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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dac May 15. 2020

하고 싶은 게 없으면?

일단 지금 하는 일, 잘 할 수 있고 잘하는 일을 하면서 때를 기다려보자

오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11 45, 퇴사한 동료를 중국집에서  만났을 때였다.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금요일을 기념해 도시락 싸오지말고 나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내일이면 쉰다는 금요일의 기쁨에, 언제 만나도 좋은 사람을 만난 다는 기쁨이 더해지니  배의 기쁨. 여기다가 11 30분에 말도 없이 점심을 먹으러 나와 버리는 대담한 행동으로 스릴 만점이었다. 친구 동네에 있는 이름이 귀여운 중국집 야옹칭(진짜 이름 아님. 내가 부르는 애칭) 40분에 친구보다 먼저 도착했다. 친구를 보자마자 아무 말이나 주고받으며 깔깔 웃었다.

- , 오늘 얼굴이 좋아보이시네요?
- 부어서 그런가.
- 뭔가 뽀얀 그런 아주 맑은 기운이 느껴지는데요
- 방금 씻고 나와서 그런가
- 아하,  씻은 피부. 뽀송뽀송 애기피부
-  썬크림을 바른 피부
- 깔깔깔

 대화 어디에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고 너무 귀엽고 좋아서 혼자서     곱씹으며 깔깔 거리며 웃었다. 회사의 모든 순간이 너무너무 싫은 반증인지도. 그렇게 탕수육, 짬뽕, 볶음밥을 먹고 근처 카페에서 커피까지 마시고 나서 1 15분쯤 사무실로 복귀했다. 일이 있어서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라고 말하면 그러세요, 라고 상사의 관용을 베풀어주겠지만 그럴 기회를 주고 싶지 않다. 그러면서도 혹시 근무태만으로 뭐라고 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한 마음도 한켠에 있다. 그치만 , 정말 나는 월급값은 충분히 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다.

회사라는  일이 몰아치듯 많은 시기도  널널한 시기도 있고, 나는 언제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주지 않고  몫은 충분히 해낸다.  이상을 해낸다. 그래서 지금의 회사에 있기 싫은 건데 사실은 회사라는  어느 정도는  이런 곳이 아닐까. 상사 눈치를 보며 적당히 놀기도 하고 심혈을 기울여야  때는 집중해서 일하면 된다. 두려운  나조차도 점점  나은 방식으로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한다기보다 현상유지, 문제 생기지 않게, 효율성이나 참신성보다는 안전하게 하던 대로, 뭔가 의심스러운 목적으로 행해지는 일들을 그냥 내버려두는 ‘썩은  되어갈지 모른다는 느낌이다. 집중하고 노력하지 않아도 일이  되지는 않으니까 괜히  섞기 싫은 사람들하고 논쟁하기도 귀찮다. .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직장인은 어디서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하나. 회사 일을 통해 어떤 보람을 느낄  있는 걸까. 원래 그런  없는 걸까. 그래서 사회적 의미가 있는 일을 한다고 비영리단체를 전전하며 살아왔는데 단체든, 사회적기업이든, 협동조합이든, 관공서 산하 유관단체든 회사는 회사다. 조직  인간 관계의 신뢰가 중요하고 일에 대한 합의와 역할 분배가 얼마나  되는가. 이윤추구든 사회변화든 공익추구든.... 목적과 목표를 공유하고  방식까지도 동의해야 한다.

가족도 친구도 서로가 맞춰가며 노력해야 하는 건데 하루 종일 같이 보내야 하는 회사 사람들과 이렇게 말도 섞기 싫어서야 어떻게 앞으로   있는 걸까. 회사를 다닐  없는 종류의 인간, 이라고 생각하던 시기도 있었는데 지금은   있는 데까지는 해보겠다는 심정이다. 언제든 회사는 그만둘  있으니까.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으로 인한 안정감이 꽤나 컸던 걸까. 나이가 들어서 몸과 마음이 약해진 것도 있는  같다. 전처럼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생각하기는 하는데 쉽게 몸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살면서 나에게 대해 다르게 이해하게 되는 면도 있는  같고. 그러니까 오늘의 다짐은 하는 데까지 해보자. 하고 싶은  없으면 일단    있고 잘하는 일을 하면서 때를 기다려보자는 . 나는 , 하려고 하면 뭐든 잘하지, 라고 생각했는데 며칠 전에 이제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은 하지 않겠다고 말한  생각났다. 말하는  좋아하니까    있을  같아서 강사교육을 받았는데 아닌  같아.. 남들이 잘할  같은데요, 하는 말을 들어도 나는 아닌  같아. 기획서 쓰고 보고서 쓰고 행사 준비하고 이런 일은 여전히 쉽고 잘할  있으니까 그냥  기다려보자. 너무 힘들지 않게 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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