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멋지게 결정하기
좋게 말하면 굉장히 신중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약간의 결정 장애가 있다. 생활을 위협할 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가까운 주변의 사람을 종종 답답하게 한다. 특히 아내.
생각해 보면 원래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어쩌면 스스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자각하지 않고 살아서 일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전부터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오래전 직장 상사에게 들었던 이야기도 비슷한 맥락이었지 않나 생각한다. 아내도 가끔 그런 이야기를 하기에 그것이 언젠가부터 작은 문제가 되고 있다는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가정을 이루고 더 심해지긴 한 것 같다. 어떤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입게 될 피해가 혼자일 때보다 크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물론 어릴 때부터 꽤 신중한 태도를 가진 사람이었고, 한편으로 용기가 없던 아이였던 것도 같다. 어떤 일에 대해 늘 시간 축을 늘려서 생각했고, 그래서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일을 걱정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어쩌면 자라온 가정환경이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편이 아니었던 것, 항상 준비를 잘하자는 가훈, 그 외에도 수많은 경험들이 지금의 태도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과거의 내가 어땠든, 결국 중요한 것은 지금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오랫동안 고민하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 마치 이런 느낌이다. 친구 사이에 한 시간 넘게 전화로 이야기를 하다가 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하자라며 끝맺는 느낌. 실컷 고민하다가 결정을 또 유예한다. 그리고 가끔은 촉박한 일정에, 또는 뭔가 결정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더 안 좋은 선택을 하게 만든다. 혹은 그저 그런 선택을 하고 만다.
결정을 위해 너무 많은 사항을 고민하는 것, 그리고 결정을 계속해서 유예하는 것도 결국 내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빼앗아가는 일이다. 항상 분명하고, 신속하게 결정하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어떤 연습을 해야 할까.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
먼저 결정의 복잡도를 줄여야 한다. 결정이 어려운 첫 번째 이유는 선택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려 들면 결정은 점점 더 멀어진다. 선택지를 의도적으로 제한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지들을 평가하는 기준 역시 단순해야 한다. 너무 많은 기준으로 비교하다 보면 어느 것도 명확해 보이지 않는다. 핵심 요소 두세 가지에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더 명쾌한 답을 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선택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일이다. “이 결정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고민들은 자연스럽게 걸러진다.
다음으로, 선택은 결국 나의 선호와 깊은 관련이 있으므로 평소 자신을 잘 들여다보는 습관이 중요하다.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과거에 어떤 선택에서 만족을 느꼈는지,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면 결정은 훨씬 수월해진다.
그리고 과도한 사고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 결정에 에너지를 많이 빼앗기는 사람들은 대체로 평소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일 확률이 높다. 생각이 깊어질수록 단순했던 선택이 미로처럼 복잡해지고, 분석은 오히려 결정을 미루는 핑계가 되기도 한다. 선택의 상황을 불필요하게 복잡하게 만들고, 결정을 유예시키는 것도 바로 이 과도한 사고다.
때로는 “충분히 생각했다”는 지점을 스스로 정하고 결단을 내려야 한다. 완벽한 정보를 모으고,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느 순간 멈추고 결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어떤 선택이든 완벽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선택을 찾으려다 보면 영원히 결정할 수 없게 된다. 중요한 것을 우선해야 하고, 덜 중요한 것은 양보해야 한다. 때로는 차선을 골라야 하는 상황도 생긴다. 그것이 현실이다.
선택을 하고 나면 이제는 기꺼이 그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한다. 선택에 따른 결과는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성숙한 태도다. 만약 어떤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상황이 바뀐다면? 그때는 열심히 ‘대응’하면 된다. 후회에 에너지를 쓰기보다는 변화에 적응하고 조정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훨씬 생산적이다.
이건 개인적인 사항이지만, 나에게는 ‘돈’도 결정을 힘들게 하는 요소이다.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매몰비용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관점을 바꿔보면, 선택에 있어 돈은 제약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그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감사한 존재다. 투자한 돈은 그 선택의 기회를 준 것이고,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