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쉬는 날에는 에너지를 충전해야 한다.
어떻게 일요일을 보내면 더 충만한 기분이 들 수 있을까.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 아들과 둘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 그것이 야외 활동이든, 실내 활동이든,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 모두 내가 선택해서 활동하는 것인데 일요일 저녁이 되면 늘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오전에 다 같이 집에서 영화 타임을 가졌다.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케이팝데몬헌터스를 봤다. 아내는 팝콘을 안 먹겠다고 다짐했고, 진짜 그 다짐을 지켰다. 영화가 끝나자 아내만 유난히 배가 고파졌다. 아들과 나는 팝콘을 실컷 먹어버려서 점심 생각이 크지 않았지만, 이미 1시가 넘었기에 집 근처 쇼핑몰 식당가로 가서 점심을 먹었다. 아들은 역시 점심 식사에 시큰둥했다. 아들은 얼른 식사를 마치고 쇼핑몰 한쪽 구석에 설치된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에서 잠깐 땀나게 놀았다.
집으로 돌아온 아들은 또 뭔가 불만족스러운 게 있는 모양이다. 몸을 베베 꼰다. 좀 더 놀고 싶었던 모양이다. 날씨는 더웠고, 실내 쇼핑몰에서 더 머물고 싶진 않아 했다. 아들은 남는 에너지를 밖에서 하는 놀이로 쓰고 싶어 했다. 한창 더운 3시반 경 근처 공원으로 둘이서 자전거를 타고 나갔다.
공도 조금 차고, 캐치볼도 조금 했다. 그렇게 거의 한 시간을 더운 밖에서 놀고 들어와 시원하게 샤워를 했다. 더운 날씨에도 나름 알찬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나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나의 불만족 포인트는 어디에 있었을까. 그 순간에 충실하지 못했을까. 더운 날 아들의 상태를 신경 쓰고, 다음 일정을 생각하고, 시간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좀 더 순간에 몰입하고 상황이 바뀌면 바뀌는 대로 움직여보는 게 좋지 않았을까. 어쩌면 그 놀이 자체에서 재미를 못 느껴서인지도 모른다. 수준에 맞춰 놀다 보니 당연히 재미는 없지만 분명 다른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충분히 만끽해 보는 건 어땠을까.
휴일은 늘 이런 느낌이 비슷하게 든다. 휴직 중에도 그런 느낌이 계속 든다는 것은 월요일의 부담이 그 이유는 아닌 것 같다. 어쩌면 정해진 루틴이 없는 것이 나 스스로에게 그런 느낌을 안겨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공휴일은 당연히 가족과 보내는 시간에 충실해야 하지만, 그 안에서 개인적인 루틴을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 그 루틴을 조금 축소하는 정도도 괜찮을 것이다. 충실하게 보낸 루틴과 별개로 주어진 휴일의 시간은 그것대로 충실하게 보낸다. 그럼 일요일 저녁이 덜 아쉬운 마음일까?
개인적인 루틴을 공휴일에도 작게라도 수행하고, 아들과 보내는 시간은 다른 의미에서 즐거움을 느껴본다. 그 놀이 자체에 즐거움보다 아들과 보내는 시간, 가족과 보내는 시간 그 자체에 좀 더 집중해 보기로 한다. 이 시간은 어떤 시간인가.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