 자루라도 있었으면 또 모르겠는데 참, 사는 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걸 일찍부터 깨쳤죠. 그래도 개근상 탔습니다. 대단하지 않나요?
중학교 때부터는 좀 괜찮았어요. 몇몇 동창 놈들이 시비를 걸기는 했었는데, 중 2 겨울방학 동안 키랑 덩치가 커진 뒤로는 예전처럼 막 건들지는 않았으니까. 아마 나를 처음 보는 애들은 되게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 같긴 해요. 수업 중에도 쉬는 시간에도 늘 턱을 괴고 있었으니. 딱히 이걸 가리려고 그랬던 건 아니었는데, 워낙 어릴 때부터 습관이었던지라.
그런 애들 있죠? 매사에 호기심이 넘치는데 그걸 자제할 정도로는 성숙이 덜 된 애들. 고 3 때 같은 반에 딱 그런 애가 있었어요. 걸핏하면 혼자 있는 나한테 와서 툭툭 치고는 뺨 좀 자세히 보면 안 되냐고 앙탈 부려서 얼마나 성가시던지. 있는 성질 없는 성질 다 끌어모아서 몇 번을 버럭 했는데도 그칠 줄을 몰랐어요. 졸업하기 며칠 전에 마지못해 보여줬는데, 근사하다고 그러더군요. 끝까지 엿을 먹이는구나 하고 돌아섰죠.
며칠 전이었어요. 지하철을 갈아타려고 앉아있는데 엉뚱한 플랫폼에 와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죠. 다음 번 급행을 타야 해서 냅다 뛰어 건너갔는데 그만 우산을 놓고 와버린 거예요. 보통 우산이면 그냥 포기할 텐데, 선물 받은 거라서 그럴 수가 없었어요. 그새 누가 들고 가진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 왔던 길을 도로 달려갔어요. 잠영을 한 삼백 미터는 한 것 마냥 죽을 듯이 헥헥거리는데, 건너편에 걔가 서있었어요.
비글도 그런 비글이 없었는데, 주인한테 대차게 혼이라도 났는지 기둥에 기대 멍하니 앞만 쳐다보고 섰더라고요. 우울해 보였어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아니면 철이 든 걸지도.
그때였어요. 내가 가끔씩 숨이 넘어갈 만큼 저 아이를 보고 싶어 했다는 걸 인정하게 된 게, 바로 그때였어요. 평생을 추한 얼룩이라고 여겨왔던 내 치부를 한순간에 무늬로 바꿔준 사람을, 이제 내가 달래주고팠던 거죠.
어떻게 했냐고요? 아무것도요. 전력질주를 두 번이나 해서 너무 힘들었어요. 마침 눈앞으로 전철이 지나가데요. 타고 간 건지, 사라져버렸어요. 허탈했지만 내심 안도하기도 했어요. 솔직히 용기 없었거든요. 우산이나 얼른 찾자 하고 의자 쪽으로 터덜터덜 걸어갔죠, 뭐.
제자리에 있었어요. 그런데 몇 걸음 옆에도 우산이 하나 떨어져 있는 게 아니겠어요? 무심코 집어 드는데 뒤에서 어딘가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오더군요. 여기서 문제. 그날 비에 젖은 우산은 몇 개였을까요?
Writing. by 승재
지하철 공간에서의 사진을 참 좋아한다. 지하철이라는 폐쇄성(공간)에, 알 수 없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개방성(사람)을 더하고, 다시 지하철이라는 이동수단의 특성에서 연속성(시간)을 본다. 하고 싶고 담고 싶은 것들이 고스란히 그곳에 있다. 호그와트 가는 승강장도 어쩌면 그런 상상력의 발로(發露)였을까.
Photo. by 임스
승재가 쓰고,
임스가 담다.
함께 서로 쓰.담.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