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 다녀왔다. 이름난 관광지부터 비교적 인적이 드문 골목길까지, 다섯 밤 동안 자전거를 타고 구석구석 돌아보았다. 그런데 왠걸, 그곳을 떠나온 지 아직 반나절이 채 안되었는데 이미 아주 오래 전 일인 것처럼, 마치 그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생경하기만 하다. 휴대전화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여러 장의 사진을 들여다 보아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여정과 일상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마주하는 감각이 언제나 ‘낯섦’이라는 사실이 재미있다.
여행을 숭배하지 않는 편이다. 분명 여행을 통해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그럼으로써 변화를 경험하겠지만 그것이 보통의 나날들보다 특별히 더 가치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외려 조금은 냉소적으로 ‘여행’이란 밥벌이를 위한 노동으로부터의 자유, 그리고 평시에 비해 세상에 한결 너그러워진 소위 ‘여행자’ 특유의 태도가 연출하는 일종의 역할 놀이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다만 그 기회가 무척이나 드물고 귀하기에, 잰체하는 나 역시도 기꺼이 극으로 빠져들지 않고는 도리가 없다는 점이 여행하는 이유라 할 수 있겠다.
지난 여정이 백일몽처럼 회상되는 까닭은 여행자로서의 나와 생활인으로서의 나 사이에 놓인 간극 때문일 게다. 여행지에서의 나는 함박눈을 처음 본 새끼고양이 마냥 맑은 하늘과 따뜻한 볕, 살랑거리는 바람에 감사하고 거리의 사소한 단면들을 소설책 읽듯 탐독하며,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온 감각을 동원해 있는 힘껏 만끽하려 노력한다. 동시에 마음껏 늦잠, 낮잠을 자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흐르는 대로 놓아 두기도 한다. 나답지, 아니 나 같지 않게.
다시 익숙한 트랙에 올라 설 차례다. 일상을 여행처럼 즐기라지만 그건 불가능할뿐더러 굳이 그러고 싶지도 않다. 우선 나는 여행을 살 수 있는 종류의 사람이 아니며, 둘 사이의 구분이 명확하기에 얻을 수 있는 것도 많다. 이를테면 견디는 법 같은 것. 일을 해서 돈을 벌고,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돈은 안되지만 어김없이 영화식당 방송을 만들고, 이렇게 간간히 글을 쓰면서 일상을 채워나가는 일 같은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