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내가 좋아하는 공간 알아보기
테니스 레슨이 있는 날은 아니었지만, 연습장에 들러 한 시간 정도 스윙 연습을 했다. 처음으로 가지게 된 나의 라켓에 공이 맞는 느낌을 집중해서 쳐본다. 무심코 세게 때리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부드럽게 힘을 빼고, 임팩트되는 순간에 집중해 본다. 지난 주말 처음으로 코트에 나가 게임을 해봤다. 초보 회원을 대상으로 코치가 주최한 모임이어서 우려와 달리 많이 위축되진 않았다. 하지만 게임 룰도 잘 모른다는 것과, 서브를 제대로 넣지 못하는 것은 게임 진행에 약간의 문제가 되었다.
그런 이유로 오늘은 서브 연습도 조금 해보았다. 레슨을 받으면, 머리로는 알지만 몸이 따라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말 유능한 코치라면 강습을 받는 사람이 몸으로도 이해할 수 있도록 연습을 시켜줄 것이다(아마도). 그러나 세상에 유능한 코치는 유명하고 한정되어 있으므로 나는 나의 시간으로 내 몸이 이해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오늘은 어떻게든 구역 안에 서브를 넣을 수 있도록 연습을 했다. 토스를 생각보다 더 앞쪽으로 던지는 것, 그리고 공을 치고 나서 라켓이 왼쪽 주머니 방향으로 마치는 동작까지 신경 쓰는 것, 이 두 가지가 몸으로도 이해가 됐다. 물론 소화를 하는 것과는 다른 문제였지만.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을 때 멈추는 것이 좋다. 아무래도 자신감도 생기고. 그래서 그 정도에서 정리하기로 했다. 밖으로 나와 근처에 봐두었던 카페로 갔다. 핸드드립 커피를 좋아해서 집에서 늘 내려먹는데, 주변에 핸드드립을 하는 카페가 많지 않다. 오늘 간 카페는 핸드드립만 전문으로 하는 카페여서 한번 가봐야지 하고 봐두었던 곳이었다.
자전거를 가게 앞에 주차하고,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카페 안은 여느 카페와 다르게 에스프레소 머신도 없다. 카페 앞을 여러 번 지나치면서 어쩐지 카페 같지 않은데라고 생각했던 이유가 아마도 이것 때문이었으리라. 가게 안에는 작은 바가 하나 있었고, 2인용 좌석 하나와 4인용 좌석 하나, 가운데 3인용 좌석이 있었는데 공간이 아주 작았기 때문에 혼자 앉아서 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조금 민망하게 느껴졌다.
중년의 여자 사장님이 혼자 운영을 하고 있는 카페였다. 회사 이야기를 하고 있는 두 명의 남자 손님이 2인용 좌석에 앉아 커피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평소 좋아하는 산미 있는 원두로 주문을 했다. 에티오피아. 바에서 드립 커피를 내리는 모습이 보고 싶어 봐도 되냐고 물었다.
“그럼요. 여기 앞에 앉아서 보세요. “
바에 앉았다. 사장님이 집에서 내려드시냐고 물었다. 아무래도 내리는 과정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그런 질문의 근거가 되었으리라 생각했다. 커피 내리는 것을 보면서 이런저런 질문과 답변을 했다. 사실 사장님과 대화 자체는 그리 즐겁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하지만 내려 준 커피는 아주 맛있어서, 역시 전문가가 내려주는 건 다르네 싶었다. 한편으로 나도 더 잘 내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드립 커피에 대한 전문적인 자격증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게 있는지 궁금했다. 그리고 엄청 세련되거나 지극히 상업적인 공간은 아니었지만, 가게 주인의 취향과 애정이 묻어 있다고 느껴지는 그 공간이 참 괜찮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카페든, 식당이든 어떤 상업 공간에 갔을 때 좋다고 느끼는 포인트가 이런 게 아닐까. 그 공간을 주인이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는 느낌. 그 공간을 찾아주는 미지의 사람을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
커피나 음식이 맛있어야 하는 건 당연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