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가기 프로젝트
그간의 연애를 세세하게 글로 남겨두려고 시작했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한 이유로 40대가 된 내가 사랑을 포기하지 않고 어떤 노력을 했는지 돌이켜 보려고 한다.
결정사 가입
40대 초반의 어느 때 나는 결정사에 가입했다. 40대가 된 이라면 알 것이다. 누군가를 만날 기회가 정말 없다는 것을.
그렇게 시간만 보내기에는 내 인생이 너무 안쓰러웠다.
결정사에 가입하고 나는 40대 인기녀가 되었다. 나 혼자 그렇게 알고 있었다.
홍보 일을 하다 보니, 누군가의 말에 호응해 주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외롭고 쓸쓸한 40대 남성들은 나의 밝고 명랑한, 때때로 경쾌한 호응을 좋아했다.
처음 만난 분은 서울대 졸업, 공기업 재직 중인 분이었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동네 마트 나오듯 편한 옷차림으로 나온 그분은 크게 문제될 만한 말을 하지 않은 채 그냥저냥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그때는 처음이라 뭐가 뭔지 몰랐던 때였다.
첫 만남 후에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마치 20대로 돌아간 듯) 연락이 오기만을 기다렸지만 연락은 끝끝내 오지 않았다.
결정사에서 평범녀란?
잘 모르겠지만 결정사에 가입하면 신입 특수로 나의 프로필을 꽤 괜찮은 조건의 남자분들께 보낸다.
나중에는 내 횟수를 차감하기 때문에 이렇게 프로필을 보내는 일이 거의 없다.
암튼 처음에 여기저기 보낸 나의 프로필은 꽤 괜찮은 성공률을 자랑했고 그 덕에 평소에는 쉽게 만나보지 못할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나처럼 지극히 평범한 조건의 사람은 결정사에서 오히려 보기 드물다고 했다.
이게 무슨 소리냐하면, 조건으로만 따지면 양극단이 많다. 나처럼 평균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대개 일찍 결혼을 한다는 것이다.
나처럼 누구에게든 적당히 맞추는 사람은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사람을 만나 아이를 낳고 산다.
물론, 나는 연애 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사람이기에 결혼을 하지 못했다.
능력남들과의 만남
나는 가입 초기에 조건으로 치면 상단에 있는 분들을 꽤 만났다.
예를 들면, 강남 건물주,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넘사벽 글로벌 기업 재직남(중견기업 대표 연봉), 몇십억 자산의 의사선생님 등이다.
이들이 왜 평범한 나를 만났을까? 그때는 몰랐다.
능력이 넘치는 이분들은 본인 수준에 맞는 능력녀를 많이 만났을 테고 그 여자분들도 능력이 넘치니 이분들과 잘 맞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기에 적당히 잘 맞춰줄 것 같으면서도 보통의 대학을 졸업하고 보통의 회사를 다니고 보통의 부모님 아래서 자란 내가 괜찮아 보였을 수도 있다.
물론 그들은 나와 몇 번의 만남을 하고는 본인이 원하는 대기업, 고학력, 혹은 좋은 집안의 딸이 아닌 것에서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결국 끼리끼리 만나야 한다. 넘사벽 능력남이 평범녀를 만나 만족하기란 쉽지 않으니.
치열한 전쟁터
나는 매주 예쁘게 화장하고 옷을 입고 좋은 말만 하며 방긋방긋 웃었다. 주말은 풀로 그랬던 거 같다.
어느 순간 사람 만나는 일에 지쳤다. 매주 돈 자랑, 혹은 능력 자랑을 하는 남자들 앞에서 방긋방긋 웃었으니 말이다.
대개 결정사에서 남성분들은 여자가 마음에 들었을 때 자신의 능력을 최대치로 보여주려고 한다.
능력치라고 하면, 본인 혹은 부모님의 재산 수준, 지적 수준, 형제의 수준, 연봉, 외제차, 살고 있는 집의 시세, 통장 잔고까지 공개한다.
내가 만난 남성분들은 80% 정도가 이런 것들을 첫 만남, 혹은 두 번째 만남 때 공개했었다. 참 무서운 세상인 것이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이런 것들이 전부가 아닐 텐데. 이분들은 그동안 결정사에서 많은 이별과 좌절을 겪으면서 빨리 선택받기 위한 방안을 찾은 것이다.
암튼 나는 그중에서 한 명만 조금 진지하게 만났고 대부분은 첫 번째 만남 후 거절의사를 밝혔다.
내가 진지하게 만났던 분 역시 특정 부분에서 눈에 띄는 능력남이었다.
이분은 세 번째 만남 때였나 자신의 연봉 수준, 집 보유 여부, 통장잔고, 부모님 노후 상황, 형제의 직업 등까지 낱낱이 공개했다.
의아할 정도로 탈탈 털어 공개했던 기억이 있으며, 나에게도 그 정도 수준으로 정보를 확인하고 싶어 했다.
이분과의 스토리는 차차 공개하기로 하고 이은 글에서는 결정사에서 겪은 에피소드와 깨달은 점 등을 글로 남겨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