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within me, me within you.
영화 몬태나 / 스콧 쿠퍼 감독 / 크리스챤 베일, 로자먼드 파이크, 웨스 스투디, 벤 포스터 주연
Hostiles, 2017
. 뿌리없는 증오의 공허
광활한 땅 위에 민낯이 드러난 그들의 증오는 뿌리내린 곳이 없었다. 서로의 손을 피로 물들이고 증오의 대상이자 스스로 증오하는 자가 된 이들은 대답없는 망망한 너머에 지나간 죽음만을 반복해서 외칠 수 있을 뿐이었다. 다만 서로의 죄를 믿었다. 스러지는 무수한 목숨이 대지를 가득 메워도 아무 말 없는 공허한 땅 위에 선 스스로를 지탱하는 건, 지난 시간이 옳았다고 증명할 유일한 방법인 증오뿐이었다. 자신을 믿을 수 없게 되는 순간 본인의 내일 또한 이 땅에 묻힐 테니까.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알게 된다, 지독한 증오의 굴레는 산맥에 그러피는 안개만도 못한 허상이었음을. 증오는 당신의 믿음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었고, 당신의 분노는 권력의 밑거름이 되어 끝없이 농락 당했다.
. 증오의 끝에서
몬태나가 가까워질수록 그들이 서로의 편에 서게 되는 모습은 사실 중요하지 않았다. 죽음으로 서로를 증오했던 이들은 다른 이유로 부서지는 목숨들을 마주하곤 무릎을 꿇는다. 뿌리 없는 증오가 흩어지고, 그제야 상대방이 보였다. 광활한 대지 위엔 다만 뜨거운 삶만 존재했다. 우리는 늘 상대가 나와 다름을 걱정하느라 나와 같은 타인의 얼굴은 보지 못한다. 증오의 끝에 서있는 대상은 언제나 나였다. 나의 삶에 대한 증오를 당신에 빗대어 스스로를 버텼다. 다만 우리는 상대방의 인생을 인정할 때에만 진정 살 수 있다.
. 향하다
삶이 이유 없이 깎여나가는 지독한 여정을 마주하고도 그들은 끝없이 나아갔다. 이미 출발선부터 증오는 흩어지고 있었다. 얼굴을 마주하고도 상대의 죄를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그랬다. 길 위에선 다만 같은 곳을 향해 나아간다는 것이 그들의 유일한 공통점이자 그들의 가진 전부였다.
. "You within me, me within you."
몬태나로의 여정은 우리가 서로를 편견없이 바라보게 하는 사건이자, 무수히 많은 감정의 점들을 찍는 영혼의 흔적을 그리는 길이었다. 감정을 묻고 앞으로 나아가도 끝없이 이는 바람처럼 마음에 부는 당신들을 어쩔 수 없는 게 인생이라면, 우리는 그저 서로 영혼의 곁을 내어줄 수 있을 뿐이다. 존의 친구가 증오를 죽이고 스스로의 죽음을 택한 뒤에 그는 한참을 앓는다. 덧없는 감정은 비워내도 늘 가득 채워졌다. 지나간 것을 그대로 두는 일은 쉽지 않았다. 누군가의 탓인게 차라리 나았다. 다만 우리가 서로의 비인 공간에 영원이 남는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 그랬다.
. "내 영혼의 일부는 당신과 함께 죽습니다."
숱한 영화 속 크리스챤 베일이 감당한 대사들 중 가장 진한 감정이 담긴 말 아니었을까. 그 자체만으로도 깊은 아름다움이 깃든 문장이었다. 누군가와 영혼을 곁을 나눈다는, 신성하고도 먹먹한 그 한 마디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몬태나로 나아가는 이해와 용서의 여정에서 나는 인간의 삶에 대한 진부하도고 깊은 깨달음을 얻고 있었지만, 내내 사라지지 않는 영원한 울림은 우리가 서로의 영혼을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이었다. 상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존경이자 관계에서 당신이 얻을 수 있는 가장 진실한 위안.
처음 나누는 시선부터 우리는 서로의 인생을 물들인다. 당신을 만나기 이전의 나는 더 이상 지금의 내가 되지 못한다.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서로의 영혼에 깊이 박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