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을 위한 사람 공장
지난 회에서 결혼정보회사에 대해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결정사를 떠올리면 화가 났다가 슬펐다가 온갖 감정들이 복잡하게 얽혀서 제대로 정리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
결혼정보회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곳이란 표현이 정확하다.
하지만 제대로 만날 수 있다고는 말하기 어려울 거 같다. 그곳에 가입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비용에 합당한 대우 혹은 상대를 만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결정사에 가입할 정도의 연봉을 받지 못하지만 꾸준히 돈을 모아 결정사에 가입했다면, 힘들게 모은 돈의 값어치를 했으면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자신이 대우를 받을 만큼의 조건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이다. 결정사에 돈을 냈다고 해서 내 가치까지 올라가는 건 아니다.
여기에서 씁쓸한 건 결정사에서는 철저히 자산, 연봉, 집안 수준, 외모, 학벌, 나이 등으로 가치가 매겨진다는 것이다. 나는 이 모든 것에서 정말 평균치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평범한 여자는 그렇게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만나보면 너무 좋을 수는 있으나 프로필에서 이미 탈락되는 경우가 허다할 수 있다는 말이다.
생각해 봐라.
4년제 대학에 나와서 중소기업에 다니고 부모형제 또한 보통의 사람인 A씨, 학벌은 그냥 그렇지만 서울에 집을 보유하고 있거나 혹은 건물을 가지고 있는 B씨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프로필 상으로 두 사람의 성품은 알 수 없다. 그럼 뭘 보겠나? 눈에 띄는 조건들로 선택되는 것이다.
나처럼 지극히 평범녀는 선택되기 어려운 구조다. 조금 덜 예쁘고 학벌이 떨어져도 집을 보유하고 있는 여자라면 마냥 좋다고 하는 남자도 있고.
학벌이나 직업은 변변찮지만 연예인처럼 수려한 외모인 여자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말인즉슨, 눈에 띄는 뭔가 특장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없이 많은 사람이 가입해 있고 그중에서 선택되기 위해서는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하다.
만약 내가 그런 포인트도 없는데 직업이든 학벌이든 뭔가가 눈에 띄게 떨어진다? 그러면 정말 결정사에서는 매칭되기 어렵다.
내가 겪은 바는 그렇다.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만남이 전부는 아니다
결정사에서는 횟수를 차감하는 만남도 있지만 무료로 만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남자 쪽에서 나에게 프러포즈했을 경우, 남자 횟수를 차감하고 나는 차감하지 않는 구조다. 물론 내가 프러포즈를 했다면 내 횟수를 차감한다.
둘 다 횟수 차감 없이 무료로 만나게 해주는 경우도 있다. 누구 횟수를 차감하든 만나는 건 어렵지 않지만 그 만남이 세 번 이상 이어지는 게 정말 힘들다.
나의 경우, 한 번의 만남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남자 쪽에서 엄청 적극적인 경우 세네 번 만난 적은 있다.
이 경우 역시 매우 눈에 띄는 조건과 적극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능력 있고 돈 있고 나이도 많은 남자들은 지속적으로 적극적이지 않을뿐더러 여자에게 맞춰주지도 않는다.
본인 나이가 몇이든 능력남들은 비슷한 특성을 보였다.
정말 마음에 들면 적극적으로 데이트 신청도 하고 만나야 하지만 40대의 만남은 누구도 적극성을 보이지 않는다. 나도 마찬가지다.
상대방의 눈치를 볼 때도 있고 과거처럼 누군가에게 적극적인 마음 자체가 안들 때도 많다.
무엇보다 40대의 연애는 두려움과 걱정이 팔 할이다. 욕심이 많고 눈이 높아서가 아니라 두렵다. 짊어져야 할 무게가 무겁기 때문이기도 하다.
40대가 되면 나이 든 부모도, 회사의 동료들도 내가 챙겨야 할 사람들이 많아진다. 50대는 더 그럴 테고. 나이 든다는 건, 어깨가 무거워진다는 걸 의미한다.
암튼, 결정사를 통해 세네 번쯤 만났던 이들에 대해서도 다음 편에 아주 살짝 이야기해보겠다. 물론, 유일하게 몇 개월 장기적으로 만났던 분과의 러브스토리까지도 곱씹어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