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우선쓰소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adac May 13. 2020

고통의 나날 속에 일기와 돈 걱정

잘 살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할까

연락 1.
안녕! 기다리던 퇴사 맞이하고 난 뒤 어떻게 지내? 나는 매일매일이 괴로워지는데 애써 느끼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지내. 하고 싶은 일에 애정과 에너지를 쏟아야 그마나 살아있는 기분을 느끼는데, 회사에선 정말 젖은 낙엽처럼 겨우 버티기만 해. 일단은 그냥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어. 다른 친구들은 다들 어떻게 지내나 궁금해. 코로나로 침체된 탓에 움츠러든 것도 있을테지만 요즘은 한없이 기운이 없어서 재밌는 일을 꾸미고 좋은 삶을 상상하던 시절의 우리가 생각나서 연락해봤어.

연락 2.
(오랜만에 생각나 연락해 본다는 지인 H의 안부 문자에 대한 답장)
일상의 무기력과 괴로움을 어떻게 해보려고 애쓰면서 열심히 일기를 쓰면서 보냅니다. 무사히 평온하게 지내보자고 다짐하면서. 어짜피 괴로운 건 기본이니 즐거운 것들을 땡겨다 써야겠죠. 미래를 걱정 말고.

연락 3.
(오늘따라 고맙게도 그리운 지인의 안부 인사가 이어졌다. M의 연락에 대한 답장)
나빴다 쫌 좋았다 그럭저럭 견딜만했다가 대충 버티며 살아요. 당장 뛰쳐나가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서 출근하는 삶이라니 슬프긴 하지만 아프지 않고 굶지 않고 고양이 무탈하니 다행이다 생각하며 지냅니다. 삶의 재미와 의미를 어디서 찾아야 하나 고민하지만 일단 모르겠으니 하루에 일기 5장씩 쓰면서 버텨요.

연락 4.
할 일이 아주 많지는 않지만 출근해야 한다, 싫은 상사들과 함께 해야 한다, 일의 모양새는 마음에 안 들지만 그냥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생활 중이야. 의미도 재미도 없이 고통뿐인 직장인의 삶. 이것이 월급 값인 거냐? 겨우 버티면 남는 건 월급 뿐인거냐? 
(친구의 현답 : 맞습니다. 그런데 정신 차리지 않으면 월급도 남지 않습니다. 재테크 꼭 하세요.)

부자 언니가 되고 싶은 마음을 드러내는 게 속물적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나는 그런 머리가 없는 사람이라 그냥 알뜰살뜰 아끼며 적당히 산다. 그러면서 할머니들 장판 아래에 현금 뭉치 넣어두는 것처럼 꼬박꼬박 저축만 하는데 갑자기 이 자본주의의 시대에 재태크를 하지 않는 게 너무 뒤처지는 것인가 하는 두려움이 들어서 직장인 재테크, 소액투자, 이런 걸 열심히 찾아보고 있다. 또 뭔가 책으로 배워야 할 거 같아서 책 산다고 했더니 마침 앞에 앉아있던 분이 어피티 머니레터 https://uppity.co.kr/​ 구독을 추천해주셔서 일단 그거부터 가입했다. 토스 레터도 https://blog.toss.im/category/newsroom/notice​ 신청했다.

작년 이맘때 한참 우울한 시절에는 책방 앞을 지나갈 때마다 우울증으로 검색해서 책을 사곤 했는데, 이번엔 돈인가. 재테크, 투자, 펀드, 재무 관리 등에 관심이 생겼다. 한 달 살려면 얼마가 필요하고 나는 지금 얼마를 월급으로 받고 있고 이렇게만 하면 예년만큼은 저축할 수 있을 거 같은데 이게 다가 아닌 것 같단 말이지. 그렇다고 자영업자가 되어서 사업을 하겠다고 하기엔. 아무 생각이 없다. 자영업을 하다가 직장인이 된 친구의 말을 들어보면 역시 월급쟁이가 좋다고 하는데. 그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그럴테지. 나는 여기서 일하면서 페미니스트로서의 경력을 쌓아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동료가 아닌 사람들이 자기 자리를 지키는데 급급해 내 의사와 반하는 방식으로 일이 굴러가는 걸 계속 지켜볼 수는 없겠다. 그러려면 역시 내 일을 해야하는데...그게 뭘까.... 잘 살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할까. 송은이가 비밀보장을 런칭할 때도 자기 분야에서 자기가 좋아하고 할 수 있는 일로 자기 일을 시작한 건데. 나는 그게 딱히 뭔지도 모르겠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찾아야 하고 실험해볼 수 있는 건지. 사람들의 성공사례를 보면 우연과 타이밍, 운명 같은 요소가 많이 작용하는 거 같던데 그냥 나도 이렇게 살다가 벼락 맞듲 그런걸 기다려야 하는지 원.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은 더 이상 하지 않으려고 한다. 작년에도 많이 하지는 않았는데 할 수록 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도 아니고, 하고 싶은 일도 아닌 거 같다. 해봤으니 됐네. 해보고 싶은데 아직 하지 않은 것들이나 하나씩 시도해보면서 벼락 맞기 기다려야겠다. 유튜버...가 될지도.   

매거진의 이전글 성실한 다짐의 왕, 언젠가 빛을 발하겠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