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리운 평온함에 대하여

2013년 봄에 쓴 글을, 다시 고쳐 쓰다.

by SeungJae Shin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맞벌이를 하셨던 부모님 덕에, 어릴적부터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동네 꼬마 녀석들과 숨바꼭질, 술래잡기, 조개싸움 등을 실컷 하다 보면 어느새 해는 뉘엿뉘엿, 노을이 하늘을 발갛게 물들였다.


아이들이 하나 둘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집으로 가고 나면 나는 익숙하게, 어색하게 놀이터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텅 빈 놀이터가 주는 적막함이 어린 마음에도 가끔은 서글퍼서, 애써 이런저런 만화 주제가를 목청껏 부르며 발길을 돌리곤 했다.


그 시절 나는 현관문을 잠그고 집을 나온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열쇠를 갖고 다니지도 않았는데, 이는 아마 '어차피 내가 잠근 문을 다시 열 사람은 나'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흙투성이가 된 몸으로 무방비의 문을 열면 나를 반기는 것은 노란 불빛뿐, 신발과 접은 바지 틈에 가득한 모래를 대충 훑어내고 거실로 향할 땐 그저 습관적으로 집안을 두리번두리번 살폈었다.


당시 제일 좋아했던 장난은 가족들이 집에 오는 시간에 맞춰 장롱 속에 숨어있는 일이었다. 물론 이는 그들을 깜짝 놀래 주기 위함이었지만 목표 달성에는 늘 실패하고 말았다.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언제나 까무룩, 잠에 빠져버렸었기에.


몇 겹으로 쌓인 푹신한 이불 위로 몸을 던지고, 최대한 빛이 침투하지 않도록 문을 닫기 위해 했던 그 손짓. 장롱 안쪽에는 손잡이가 없어 처음엔 어찌나 힘이 들던지, 가끔 손가락을 찧으면 아픔을 달래기 위해 했던 호들갑스런 몸짓들. 만족스러울만치 어두워진 그곳에서 나는 어떤 상념에 빠졌던 걸까.


유년에 대해 비교적 상세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자부하지만, 그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한가지, 바스락거리던 이불의 햇빛 냄새와 어둠이 주는 고요함이 너무나 달콤해서 몇 시간이 지나도록 지겨운 줄 몰랐다는 느낌만이 남아있을 뿐. 요즘도 가끔 눈을 감고 되새겨 본다. 내 그리운 평온함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