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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dac May 16. 2020

모르겠다. 그냥 상담이나 열심히 다닐란다

할 수 있는 만큼 일상이 무너지지 않게 지키는 걸 목표로 하자

울어서 머리가 아픈 것일까. 상담을 마친  2시니까 지금부터 8시간도 전인데 아직도 약한 두통이 느껴진다. 매일매일 몸이 무겁고 답답함이 가시지 않는데 어쩜 지금의 상황이 내가 싫어하는 모호한  투성이라 그럴  있겠다고 하신다. 내가  말에 아니 내가  생각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강력한 압박감이 있고, 생각이나 마음이 변하는 것을 변절이나 배신처럼 부정적으로 여긴다. 그때의 나도 진심이고, 지금의 나도 진심인데  간극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너무 괴롭다. 지금 고쳐 써야 하는 원고도 그런데 그때는 저렇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전혀 다른 마음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너무 막막하다. 거짓말은 아닌데 그땐 그랬고 지금은 이렇다는  어떻게    있을까. 얼마 전엔 당장이라도 회사를 그만두고 제주로 달려가고 싶었고 지금은   있는 데까지 버텨보면서 상황을 지켜보자는 생각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패턴으로 당장 내가 가진 모든 시간, , 에너지를 탈탈 털어서 달려들고 싶었던 때가 많았다. 발리에 가서 살겠다고 했을 때도 그랬고, 부산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났을 때도 그랬다. 내가 주도하지는 않지만  마음에  들어서 나의 모든 것을 끌어들일만한 일은 쉽게 벌어지지 않아서 뭔가 벌어지면 좋겠는데 하면서 기다리다보면  마음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피시식 흐지부지 되거나, 뭔가 사건이 벌어지기는 하는데 그땐  내가 무기력하고 우울해지는 시기라 별로 관심이 생기지 않아지곤 했다. 내가 주도해서 일을 꾸려갈 때도 질리거나 흥미가 틀어지면 너무 하기 싫어져서 같이 하는 사람들과  좋지 않은 관계로 끝나거나 매우 의지하고 사랑하지만 어색한 관계로 끝나기도 한다.

모르겠다. 그냥 상담이나 열심히 다닐란다. 상담은 올해 들어서는  주에  번씩 가고 있었는데 요즘은 다시  힘들어지는  같아서 매주 가는  좋을  같다. 평온한 시절에는  무의식을 끌어올려 이렇게 주기적으로 우울해지는 상황의 원인이나 대책을 찾아보고 싶었는데 지금 같은 시절에는 무탈하게  시기를 힘합쳐  지나갈  있기만을 바란다.

아침에 너무 일어나기 싫었지만 그래도 힘을 내어 일어났다.  힘을 내보려고 14,900원이나 하는 장어덮밥을 먹었다. 상담소 근처에서 밥을 먹을 만한 곳을 검색해서 장어덮밥으로 메뉴를 정하고는 가게로 돌진해 들어가 메뉴판도 보지 않고 주문했다. 가격을 확인하지 않아서 나를  사랑하는 느낌이 들었다. 상담을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는 장을 보러 가서 어제 못산 사골곰탕 육수랑, 사과, , 당근, 오이, 고추, 양배추, 유부초밥 등을 샀다.  근처의 고깃집에서 갈비탕을 저녁으로 먹고 싶었는데 고기를 구워먹는 좁은 가겟집에서 혼자 갈비탕을 먹을 용기가  안나서 집에 와서 국물떡볶이를 끓여 먹었다. 요리를 열심히  기운은 없으니까 레토르트 식품을 사서 그냥  넣고 라면처럼 끓였다. 제품의 맛은 기본은 하니까. 사과를 먹고 요거트를 먹고 믹스너트 사온 것도 먹고 기운을 그러모아 샤워도 했다. 내일은 하루종일 집에서 그냥 누워있어도 된다. 얏호! 억지로 생각을 너무 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일단 누워서 쉬자. 컨디션이 올라올 때까지는 상담 다니고   있는 만큼 일상이 무너지지 않게 지키는  목표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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