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서른이 되었다. 이제 축제는 끝이라 느껴지거나, 죽기로 결심을 했다거나, 모든게 담배 연기처럼 멀어져 가는 것 같진 않다. 여태껏 만났던 서른 유경험자들이 “기분이 정말 이상해”, “진짜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아”라며 자신의 소회를 풀어 놓는 것을 줄곧 들어왔지만, 글쎄.
최근 몇 개월 서른을 맞이하는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을 종종 받았다. 그때마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단지 “아 내가 벌써?” 정도의 느낌이라고 대답했다. 돌이켜보면 늘 똑같았다. 열여덟이 되었을 때도, 스무살이 되었을 때도, 스물셋, 스물여섯, 스물여덟에도 “내가 이제 몇 살이구나”라는 것을 상기할 때면 언제나 그랬다. 그러니 이번이라고 특별할 게 무엇이랴.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괜히 지난 10년이 어떤 의미였는가 돌아보게 된다는 점이다. 나의 20대는 어땠더라, 하고. 혈기왕성하게 여러 사람을 만나고, 이것저것 시도하고 실패하기를 반복하고, 호기심에 가득 차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그런 ‘모범’적인 ‘청춘’은 결코 아니었는데.
어영부영 시간을 낭비했더니 나이가 들었고,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밖에는,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변변한 업적이 있는것도 아니고, 이제 겨우 입사 10개월을 조금 넘겼으니 축적해둔 재산이 있을 리 만무하고, 남들은 꿈도 못 꿀 독특한 경험을 한 것도 아니다. 멋진 사람들을 많이 만났단 사실을 빼면 내세울 거리가 딱히 없다. 그저 무난하게, 심심하게, 매사 “굳이 최선을 다할 것까지야”란 태도를 고수하며 살아오지 않았는가 싶다. 앞으로도 비슷하겠지.
다행스럽게도 이런 내 삶이 그리 싫지 않다. 지우고 싶은 과거, 부끄러운 기억들이 무궁무진하게 많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넘길 수 있는 시큰둥함이 있어 괜찮다. 무엇보다 요즘에야 비로소 한 인간으로서 해야 할 몫을 나름대로 해내고 있단 생각이 들어 마음이 놓인다. 써드파티 형들 말마따나 아재 개그에 능숙해지기도… 이건 취소다.
스스로가 받아들이는 감흥과는 별개로 나이를 먹을수록 사회적으로는 여러 가지가 요구된다. 언젠가는 나도 홀로 감당하기 벅찰 만큼의 책임감을 짊어져야 할 테지. 그때 잘 버텨낼 수 있는 어른이 되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 라는 간지러운 다짐을, 꼭 해야 할까? 에이, 어떻게든 되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