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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dac May 14. 2020

참지 못하고 야식을 먹어버렸다

어쩔 수 없지 뭐, 애써 행복한 생각이나 해야지.

저녁을 먹고 나서도 허전함이 가시지 않아 전전긍긍하다가 결국 부침개를 부쳐 먹었다. 새벽같이 일어나 도시락을 싸던 부지런함이 사라진 지 오래라 요즘은 그나마 지난밤에 불려놓은 잡곡쌀을 통에 담아 출근해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공유주방의 전기밥솥에 쌀을 붓고 점심시간에 맞춰 밥이 되도록 예약해둔다. 쌀을 불려 놓는 성실함이 남아서 다행이라고나 할까.

오늘 메뉴는 3분 카레였다. 김치도 챙겨가지 않아서 반찬은 없었지만 그와중에 당근, 오이, 양배추, 방울토마토는 곁들일 채소로 챙겨가서 먹었다. 밥은 2공기를 해서 하나는 점심시간에 먹고 하나는 쌀을 담아간 통에 담아와서 저녁에 먹는다. 회사에서 저녁밥 도시락을 준비하는 셈이다. 그래서 퇴근하고 도시락통에 담긴 밥과, 오이고추와, 새송이버섯과 달걀을 구워서 맛있게 저녁식사를 마쳤다. 기분좋게. 방울토마토, 오이, 당근, 양배추를 씹으며 후식도 먹었다. 그런데 한 시간이 지나도록 계속 허전함이 가시질 않았다.

미련없이 뒤돌아 물이나 먹고 잠이나 잤어야 하는데....결국 참지 못하고 파전을 해먹었다. 고기류의 무엇이 먹고 싶어서 가쓰오부시를 탈탈 털어 같이 부쳤다. 기름 냄새 고기 냄새 맡으니 좀 기분이 나아지는 것도 같았다. 그리고 30분 후에 바로 배탈이 나서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리고 있다. 아마 배란 영향일 거라고 생각한다. 배란통, 생리전증후군, 생리통까지 한 달의 대부분을 아프거나 허기지거나 우울한 상태로 보낸다. 아이고 배가 계속 아프다. 저녁에 먹고 충분히 소화시키지 못하고 자면 또 역류성 식도염도 심해질텐데... 우울하고 괴롭고 먹고 싶고... 이러면 안되는 줄 알지만 후다닥 준비해서 먹을 때는 기분 좋게 먹었다. 먹고 힘내서 샤워도 했다. 먹고 나면 배가 더부룩하고 속이 편치 않지만 이미 지난 일. 배가 아프면 화장실에 가고, 애써 행복한 생각이나 해야지. 내일은 금요일이다. 내일은 금요일이다. 금요일 기념 외식을 하기로 했으니 도시락 신경 안 써도 된다. 원래 파전은 내일 저녁 메뉴였는데..내일은 또 내일의 먹을 게 생각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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